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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잭과 콩나무'로 유명한 작가 조셉 제이콥스의 '아기 돼지 삼형제'는 지구 온난화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소름끼치도록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3마리의 아기 돼지들의 집은 각각 그들의 경제력을 상징한다. 튼튼한 벽돌집에 사는 막내 돼지는 유산 계급이다. 늑대의 입김(지구 온난화 혹은 자연 재해)에 힘없이 날아가 버리는 지푸라기집의 첫째 돼지는 무산 계급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지푸라기집의 첫째 돼지가 아니라 벽돌집의 막내 돼지다.

 

더운 여름날 냉방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는 당신, 한겨울에 집에서 반팔 옷을 입고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당신,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내뿜는 온실가스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 30년후,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갈 곳 없는 나약한 투발루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건 어쩌면 우리들일지도 모른다.

 

지구 온난화는 비단 투발루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생존(生存)과 생활(生活)의 양편에서 옥수수를 두고 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옥수수는 한편에서는 생존을 위한 식량, 다른 한편에서는 생활을 위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료인 바이오 에탄올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무관심과 이기(利己)심은 지구 반대편 우리 이웃의 생존권을 빼앗고 서서히 우리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인가? 아래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건물, 자동차, 산업 영역 중 건물에서 가장 많이 배출된다. 특히 건물 영역에서도, 난방에 의한 배출량이 55%로 가장 압도적이다.

 

영역별 온실가스 배출 건물영역의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높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우리 생활에 조금의 변화만 준다면 그 양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건물 영역은 어느 정도의 투자로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인 배출량 감소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생태건축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구온난화와 이를 막기 위한 생태건축에 대한 고민들이 많이 논의되어 왔고,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전체 에너지의 18%를 주택영역이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생태건축을 통한 에너지 절약이 절실하다.

 

생태건축을 찾아서

 

2009년 9월 16일 오전 8시, 다소 이른 시각 대학생, 한문 선생님, 귀농 희망자 그리고 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40명의 시민들이 서울 양재역으로 모였다. 바로 녹색교육센터(http://www.greenedu.or.kr)와 서울기후행동(http://cap.seoul.go.kr)에서 주관하는 '기후변화 대안 현장을 찾아서'의 그 세 번째 이야기 '기후변화와 생태건축'을 듣기 위해서다. 40명의 시민들과 녹색연합(www.greenkorea.org)의 활동가들, 그리고 생태건축의 개괄적인 설명을 해줄 연구소 마을의 신동철 소장이 홍성 문당리행 녹색 전세 버스에 올라탔다.

 

2시간 30분의 이동 끝에 환경농업마을 홍성 문당리에 도착했다. 문당리는 정부의 도움 없이 마을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설립한 에너지 자립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서 쉽게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 발전기를 볼 수 있었다. 신동철 소장의 생태 건축에 대한 1시간 가량의 특강을 들은 일행은 허기진 배를 유기농 채소로 만들어진 점심으로 채우고,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가 있는 홍동면 구정리에 위치한 에너지 대안센터로 향했다.

 

패시브 하우스의 키워드는 '단열'과 '폐쇄'다. 정확한 설계를 바탕으로 기밀함과 단열을 실현하여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원리다. 이를 바탕으로 별도의 열 생산 장치 없이 난방 에너지 소비를 기존 건축물의 10%만으로 실내 온도 20°C를 유지할 수 있다. 일차에너지 소비는 기존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아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온실가스배출 비교 패시브하우스와 기존의 건물

 

이곳의 패시브 하우스는 7평 남짓한 작은 공간으로 에너지 대안센터 회원들이 대략 1,300만원의 비용으로 만들었다. 주재료는 압축 스티로폼인 '네오폴(Neopor)'이다. 네오폴은 기존의 스티로폼에 비해 열전도율이 25% 이상 낮아 건축물의 에너지 소모량을 크게 줄여, 독일 등 유럽에서 차세대 단열재로 각광 받고 있다. 혹자들은 다른 생태건축물과 달리 스티로폼인 네오폴을 사용한 것에 대해 의문을 표시할 것이다. 이에 대한 에너지 대안센터 송대원 간사의 대답이다.

 

"우리는 가난한 농촌의 할아버지·할머니 나아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서민들을 위한 패시브 하우스를 지향합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황토나 값비싼 재료로 패시브 하우스를 짓겠지만 서민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절약은 경제적 지위를 떠나 우리 모두의 의무입니다."  

 

패시브 하우스를 보고 난 후 다음 일정인 풀무학교로 향했다. 풀무 학교의 정식 명칭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로 공동체 정신을 가르치는 농업계 학교이다. 패시브 하우스를 본 이후 생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소재인 스티로폼으로 만든 건축물의 생태건축의 범주 안에 존재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답을 풀무학교 정민철 선생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단지 친환경재료를 쓰고 겉모습이 친환경적이라고 생태건축이라고 말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고 주어진 조건에 맞춰 공간을 만들고 사용하느냐입니다. 그렇다면 도시의 삭막한 콘크리트 건축물도 얼마든지 생태건축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국토 면적은 세계 230개국 중 110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작은 땅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4억 8871만 톤으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태양광, 수력,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지구 온난화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재생에너지가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 조성을 위해 멀쩡한 임야를 파괴하고,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를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사람들...지구 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한 키워드는 에너지 '생산'이 아니라 에너지 '절약'이다. 에너지 절약의 실천되지 않는 재생 가능 에너지의 생산은 오히려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할 뿐이다. 이번 교육을 통해 알게 된 패시브 하우스와 에너지 자립 마을은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상당 부분 발전해있다. 우리가 에너지의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앞의 국가들은 에너지의 '생산'과 '절약'의 조화를 바탕으로 지구 온난화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녹색마을 시범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걸음마 단계이다. 정부는 현재 세계 51위인 환경성과지수를 2050년에 세계 8위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세계 8위라는 높은 수치를 실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과 우리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한 에너지 절약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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