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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간이 시작되는 원효사 입구.
 2구간이 시작되는 원효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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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에서부터 걸어서 무등산을 탐방할 수 있는 무등산 옛길이 복원돼 시민들에게 완전 개방됐다. 오랫동안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겼던 무등산 옛길은 두 구간으로 나뉜다.

지난 5월 개방된 제1구간은 산수동에서 원효사까지 7.75km, 지난 10일(토요일) 개방된 제2구간은 원효사에서 제철유적지, 서석대에 이르는 4.12㎞. 총 11.87㎞이다. 단위는 달라도 무등산 높이(1187m)와 숫자가 같다.

광주시는 10일 오전 10시 박광태 시장, 강박원 시의회 의장 등 관계기관장, 시민 등 약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 앞 잔디광장에서 옛길 제2구간 개방행사를 가졌다.

박광태 시장이 10일 오전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무등산 옛길 개방행사에 참석하여 옛길 탐방기 공모 당선작 수상자에게 시상 한 후 참석 내빈들과 함께 옛길 표지석 제막식을 가진 후 조성된 옛길을 시민들과 함께 걷고 있다.
 박광태 시장이 10일 오전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무등산 옛길 개방행사에 참석하여 옛길 탐방기 공모 당선작 수상자에게 시상 한 후 참석 내빈들과 함께 옛길 표지석 제막식을 가진 후 조성된 옛길을 시민들과 함께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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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개방된 제2구간은 원효사∼제철유적지∼서석대까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천연림구역으로, 원효사∼제철유적, 제철유적∼치마바위, 치마바위∼군사작전도로, 군사작전도로∼서석대 및 입석대 등 4개 구간으로 구분된다.

개방 행사에 참석한 뒤, 직장동료들과 함께 사람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2구간과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중봉을 왕복 6시간에 걸쳐 여유로운 마음으로 산행했다. 

2구간에는 유난히 산죽이 많다.
 2구간에는 유난히 산죽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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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의 숨겨진 속살과 원시 비경의 보고, 옛길 2구간

1970년대 도로가 뚫리면서 사라진 무등산 옛길은 옛날에 우리조상들이 담양 남면에서 광주로 소를 내다 팔기 위해 넘어 다녔던 길이며, 과거시험을 위해 한양으로 가던 길에 목을 축였던 주막터가 있던 길이기도 하다.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 뒷 계단에서 시작되는 옛길 2구간 입구에 들어서자, 녹색융단 같은 이끼와 낙엽들이 크고 작은 바위와 산길 곳곳에 두툼하게 깔려 있다.

2구간 곳곳에 걸려 있는 안내 프랑카드.
 2구간 곳곳에 걸려 있는 안내 프랑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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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등산로는 딱딱하게 굳어 있는데 반해 옛길은 대부분 흙길이 평탄한데다 소나무, 상수리나무, 삼나무, 참나무, 떼죽나무, 졸참나무, 편백나무 등 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녹음속에서 산행할 수 있어 여유롭고 편안하다. 

주변에는 이름 모를 식물과 산죽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고, 야생초와 산딸기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지천에 널려 있다. 특히 이곳은 산다람쥐와 야생동물들의 천국이다. 놀란 다람쥐들이 경계하며 소리치고, 몇몇은 바로 눈앞에서 반대편으로 달아난다. 무성한 가시덤불이나 낙엽 아래에는 다람쥐 등 야생동물들의 식량인 도토리와 상수리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치마바위에서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치마바위에서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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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700m 정도 걸어 들어가니, 금곡동 제철 유적지라는 푯말이 보인다. 쇠를 녹여 칼을 만들었다는 주검동. 이곳에서는 바로 옆에 흐르고 있는 계곡의 물과 사철, 나무들을 이용하여 수백 년 전 질 높은 무기를 만들었다는 내용과 당시 무기 등을 제작하면서 나온 '쇠 찌꺼기' 등이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제철유적을 조금 벗어나니,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이름이 새겨진 커다란 바위가 눈길을 끈다.

열명 남짓이 올라 앉아 배낭 속 먹을거리들을 꺼내 한 상을 차려도 너끈한 치마바위에서 일행들과 준비해 간 간식 먹으며 정담도 나누고, 숲의 향기도 한껏 호흡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2구간에는 곳곳에 유적지의 흔적이 남아있다.
 2구간에는 곳곳에 유적지의 흔적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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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재촉하여 20여 분을 걸으니, 지난 1960년대 군부대가 위치했던 넓은 공터가 눈에 들어온다.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한가롭다. 구도자의 사색하는 장소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사약을 만드는 재료였던 천남성을 비롯 좁쌀풀, 쑥부쟁이, 구절초 등 야생초와 산딸나무, 비목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지천에 널려 있다. 자연의 보고다.

구간 주요지점과 갈림길 등에는 이정표와 안내시설물이 설치돼 있고 탐방객이 위치와 거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300m마다 표지목이 설치되어 있어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군사작전도로에서 2구간의 종점 서석대까지는 500m, 입석대까지는 1㎞ 거리다. 옛길 2구간 중 가장 가파르다. 바닥이 온통 돌계단이다. 예전에는 일반인들은 오를 수 없을 정도로 급경사였으나 옛길을 조성하면서 자연석이나 썩은 나무 등으로 계단을 만들어 지금은 좀 더 쉽게 갈 수 있도록 정비되어 있다.

