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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수원 장안 이찬열 후보 지원을 위해 권선구청 잔디구장에서 열린 장애인 체육대회 의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0.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수원 장안 이찬열 후보 지원을 위해 권선구청 잔디구장에서 열린 장애인 체육대회 의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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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62) 전 대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았다.

15일 경기도 수원 장안 선거구에서 만난 그는 좌충우돌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어디서든 유권자 한 사람이라도 눈에 띄면 가던 길을 멈추고 손을 내밀고 다가갔다. 덕분에 수행비서는 한 골목에서도 왼쪽, 오른쪽 정신없이 방향을 바꿔야만 했다. 바쁜 유세일정 탓에 "대표님, 이제 가셔야 합니다"는 말을 건네면 "가만 있어봐, 저기만 인사하고 가자"며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손학규 앞에 멈춰 선 승용차들... "왜 왔냐"는 냉대도

10월 재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손 전 대표는 '선대위원장'이 아니라 '후보' 처럼 뛰고 있었다. 민주당 상징색을 닮은 라임색 자켓과 짙은 연두색 와이셔츠를 갖춰 입은 그는 이날 새벽 5시 집을 나섰다. 첫 일정은 늘 새벽기도다. 선거운동 지원을 위해 수원으로 옮겨온 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를 나가고 있다.

새벽기도 뒤 손 전 대표가 곧바로 찾아간 곳은 조원동의 한 인력시장 사무실. 약 40~50명 정도 모인 일용직 노동자들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했다. 하지만 "10년 전에 일당 7만원 받던 일이, 지금은 5만5000원에도 자리가 없다"는 그들의 하소연에는 할말이 없었다. "죄송하다, 열심히 하겠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인력시장에 이어 새벽운동 나가는 유권자들에게 인사한 뒤 출근길로 붐비는 성균관대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6차선이 교차하는 큰 사거리엔 벌써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유세 차량이 한귀퉁이씩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몽준 대표와 박찬숙 후보, 공성진, 장광근, 전여옥, 나경원, 조윤선 의원 등 한나라당 지도부도 총출동했다. 민주노동당에선 강기갑 대표가 내려왔다.

한솥밥을 먹던 옛 동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눌 법도 하지만, 손 전 대표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대신 이찬열 후보의 손을 잡고 선거운동원들 맨 앞줄에 섰다. 기호 2번을 손가락으로 표시하며 지나는 차량에 인사하기를 30분째, 손 전 대표 앞에 승용차 한대가 멈춰섰다. 도지사 시절부터 지지자라는 한 유권자는 승용차 안에서 악수를 청했다. 그의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돌았다. 약 1시간 동안 유세 중에도 승용차 4~5대가 손 전 대표 앞에 멈춰섰다.

10.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수원 장안 이찬열 후보 지원을 위해 성균관대역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10.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수원 장안 이찬열 후보 지원을 위해 성균관대역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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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전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수원 경기도당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수원 장안 박찬숙 후보와 안산 상록을 송진섭 후보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10.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전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수원 경기도당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수원 장안 박찬숙 후보와 안산 상록을 송진섭 후보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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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전 수원 장안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가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10.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전 수원 장안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가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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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두 '돌아온 전 도지사'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성대역에서 만난 젊은 유권자들 몇몇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손학귭니다"하고 다가서는 손을 외면하며 종종걸음치기도 했다. 수원 권선구청에서 열린 수원시장애인체육대회장을 찾았을 때도 몇몇 노인은 "왜 왔냐"고 일침을 놨다.

과거 그에게는 안방이나 다름없는 선거구지만, 역시 '옛 도지사 프리미엄'만으로는 14일간의 선거운동이 쉽지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특히 그를 도지사로 만들어 준 한나라당과는 이미 결별한 상태다.  

