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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기자회견
▲ 미누에게 자유를 10월 16일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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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금요일. 경기도 화성 외국인보호소 앞은 햇빛 좋고 바람 좋은 완연한 가을이었다. 서울에서 전철과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반 걸리는 거리. 이 날은 일찍부터 미노드 목탄(이하 '미누')의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네팔 출신 문화활동가 미누가 연행된 지 8일째인 이 날은 미누 석방을 위한 기자회견과 '17년간 한국에서 살아온 미누와 함께 하는 하루' 라는 제목의 문화제가 진행되었다.

기자회견은 권영국 민변 변호사,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이란주 대표, 성공회대 노동대학 김은아 담임 등 미누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발언들로 채워졌다. 여러 발언들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성공회대 노동대학 김은아 담임의 발언. 그녀는 '이번 주 월요일 미누의 출석부에 동그라미를 치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노동대학 이번 학기가 끝나면, 다음번에는 높으신 교수님들 말고 미누를 중심으로 이주민 당사자들이 수업을 꾸려볼 것을 제안했었고, 미누는 수줍어 하면서도 눈을 반짝이더라는 얘기도 전했다.

유달리 '단일민족'에 대한 집착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어우러져 사는 다문화사회를 꿈꾼 미누. 그런 그의 꿈이 이번 표적단속으로 꺾이지 않기를, 다시 그가 다음주 월요일부터 노동대학에서 힘차게 다시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미누와 함께하는 하루' 문화제가 열렸다.

10월 16일 문화제 중
▲ 미누에게 보내는 편지 10월 16일 문화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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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뮤넷 수유너머'에서 온 한 백수 학생은 기타를 치며 자작곡을 불렀다.

자작곡을 불러준 백수 학생
▲ 문화공연1 자작곡을 불러준 백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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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 되찾기 빈집식구 모임'에서는 스탑크랙다운의 '와'와 '월급날'을 불러 큰웃음을 안겨주었다. 미누가 얼마나 노래를 사랑하고 또 잘하는지를 온 몸으로 보여준 것. "와~, 푸른 하늘 저 넓은 바다 너무도 자유로워~ 우리 모두 다~ 차별없는 자유로운 멋진 세상 향해 달리자!"라는 그의 노래말과 꼭 닮은 푸른 하늘 밑에서, 우리는 보호소 안에서도 미누가 들을 수 있도록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날씨 좋은 금요일 오후, 미누가 갇혀있다는 점만 빼면 꼭 소풍을 나온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쁘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미누가 우리에게 작은 소풍을 선물해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스탑크랙다운의 노래, "와"를 열창 중
▲ 미누되찾기 빈집식구들의 노래공연 스탑크랙다운의 노래, "와"를 열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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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국가가 사랑하는 친구를 갈라놓았다는 슬픈 상황 속에서도, 문화제는 밝은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미누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행위예술가 라무씨의 퍼포먼스, 너무도 유명한 민중가수 연영석씨의 공연도 이어졌다. 특히 문화제 중간에 미누로부터 전화가 걸려와서 잠시 사회자와 통화를 하기도 하고, 친구들의 함성소리를 전해주며 서로 힘을 북돋기도 했다.

민중가수 연영석씨의 특별공연
▲ 노래공연 2 민중가수 연영석씨의 특별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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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문화제 마지막 순서는 미누로부터 온 편지 낭독이었다. MWTV 활동가들이 미리 미누에게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부탁했고, 미누와 오랫동안 함께해온 활동가가 그를 대신해 편지를 낭독했다. 눈물을 쏟느라 제대로 메모하지 못했지만, 대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 사회는 우리를 18년짜리 상품으로 취급합니다. 그 긴 세월을 함께한 우리 이주민들을 이렇게 단속추방한다는 건,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것입니다. 선진국, 민주주의가 실현된 나라라면, 우리를 이런 식으로 내쫓을 순 없습니다. 남북이산가족의 아픔을 안다면서…. 저는 18년 세월동안 네팔에 있는 가족들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고향에 가 볼 수 없는 그 고통, 그 마음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는, 항상 맑고 웃음짓는 미누는 사실 없습니다. 저는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말도 문화도 다른 한국사회에 살면서, 개인적인 모든 아픔을 가슴에 묻은 채 한국사회에 동화되고자 힘들고 고달픈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합니다. 이번 일이 한국사회에 변화의 계기가 되길 빕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민변의 권영국 변호사는 '미누는 우리 사회의 보물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미누는 한국사회와 이주민들을 연결하는 징검다리였고, 이는 법이나 정책으로도 이루지 못한 큰 성과이다. 이진경이 미누를 두고 노래한 것처럼 그는 "벽에 갇혀서야 편안한/ 근친상간을 자랑삼는 좁은 가슴에" 난 "작은 대합실"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런 보물같은 존재를 끌어안고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그를 강제추방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미누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한국사회를 위해 우리가 그를 보낼 수 없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잘 알려진 대로 미누는 17년을 꽉 채운 세월동안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문화공연·강연·미디어 활동 등 여러 가지 일을 해 왔다. 사람을 구성하는 과거는 가장 가까운 과거이다. 그가 한국 국적이 없는 네팔인이라고 해서, 그를 네팔로 되돌려보내는 것은 전혀 해답이 될 수 없다. 지금 그를 네팔로 강제추방하는 것은 그를 오지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지금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는 미누는 네팔인 미노드 목탄이 아니라 17년간 한국에서 삶을 구성해온 한국-네팔인 미누니까 말이다.

그가 일궈온 시·공간과 모든 활동들, 이주민에게 더없이 척박한 한국사회에서 가꿔온 미누의 둥지를 누구라고 그렇게 간단히 부숴버릴 수 있을까. 법은 사람을 살리는 도구여야 한다. 아름다운 사람 미노드 목탄의 특별체류 허가를 촉구한다.

퍼포먼서 무라씨의 공연
▲ 미누를 위한 퍼포먼스 퍼포먼서 무라씨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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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FREE 미누, #미노드 목탄, #스탑크랙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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