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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한국학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막대풍선을 두들기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일 오후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한국학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막대풍선을 두들기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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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원총연합회 주최로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가 열리는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 '학원탄압 정지, 세계유일 학원탄압 세계적인 국가망신' 현수막이 붙어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주최로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가 열리는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 '학원탄압 정지, 세계유일 학원탄압 세계적인 국가망신' 현수막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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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학원교육자대회 "칠천만 잠들었을 때 학원형제 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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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에서는 분신하면 열사라고 부릅니다! 학원계라고 열사 나오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사교육 학원에 대한 대우가 달라진다면 내가 시너 갖고 와서 순교자 정신으로 분신이라도 하겠습니다!"

하영규 경남학원연합회장이 무대에서 외쳤다. 하 회장은 '분신' '시너' '순교'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목소리에 분노를 담았다. 그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 모인 전국의 학원 원장 등 1만여 학원관계자들은 막대 풍선을 치며 호응했다. 붉은 막대 풍선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학원탄압중지"

분노는 큰 호응을 불렀고, 이런 호응은 다른 분노로 이어졌다. 하 회장은 "학교에서 '학파라치'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데, 이 학파라치 제도는 우리 학원계를 범죄집단 취급하고 있다"며 "비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한심하다"고 소리쳤다. 이어 분노는 6·25 전쟁에 비유한 다짐과 당부로 이어졌다.

"서울이 공산주의 탱크 앞에 함락당했을 때, 경남과 부산은 낙동강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이 나라의 공산화를 막아냈습니다. 그 힘으로 다시 서울을 되찾았습니다. 학원 교습시간 밤 12시까지! 경남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밤 12시 교습을 꼭 지켜내겠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학원계에게 전쟁을 선포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살육을 당하지 맙시다. 서울은 밤 10시까지 학원교습? 서울 여러분, 궐기하고 일어나야 합니다! 저희가 죽을 각오로 앞장서겠습니다!"

이명박에 '뿔난' 학원계... "정부의 전쟁 선포에 살육당하지 않겠다"

이처럼 학원계가 단단히 화가 났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연이은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학원만을 겨냥한 '마녀 사냥'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학원총연합회(회장 문상주)는 20일 오후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의 학원 대표와 강사 등 약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이 행사를 위해 전국 대부분의 학원은 20일 하루 휴원했다.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방과후학교 확대하면 국가교육 무너진다'는 종이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방과후학교 확대하면 국가교육 무너진다'는 종이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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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가 열리는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 '교육파탄 조장하는 학교과외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가 열리는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 '교육파탄 조장하는 학교과외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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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다양한 요구가 담긴 만장을 들고 있다.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다양한 요구가 담긴 만장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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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장에는 "청년실업 걱정하면 학원교육 육성하라" "방과후 학교 확대하면 공교육이 무너진다!" "지식기반 국가건설 학원인이 앞장섰다" "학습권리 가로막는 교습시간 제한 철회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이 가을 바람에 춤을 췄다.

이런 현수막과 피켓의 문구는 이날 열린 행사의 목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학원계는 "믿었던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세금 내고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학원을 말살하는 정책"이라며 ▲ 교습시간 제한 철폐 ▲ 수강료 규제 해제 ▲ 학교의 방과후 학교 확대 금지를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청와대)-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회)-이주호 교과부 차관(행정부)을 중심으로 학원시간 규제, 외국어 고교 폐지 추진 등 사교육비 줄이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학원계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며 이런 이명박 정부에 강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학원계는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정부는 높은 교육비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없도록 입시경쟁을 부추겨 왔으면서 정작 자신들의 실책을 덮기 위해 학원인을 사교육비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며 "학원인들은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서민·중산층 자녀들을 가르치는 데 최선을 다한 이웃이요, 가족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학원을 합법적으로 인가해 놓고 학원교육의 무수한 가치와 기능을 부정하는 현 정부의 처사가 과연 합당하냐"며 "학원이 이 나라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라면 학원교육을 억압할 게 아니라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좋도록 공교육을 정상화 시키라"고 주장했다.