그들을 향해서도 손 전 대표는 "감사합니다, 부탁합니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악수 않겠다는 유권자의 손을 억지로라도 붙잡았다. 반면 그를 알아보고 얼싸안아주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장애인단체의 한 여성 유권자는 "우리의 영원한 지사님"이라며 주변에 일일이 인사를 시켜주기도 했다.

낮 12시. 손 전 대표는 수원 만석공원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그가 타고 다니는 차는 도지사 시절부터 이용하던 낡은 렉스턴이다. 도지사를 그만두고, 대선에 뛰어들고, 춘천에 내려가서도 차를 바꾸지 않았다.

손 전 대표는 주행거리 16만km를 훌쩍 넘은 그 차를 직접 몰고 수원으로 왔다고 한다. 아직 '흙 묻은 삽'이 실려 있다는 그 차는 항상 정원이 3명이다. 운전기사, 손 전 대표, 수행비서. 손 전 대표는 다른 선거운동원과 떨어져 하루 14~15개 이상 일정을 소화하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었다.

10.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수원 장안 이찬열 후보 지원을 위해 만석공원 무료급식소에서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10.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수원 장안 이찬열 후보 지원을 위해 만석공원 무료급식소에서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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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가 뭐냐" 묻자 "이겨야 한다" 다섯 글자 답변만

공식 선거전 첫날이니만큼, 이날 오후엔 민주당의 대규모 출정식이 예정돼 있었다. 오후 2시 수원장안 선거대책회의가 열린 이찬열 후보 사무실에 정세균 대표와 문희상 국회부의장, 장상, 김진표 최고위원 등 당지도부가 모두 모였다. 10분 늦게 손 전 대표가 들어서자 선대위 사무실에는 '손학규'를 연호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수원 장안 선거가 '손학규의 선거'임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

선거대책회의에서도, 이어진 수원 홈플러스 앞 출정식에서도 손 전 대표는 사실상 모든 선거운동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는 이날 회의 인사말에 앞서 모든 선거운동원들 앞에 허리를 90도로 굽혀 큰절을 올렸다. "역사적인 재선거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한 그는 "많이 좀 도와 달라, 튼튼한 야당, 건강한 민주당을 만들어야 이명박 정권의 끝모를 독선과 독주를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선거 출정식에서는 장안구에 내려온 민주당 의원들을 일일이 무대로 끌어올려 유권자들에게 소개시켰다.

오후 4시50분 정자시장 유세, 오후 6시30분 성대역 퇴근 유세, 저녁 8시 종교단체 관계자들 면담, 밤 9시 30분 연무시장 퇴근 유세... 손 전 대표의 선거전 첫날 일정은 밤 1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선거사무실에 들러 하루 상황을 점검하고, 선거용으로 월세를 얻은 24평 아파트로 돌아간 시간은 자정 이후.

둘째날도 새벽 5시 기도로 시작한다면 하루 수면 시간은 고작 4시간 정도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각오로 임하는 '4당5락'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지만, 손 전 대표의 측근들은 오히려 선거운동원들을 걱정할 뿐이다. 한 측근은 "손 전 대표는 춘천에서 매일 등산으로 단련된 몸이라 하루 4시간 정도만 자도 끄떡없다"며 "오히려 따라다니는 수행비서와 선거운동원들의 체력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10.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이 수원 장안구 홈플러스 앞에서 이찬열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집중유세를 펼치고 있다.
 10.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이 수원 장안구 홈플러스 앞에서 이찬열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집중유세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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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하루 곁에서 지켜본 손 전 대표의 발걸음에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오후 4시, 수원 홈플러스 앞 출정식을 마친 손 전 대표에게 "견딜만 하시냐"고 묻자 "뭐, 이 정도야..."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친 김에 이번 10월 재선거에 임하는 각오도 한 마디 물었다. 그의 답변은 역시 짧았다.

"이.겨.야.한.다.… 이렇게 다섯자로만 정리합시다."


태그:#10월 재선거, #손학규, #이찬열, #장안구,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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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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