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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은 12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 고른기회장학재단'(이하 삼성장학재단)의 한국장학재단 편입 시도에 대해 "전형적인 파쇼정권의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한국장학재단은 이명박 대통령의 17대 대선공약인 이른바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구축'의 일환으로 설립된 학자금 지원 전문기관으로 이경숙 전 인수위원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부 장학기관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보수의 가치는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사유재산을 보장하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보수주의의 기본, 시장경제의 원리도 모르고, 철학도 없는 엉터리 보수정권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무리 급하더라도 장학사업 한다고 남의 재산을 뺏어 집어넣으면 안 된다"며 "정부가 흔들면 앞으로 누가 사회헌납하고 기부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총리를 지냈다. 삼성장학재단은 그가 부총리로 재직하던 지난 2006년 이른바 'X파일' 사건 등으로 곤욕을 치른 이건희 삼성 회장이 헌납한 8000억 원을 종잣돈으로 만들어졌다.
 
"노무현과 삼성, 재단 운영 관여않기로 합의... 정부가 흔들면 누가 기부하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 부총리는 삼성 헌납액 8000억 원 용처를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논의 끝에 기부자의 뜻과 정부의 뜻이 맞아 떨어져 '삼성 이건희장학재단'(현 삼성장학재단)이 만들어졌다. 정부와 삼성은 장학재단을 설립하면서 '기부자-정부 모두 재단운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이건희 회장은 8000억 원을 헌납하면서 꼭 장학사업에 썼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나와 노 대통령도 재벌총수가 번 돈을 헌납한 것이니만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노 대통령은 사회 양극화를 메워주는 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통한 신분상승이라고 봤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돈을 쓰자는 게 그의 참뜻이었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역시 "국가가 관여하지 않으면 우리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해서 당시 교육부가 종교계, 학계, 시민단체 추천을 받아 장학재단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했고, 초대 신인령 이사장이 선임돼 공정하게 운영돼 왔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의 경우, 하버드나 예일 대학 기부자들도 기부만 해놓고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데, 이런게 진정한 기부문화"라면서 "우리나라는 돈 낸 사람의 자손이 재단을 장악하고 상속하고, 대대손손 재단 재산을 축내는 게 큰 문제"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정부가 민간 장학재단을 귀속시키는 데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최근 삼성장학재단 논란은 47년 전인 지난 1962년 박정희 정권이 부일장학재단을 정수장학회로 강제 헌납시킨 행태와 똑같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연좌제를 적용하고, 힘으로 민간 장학재단을 뺏는 등 이명박 정권이 하는 일을 보면 차마 눈 뜨고 못 볼 정도"라며 "박정희 유신 시절, 군사정권 시절로 되돌아 간 듯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 재원 마련 못하니 민간재단에 손대"
 
그는 정부가 여론의 비판에도 무리수를 둔 데 대해 "정부가 약속한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를 시행할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으니 민간 재단까지 손을 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는 "정치쇼"일 뿐이며, 실현 가능한 방법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대학생들의 안정된 학자금 조달과 재정 확충을 위해 "교육발전기금 3조 원을 책정해 사립대학을 획기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위해 등록금 상한제와 학자금 대출이자 차액보전금 적립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자금 대출금리를 현행 5.5%에서 OECD 대출이자(3% 이내)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에 "사유재산을 자유롭게 보장하되 부자들이 후손들을 위해 기부하고 존경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국가가 민간 재단을 좌우하지 말고,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태그:#삼성장학재단, #김진표, #부일장학회, #이명박 ,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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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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