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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정운찬 국무총리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증인 채택문제로 파행을 겪었던 탓에 9일 예정된 서울교육청 국감 역시 파행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 속에 서울교육청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계속된 질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주로 서울의 6개 외고 문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급식 문제, 일제고사 문제 등을 추궁하는 가운데 최재성 의원이 먼저 양천고의 사학비리와 서울교육청의 부실감사에 대한 질의를 시작했다.
 
양천고는 1984년에 개교한 학교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학교의 건물은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준공 검사도 받지 않은 무허가 건물이다. 토지와 건물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보니 학교 건물과 운동장 중 일부만 학교법인 소유고 나머지는 서울시 소유 땅이거나 이사장 개인 땅이었다.
 
문제는 이 학교 건물이 들어서 있는 부지 거의 전부가 학교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공원녹지거나 임야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학교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땅에 학교 건물을 짓고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다. 서울교육청 역시 감사를 통해 이를 확인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더 가관인 것은 학교 회계자료에 의하면 양천고의 재단전입금이 2006년, 2007년, 2008년 3년 연속 아예 '0원'이었다. 즉, 학교 설립이 불가능한 서울시 소유지 또는 공원녹지, 임야에 불법으로 학교를 세운 데다, 학교 시설 공사 등도 주로 정부 세금 지원 등으로 이뤄진 것이다. 또 재단 전입금은 0원이었고 학교 운영비는 30억원이라는 혈세와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되고 있었다. 학교 설립부터 이후 건물 재개축 등에 있어서 교육청 등과의 유착이 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30년간 불법 건물에서 아이들 가르쳐 온 양천고
 

 

최재성 의원은 30년 가까이 불법인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불법 건축 문제의 해결과 이사장 개인 땅의 학교법인 귀속, 시유지 무단 불법 점유에 대한 매매 또는 임대료 징수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고 공정택 교육감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학교는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온갖 비리 의혹으로 교육청 감사를 받았고 현재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학교의 비리 의혹을 교육청과 국민신문고에 알린 교사는 현재 파면된 상태. 최재성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질타를 이어 나갔다.
 
최 의원 말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이 2006년에도 서울 동일학원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교사의 이름을 학교에 알려줘 교사를 파면하게 만들더니, 이번에도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민원인이 누구인지 학교에 알려준 것은 '공무상비밀누설죄'일 뿐만 아니라 비밀엄수 의무 위반이 명박핟.
 
또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에도 비리 제보 교사의 신분에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보호 조항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최 의원의 집중 추궁에 공정택 교육감은 감사의 문제점과 교사 징계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조치를 약속했다.
 
이날 오후에는 양천고 사태에 대한 김영진 민주당 의원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영진 의원은 서울시교육청 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당시 감사 담당자를 불러올 것을 요구했다. 당시 감사 담당자는 이전까지 사립학교 지원금을 담당하는 사학진흥계 소속이었는데 이후에는 사립학교를 감시하는 감사계로 옮겨서 양천고를 감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제까지는 지원을 하다 오늘 감시하는 부서로 옮겨서 제대로 감사를 했겠냐'는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동창회비-자습비-급식으로 이어지는 횡령과 비리
 

 

유령동창회를 통한 동창회비 불법 수령 및 횡령의혹, 상록실이라는 특별 자습실 운영을 통하여 학생들에게 불법적으로 자습비를 걷고 이를 일부만 반환한 것 등에 대한 횡령죄 추궁이 있었다. 특히 10년간 학교 급식을 담당했던 보라미푸드라는 회사가 유령회사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회사는 99년부터 양천고 급식을 담당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초기에는 문모씨의 부인 명의로 운영되었는데 이 문씨는 이사장의 운전기사이자 법인 이사였다. 2005년부터는 박모씨가 대표로 학교 급식을 담당하였는데 황당한 것은 급식 계약의 양 당사자인 갑과 을이 주소지가 같다는 것이다. 교직원과 식당 직원들에게 확인 결과 박모씨는 이사장과 한집에 사는 동거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양천고 이사장이 이사의 부인과 자신의 동거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유령회사를 차리고 이를 통하여 급식회사를 운영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회사의 사무실 역시 학교 내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 황당한 것은 이 보라미푸드라는 회사의 설립 등기를 대법원 등기소에서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등록된 모든 법인과 회사들의 등기부가 올라있는 대법원 등기소에 '보라미푸드'라는 상호를 가진 회사를 검색해 보면 그런 상호가 없다는 것으로 나온다. '보라미'라는 상호를 검색해 보아도 보라미푸드라는 회사는 나오지 않는다. 김영진 의원은 이 보라미푸드라는 회사가 설립되지도 않은 유령회사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학교급식법이나 식품위생법 뿐 아니라 횡령과 탈세 등의 범죄가 성립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집중 추궁에 공 교육감은 양천고 감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재감사를 약속했다. 그리고 이를 제보한 교사의 파면 사태에 대해서도 조치를 약속했다.
 