"북한 가난한 건 학원 없기 때문... 학원이 한국을 선진국 만들 것"

문상주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이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문상주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이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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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상주 학원총연합회장의 말을 들어보자.

"동북아 국가들을 봅시다. 일본에는 우리나라보다 학원이 5~6배 많습니다. 일본 잘 살잖아요! 중국도 지금 학원 엄청나게 늘고 있습니다. 북한 보세요. 학원이 없어요! 그래서 북한이 가난한 겁니다! 우리도 학원 말살하면 (북한처럼) 낙후된 국가 됩니다!

좁은 땅 덩어리의 이 나라가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건 학원교육 덕분이에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반기문 UN사무총장, 그리고 OECD 국가들 모두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학원교육이 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끌어올릴 겁니다!"

문 회장은 이어 "노무현 정부 5년만 견디면 좋아질 줄 알았는데, 더 심해졌다"며 "우리는 전두환 독재정부의 탄압과 투옥 등 모든 억압을 물리쳤는데, 이번에도 똘똘 뭉쳐 승리하자"고 외쳤다.

학원계 인사들은 교습시간 제한은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 방해고, 수강료 규제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진수 서울 강남지역학원운영협의회장은 "학생 건강권 등을 이야기하면서 왜 그럼 학교는 밤 10시 넘게 학생들을 자율학습 시키고, EBS 교육방송과 인터넷 강의는 왜 밤 12시는 물론이고 새벽까지 하느냐"고 따졌다.

이어 김 회장은 "사교육비 줄이자는데, 사실 학원의 교습비는 높은 수준이 아니다"며 "오히려 개인 교습과 그룹 과외는 고액이면서도 세금도 내지 않는다, 왜 그들은 단속 못 하면서 우리만 규제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에서 A학원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우리 학원에서는 고교 8과목 가르치고 한달에 35만 원 받는데, 이는 대학생 과외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계속 교습시간을 규제하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학원장들은 모두 고액 개인 교습으로 나설 것이다, 그러면 사교육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대전의 한 학원장은 "국가는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며 외부 업자에게 위탁교육을 시키는데, 이게 학교의 학원화지 도대체 뭐냐"며 "학교는 공교육의 원칙대로 가고, 학원은 자유주의 시장원리에 맡기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칠천만 잠들었을 때 학원형제 깨어 있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율동을 배우고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율동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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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청년실업 걱정되면 학원교육 육성하라'는 종이피켓을 들고 있다.
 '학원교육 말살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학원교육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청년실업 걱정되면 학원교육 육성하라'는 종이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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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원연합회 집회에서는 <단결투쟁가> <파업가> <동지> 등 이른바 '운동권 투쟁 가요'가 크게 울려퍼졌다. 특히 학원연합회는 <농민가>의 가사를 아래와 같이 개사해 1만 참가자들과 함께 불렀다.

"칠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전국의 학원형제 울부짖던 날. 손가락 깨물며 맹세하면서 승리를 외치는 형제들 있다.

밝은 태양 솟아오르는 우리의 역사. 삼천리 방방골골 학원의 깃발이여. 찬란한 승리의 그날이 오길 춤추며 싸우는 형제들 있다."

또 트로트 가요 <무조건>을 개사해 "네가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언제든지 달려갈게"라고 의미심장하게(?) 불렀다.

현재 일부 학원과 학부모 등은 학원 교습시간 제한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진행하고 있다. 학원총연합회는 이런 '법 투쟁'과 더불어 '반 학원 인사 낙선운동'과 1000만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학원계는 이명박 정부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집회를 마친 서울의 한 학원장은 이런 말을 하며 현장을 떠났다.

"우리가 MB 당선을 위해서 얼마나 뛰어 다녔는데, 이렇게 배신을 하나? 고액과외는 놔두고 우리만 잡겠다니, 학원을 만만하게 보는 거지. 누가 이기는지 한번 보자고!"


태그:#학원총연합회, #외고 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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