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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광어를 낚은 친구가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대박이다 라며 선상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지릅니다.
 첫 번째 광어를 낚은 친구가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대박이다 라며 선상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지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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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으로 가을바람 소슬하니 낙엽이 후드득 떨어집니다. 들판에는 누렇게 익은 알곡을 추수하느라 한창입니다. "결실의 계절 넉넉한 풍요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가득 채워주는 뿌듯함이 충만할 만도 하련만 마음 깊이 파고드는 바람은 왜 이리도 시릴까?" 주변에 몇몇 친구들이 하소연을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찾아온 갱년기 증상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이 화끈거리며 열이 오르락내리락 한다고요. 흘러가는 세월의 흔적만큼 마음도 시리고 괜스레 우울해지며 매사에 자신감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친구들의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내란 어원을 찾아보니 "안"과 "해"가 결합한 낱말이며, "집 안의 해"라는 좋은 뜻을 갖고 있네요. 집안의 해인 아내들이 우울하면 가정도 행복하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 아닐까요? 그래서 주부우울증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묘약을 찾아 친구 여섯 명이 파도가 넘실거리는 안면도로 1박2일 가을여행을 떠났습니다.

친구들과 1박2일 추억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밝은 모습이 집안의 해입니다.
 친구들과 1박2일 추억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밝은 모습이 집안의 해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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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거리는 고깃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하기 위해 출발을 합니다. 몇몇은 태어나 처음으로 작은 고깃배를 타보는 터라 불안하기도 하지만 배 멀미를 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어서 대부분 멀미를 멈추게 한다는 작은 딱지를 귀에 붙이고 자신만만하게 고깃배에 올라탔습니다.

저 역시 유람선이나 여객선은 타보았지만 이렇게 작은 고깃배는 처음 타게 되어 불안이 엄습해 왔지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도전하는 정신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신체정신도 건강하게 잘 지킬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안고 배가 떠납니다. 모두들 설렘과 기대로 얼굴에는 화색이 만연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바다낚시라는 것이 포구와 가까운 곳에서 하는 게 아니더군요. 배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고기를 많이 낚을 수 있는 곳에 정박을 하고 배 가장자리에 서서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잠시 기절시킨 뒤 (방법은 공개하기가 좀 거시기 합니다) 낚싯밥으로 꿰어 바다에 던지고 줄을 잡았다 놓았다 하면 됩니다.

제가 첫번째로 갑오징어를 낚았습니다. 물론 주꾸미는 쉴 새 없이 낚았지요.손맛이 제대로였습니다.
 제가 첫번째로 갑오징어를 낚았습니다. 물론 주꾸미는 쉴 새 없이 낚았지요.손맛이 제대로였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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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무도 당당했던 친구는 심한 배멀미로 배 바닥에 누워 살려 달라며 고통을 호소합니다.
 보무도 당당했던 친구는 심한 배멀미로 배 바닥에 누워 살려 달라며 고통을 호소합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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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등등하게 배에 올랐던 친구가 시간이 잠시 흐르자 흔들리는 배의 요동을 못 견디고 낚싯대를 바다에 던지고 얼굴이 샛노래지며 멀미를 시작합니다. 배를 오를 때만 해도 보무도 당당했던 그녀가 패잔병처럼 배 한가운데 쓰러져 고통을 호소합니다. 그녀를 뒷전으로 하고 다른 친구들은 낚싯대를 바다에 던집니다.

손맛도 보고 싱싱한 회와 매운탕, 주꾸미, 갑오징어도 먹고

"잡았다! 광어야~대박이다! 이것 봐 묵직한 것이 1.5kg은 너끈히 될 거야~ "

선상이 떠나갈듯 큰 소리로 외칩니다. 심한 멀미로 살려달라며 눈물로 하소연하는 친구의 고통을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손맛을 제대로 본 친구는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또 다른 친구가 우럭을 잡았습니다. 신이 나서 모두들 큰 소리로 외쳐댑니다.

점점 파도가 거세집니다. 함께 기뻐하던 저도 멀미를 시작합니다. 배 멀미는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바다에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극한 상황까지 가게 되니까요. 한편에서는 고기를 잡아 기뻐하고 다른 한편은 멀미로 인한 고통으로 배 안은 적과의 동침이 따로 없습니다.

경험 많으신 선장이 소주를 한 잔 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우럭을 잡았다며 탄성을 지릅니다. 고통을 참아가며 그녀들의 기쁨을 남기기 위해 증거 사진을 찍어 줍니다. 삶의 체험현장이 따로 없습니다.

