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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 우리 시대 새로운 '희망과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절망과 분노'가 자리잡았다. 이날 오후 3시 조계사 한국 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 공연장에는 우리시대 새로운 시민정치 운동을 선언한 '희망과 대안' 창립식이 열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창립식은 시작한 지 30분만에 보수단체 회원들의 방해로 무산된 것이다.

 

이날 창립식 행사는 오후 3시부터 진행하기로 하고, 창립식에 앞서 오후 2시부터 창립총회가 열렸는데, 총회에서는 회의 운영원칙, 활동계획, 조직구성 등을 결정하였다.

 

경향 각지에서 올라온 회원 111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가 열렸는데, '희망과 대안'은 특이하게도 모임의 대표를 두지 않고 20명 이내의 운영위원과 5명 이내의 공동 운영위원장을 두어 운영한다고 하였다.

 

창립총회는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박순성 동국대 교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백승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등 4명을 공동운영위원장에,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을 상임 운영위원에 위촉했다.

 

운영위원으로는 강해윤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 공동대표,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사무처장, 양길승 6월포럼 운영위원장,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전민용 건치신문 대표, 정진우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상임의장, 현각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등 14명이 선임됐다.

 

창립 총회가 끝나고 오후 3시부터 제2부 창립식 행사가 시작되었다. 창립식 행사는 식순에 의하여 먼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인사말로부터 시작되었다. 백낙청 교수는 인사말에서 "이 모임이 작년 9월 '촛불승리 완성'을 선포한 51선언의 연장선 상에서 추진된 것이며,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는 길을 찾는 폭넓은 연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희망과 대안'이라는 상설적인 기구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오늘 창립되는 '희망과 대안'이 새로운 시민운동의 실험으로 국민에게 희망과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낙청 교수의 인사말이 끝나고 이어서 사회를 맡은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오늘 참석한 '희망과 대안'회원을 소개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갑자기 한 노인이 "사회자님, 이의 있습니다. 애국가도 없이 태극기도 걸지 않은 채 진행하는 행사가 도대체 어딨냐"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어 사방에서 여러 노인들이 동시다발로 "애국가도 없이 웬말이냐" "너희가 전쟁을 아느냐" "태극기도 없이 무슨 행사를 하느냐" "대한민국 국민이 맞느냐" "10년 속은 것도 억울한데 니들이 또 정치를 하려고 드느냐"고 고함과 함성을 질렀다.

 

상황이 악화되자 행사를 진행하는 주최측은 마이크로 "국민의례를 하고 애국가를 부르도록하겠다"고 했지만, 노인들은 막무가내로 행사 진행을 방해하며 단상에 올라가 육두문자를 섞어 "배가 부르니 정치 생각이 도로 나느냐"며  행사 자체를 방해했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노인 회원 몇몇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등을 향해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행사는 30분만에 중단됐고, 진행자들은 조만간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일단 정회를 선언했다.

 

나중에 확인결과 이들 노인들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노인 회원으로 100여 명이 이날 행사장에 미리 자리하고 있다가 조직적으로 방해를 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를 알게 된 일부 '희망과 대안'회원들은 몸싸움을 하기도 하였다.

 

오후 3시 34분께 경찰 두 명이 나타나 태극기를 든 노인들에게 행사장에서 나가 달라고 당부했고 이어서 행사진행 주최측에서도 "오늘 '희망과 대안'창립식 행사는 취소되었으며, 앞으로 10분 이내에 장내를 빠져나가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이에 '희망과 대안' 회원들과 일반시민들이  행사장을 속속 빠져나왔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한 시민은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김대중 대통령 서거시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하자, 이 양반들이 나와서 묘지를 파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김대중 대통령 화형식을 벌인 장본인들 아닙니까! 그런 장본인들이 합법적으로 집회신고를 한 집회를 방해하다니 말이 됩니까? 이게 민주주의입니까?"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다른 시민은 "이렇게'희망과 대안' 창립식 행사를 방해하는 것이 보수세력의 정체인가 봐요? 이렇게 창립식 행사를 방해하고도 이명박 정권은 잘되고 오래가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큰 오산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박원순, 백낙청 등으로 대표되는 '희망과 대안'이 출범도 하기 전에 보수세력으로부터 조직적인 방해를 받는 것을 보면, 이명박 정권과 보수세력도 '희망과 대안'을 무서워하긴 무서워하는가 봐요"라고 비꼬았다.

 

한편 종로경찰서는 이날 현장에서 홍모(86) 노인을 포함 12명의 노인들을 연행해 업무방해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우리 시대 새로운 '희망과 대안'을 노래하는 현장을 보고자 멀리서 온 시민들은 보수세력의 조직적인 행사 방해를 보고 또 한번의 절망과 분노를 느끼며 돌아왔다.

 


태그:#희망과 대안, #창립식, #보수단체 , #노인들,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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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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