위조로 드러난 상록학원 이사회 회의록 필적들
 

 

이후 서울교육청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치닫는 바람에 더 이상 양천고 사태에 대한 추궁은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준비한 사전 질의를 통하여 새로운 의혹을 사실로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그동안 위조 의혹이 제기되었던 상록학원 이사회회의록을 문서감정원에 필적 감정 의뢰한 결과 이사회 회의록의 이사 사인이 위조되었다는 것이다. 친필로 확인된 최모 이사의 사인과 양천고 이사회회의록에 서명된 이사의 사인이 전혀 다른 사람의 필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최모 이사는 불참한 회의에도 발언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 이사회회의록 위조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되는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감사의 감사보고서 역시 위조되었다는 것이다. 2007년과 2008년의 감사보고서에 날인되어 있는 홍모 이사의 필체와 사인이 모두 달라 동일인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 필적 감정 결과 드러났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이미 감사를 통하여 이 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를 하지도 않고 회의를 한 것처럼 위조하여 서울교육청에 제출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 위조에 이어 법인 이사회 회의록 위조와 감사보고서 위조 의혹까지 새롭게 확인 된 것이다.
 
얼마 전 서울중앙지검은 총신대 이사장과 법인 관계자 3명을 이사회회의록 위조 혐의로 구속 기소하였다.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과 이사회 회의록, 감사보고서를 위조한 것은 형법의 문서위조조와 사인위조죄일 뿐 아니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분명하다. 그런데 서울교육청은 이런 문제점을 전혀 형사고발하지도 않았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실 역시 양천고의 사학비리와 서울교육청의 부실감사, 교사의 부당 파면 등에 대한 질의를 준비하였는데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의 비리 사학 봐주기와 공익제보자에 대한 사학의 보복 징계라는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상록학원 양천고의 각종 비리 의혹과 이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봐주기 감사의 실태, 그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교사의 실상을 잘 볼 수 있다.
 
한 번 더 기회 얻은 교육청과 검찰, 이번엔 잘하길
 
현재 유령동창회에 의한 동창회비 횡령 의혹, 상록실 자율학습비 횡령 의혹, 체육복 판매대금 횡령·배임 의혹, 급식비 횡령·배임 의혹 등의 형사고발에 대한 서울남부지검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애초 이런 각종 의혹에 대해서 서울남부지검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이에 전교조서울지부가 고등검찰청에 항고하자 고검이 재수사 명령을 내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하여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되었던 몇 가지 범죄 사실이 명백하게 사실로 확인되었다.
 
서울교육감은 재감사와 부당 파면에 대한 조치를 약속했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양천고 사태의 해결에 작은 단초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 번씩 양천고에 면죄부를 주었던 서울시교육청과 서울남부지검에 또 한 번씩의 기회가 주어졌다.
 
최재성 의원실과 김영진 의원실은 "교육과학기술부 확인 감사 때도 반드시 서울교육청의 양천고 재감사 문제를 따질 것이며, 이것이 미흡할 경우 교과부에게 서울교육청을 감사하도록 요구하고, 감사원 감사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청와대와 검찰은 지역토착비리 근절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역 토착비리 유형이 사학비리인 것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재감사 결정과 서울남부지검의 재수사가 과연 양천고의 사학비리 의혹과 교사 부당 파면으로 이어진 양천고 사태를 어떻게 결론 낼지 주목된다.

태그:#양천고, #유령동창회, #재감사, #김영진, #최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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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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