선장이 파닥파닥 뛰는 광어를 노련한 솜씨로 회를 떠줍니다. 친구들은 이렇게 맛있는 회는 처음이라며 너스레를 떨며 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습니다. 아마도 물고기를 직접 잡은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것쯤이야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요. 회를 먹지 못하는 저를 놀리면서 말입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성식(63) 선장, 평생을 어부로 살아오신 맘씨 좋은 선장님입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성식(63) 선장, 평생을 어부로 살아오신 맘씨 좋은 선장님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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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쓰러져 있던 친구가 극에 도달했는지 살려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멋지게 자세를 취했던 선글라스도 모자도 바닥에 나뒹굽니다. 고생하는 친구를 위해 친절한 선장이 파도가 심하지 않은 잔잔한 곳으로 이동해 줍니다. 포구와 가까운 곳입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성식(63) 선장은 평생을 어부로 살아왔으며, 물고기가 잡히는 장소를 잘 알고 있습니다.

"바다낚시하기는 5~6월, 9~10월이 적기입니다. 이때 오시면 손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답니다. 2남1녀를 삶의 터전인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팔아서 키우고 가르쳐서 지금은 각자 가정을 꾸려 잘 살고 있지요. 이제는 힘든 일을 할 수 없어 낚시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낚시를 할 수 있도록 안내도 하고 배를 빌려 주어 용돈벌이 정도를 하며 삽니다."

이곳은 갑오징어와 주꾸미가 많이 나오는 곳이라고 합니다. 낚싯대도 바뀌었습니다. 미꾸라지를 바늘에 뀌는 것이 싫어서 광어나 우럭 낚시는 포기했었는데 갑오징어 낚시는 가짜 찌를 이용하여 낚시를 합니다. 얼추 멀미는 진정 되어서 저도 도전을 해 봅니다.

선장의 가르침대로 낚싯대를 천천히 움직여 봤는데 뭔가 묵직한 느낌입니다.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재빨리 올려 봅니다. "와우 갑오징어다!" 제가 첫 번째로 갑오징어를 낚았습니다. 다른 친구가 주꾸미를 잡아 올렸습니다. 낚시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던 안면도에 사는 친구는 밥과 매운탕을 준비합니다. 우럭과 갑오징어는 회를 뜨고 주꾸미는 라면과 함께 먹음직스럽게 익어 갑니다.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자연산 광어회를 맛있게 먹기 위해 상추에 한 가득 쌌습니다.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우나 불행히도 저는 회를 먹지 못합니다.ㅠㅠ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자연산 광어회를 맛있게 먹기 위해 상추에 한 가득 쌌습니다.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우나 불행히도 저는 회를 먹지 못합니다.ㅠㅠ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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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 함께 끓여 그맛이 일품인 주꾸미 샤브샤브입니다.
 라면과 함께 끓여 그맛이 일품인 주꾸미 샤브샤브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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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탕을 끓이기 위해 갖은 재료들이 모여 있습니다.
 매운탕을 끓이기 위해 갖은 재료들이 모여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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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의 일몰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주부우울증을 모두 갖고  안녕이라며 구름 사이로 서서히 넘어 갑니다.
 꽃지의 일몰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주부우울증을 모두 갖고 안녕이라며 구름 사이로 서서히 넘어 갑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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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느라 허기가 졌던 친구들은 선상 만찬을 즐기기 위해 모두 한자리에 둘러앉았습니다. 멀미가 심해 낚시를 함께 즐기지는 못했지만 친구도 함께 만찬을 즐깁니다. 쫄깃하면서 단맛이 난다며 친구들은 회를 맛있게 먹습니다. 낚시하기에 적절한 날씨. 콧속에 바닷바람을 넣고 신나게 손맛도 보고 배가 부를 정도로 회를 실컷 먹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며 즐거워합니다. 멀미 안녕~주부우울증 안녕~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노화가 시작되고 신체적인 변화에 당황해하며 집안에서만 지내며 우울해하는 것보다 가끔 하루만이라도 일상탈출을 하여 마음의 찌꺼기들을 털어내고 활기찬 생활로 돌아온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요.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묘약이 따로 없습니다. 꽃지의 일몰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주부우울증을 모두 갖고 안녕이라며 구름 사이로 서서히 넘어 갑니다.

ⓒ 조정숙


태그:#바다낚시, #광어낚시, #갑오징어낚시, #꽃지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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