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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을이 깊습니다.

가을의 빛깔은 가슴 저미게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삶의 마지막 순간 혼신의 힘을 다해서 내어놓는 빛깔이기 때문입니다.

내 삶 마지막 순간에는 어떤 빛깔을 낼 것인지, 내 안에 아름다운 빛깔이 남아있기나 한 것인지 가을 들판을 바라보면 추수할 것 없는 것 같은 나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을이 이렇게 왔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온 가을처럼 어느새 가버릴 것입니다.

 

 

가을 햇살 가득 머금은 배롱나무의 단풍은 한껏 화장을 한 여인같습니다.

자연은 때를 놓치지 않고 그 모습대로 피고지는데 사람은 자기의 때를 종종 놓치고 후회를 합니다. 어쩌면 그 어리숙함으로 인해 사람일 것입니다.

 

한때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허황된 꿈이라는 것을 알고 나 자신의 못남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때 마음이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리하지 않았다면 내 삶이 주는 무게에 넘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니 감사할 뿐입니다.

 

 

올 봄에 옮겨져 심겨진 산수유, 한 여름 내내 보잘것 없능 이파리로 보내고 가을을 맞이해서도 변변치 않은 단풍을 맺더니만 열매의 붉은 빛만큼은 남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계절의 의미들이 열매를 맺기 위한 과정이니 지난 세월 변변치 못했어도 열매를 맺은 산수유가 기특해 보이는 것입니다. 풍성하지 않아도 그 수고가 너무도 감사한 날입니다.

 

나는 무슨 열매를 맺고자 이렇게 살아가는 것일까 싶을 때가 잦습니다.

어떤 열매들은 이미 익어 떨어진 것도 있고, 차마 익지 못하고 떨어진 것도 있으며, 썩어버린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맺을 열매가 남아있다는 희망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겠지요.

 

 

남의 말이 구구절절 옳다고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내 안에 품고있는 독기가 얼굴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거울 앞에서면 어찌 그리도 선명하게 나타나는지 놀랄 때가 있습니다. 마음 감추기를 잘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면서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말을 삶으로 살아가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구나 실감합니다.

 

아니, 엄밀하게 원수도 아니건만 용서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것을 보면 아직 가을처럼 성숙한 사람이 되려면 멀었나 봅니다.

 

 

 

초강대국 미국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라도 그 꽃이 달갑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우리 들꽃을 밀어내고 무성하게 피는 꽃이라니 마치 제국주의의 속성을 닮은듯하여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꽃인데 그네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생각하니 먼 이국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주민의 삶의 한 단편인듯하여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가을엔 다양한 빛깔들이 추파를 던집니다.

그런 빛깔의 편지지에 간결한 편지 한 장 써서 사랑하는 이의 얼굴에 함박웃음 전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떤 빛깔을 좋아하시나요? 그 좋아하는 가을빛에 사랑한다는 흔하디 흔한 말이라도 곱게 써서 보내고 싶습니다.


태그:#가을빛, #구절초, #산국,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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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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