300미터 간격으로 길 안내를 하고 있는 무등산 옛길 표지판.
 300미터 간격으로 길 안내를 하고 있는 무등산 옛길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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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병풍을 둘러쳐 놓은 듯한 수정병풍, 주상절리 서석대

서석대 전망대에 오르니, 서석대와 광주시 전체가 한눈에 조망된다. 예전에 이곳에 왔을 때에는 서석대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울창한 나무들이 앞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소장 임희진)가 무등산 옛길을 개발하면서, 예산을 들여 서석대 전면 전경을 정면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공간 확보 및 사진 촬영 등이 가능한 시설 등을 갖추었다.

거대한 병풍을 둘러쳐 놓은 듯한 장엄한 선돌바위인 서석대는 저녁노을이 지면 햇살에 반사되어 수정처럼 반짝거리기 때문에 "수정병풍"이라고 부른다. 청명한 날에는 광주 시가지에서도 서석대를 볼 수 있다.

서석대 올라가는 입구.
 서석대 올라가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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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바로 옆의 입석대와 연결되고, 입석대에선 소래봉과 백마능선(억새가 바람에 휘날리는 것이 백마의 갈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무등산 산행의 절정코스라 할 수 있다. 이곳 주변에는 산부추와 보라색의 용담꽃, 취나물, 억새풀 등이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을단풍도 채색 중이다. 이달 말쯤이면, 무등산 전체가 붉게 물들 것으로 전망된다.

2구간은 대부분 흙길이라서 발바닥에 와 닿는 촉감이 부드럽다.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걷고 싶어진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도 아니고, 심하게 가파른 곳도 별로 없다. 길이 평평해 오솔길이나 산책로를 걷는 편안한 느낌을 준다.

서석대 주변의 주상 절리대.
 서석대 주변의 주상 절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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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 2구간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의 발과 손을 거의 안 타고, 조용하고 한가롭다는 점이다. 자연 고사(枯死)해 쓰러진 채 썩은 나무도 자주 눈에 띄고, 원시림의 신비감 같은 느낌을 주는 곳도 많다.

2구간은 그야말로 무등산의 숨겨진 속살과 원시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조용한 심산유곡같은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한편 무등산 옛길 2구간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1일 3회 시간제로 운영된다. 내려오는 길은 다른 곳을 이용해야 한다. 시민들은 기존 1187번뿐 아니라, 산수동 무등산 옛길 입구와 산수 오거리를 지나는 시내버스 1, 15, 27, 28, 74, 80, 187, 1000번을 이용할 수 있다.

정면에서 바라본 서석대의 위용.
 정면에서 바라본 서석대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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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 고옥란씨는 "무등산 옛길은 등산이라는 수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색하고 공유하는 수평적인 개념으로 조성된 곳"이라며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서로 이해하고, 교류하고, 자연의 소중함과 경이로움을 가슴에 한껏 담아가는 자신의 삶과 미래를 되돌아 보는 여유로운 산책로로 이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부 이순금(52)씨는 "무등산 옛길은 숲이 아름답고, 평탄한 오솔길이 많아 등산로라기 보다는 오솔길 같은 느낌이 든다"며 "무릎 관절이 안좋은 나에게는 너무나 좋은 코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선수(59)씨는 "이곳은 자연의 정취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원시림의 느낌을 주어 좋다. 그야말로 자연의 큰 선물이다. 1, 2구간 왕복산행이 10시간 정도 소요돼 산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안성맞춤이다"고 말했다.

길게 늘어선 장엄한 서석대의 절경.
 길게 늘어선 장엄한 서석대의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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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 임희진 소장은 "도심에서부터 걸어서 옛 문화의 정취를 느끼며 무등산을 찾을 수 있도록 또 하나의 명소로 만들어간다는 당초계획과 더불어 옛길을 찾는 탐방객의 탐방환경을 개선하면서 더욱 많은 문화적인 내용도 더 담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효사에서 제철유적지와 충장공유적지를 거치며 원효계곡을 따라 오르는 4.1km의 2구간 옛길은 무아지경에서 인생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길로 이번 개방준비기간에는 구간별로 이야기를 붙여가는 스토리텔링작업도 같이 실시하여 생태문화탐방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단풍으로 물들고 있는 무등산 정상.
 단풍으로 물들고 있는 무등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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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기같은 억새군락, 백마능선의 중봉

내려오는 길에 중봉을 거쳐 왔다. 억새의 장관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끝없이 펼쳐진 억새들이 은빛 물결을 이룬다. 억새가 만개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현재 억새의 물결만으로도 일대장관이요, 아름다움의 극치다.

중봉에는 원래 군부대가 주둔했다. 1999년 부대가 이전하면서 처음 개방됐다. 그후 다시 흙을 깔고 복원사업을 시작했는데, 막사를 뜯어낸 완만한 능선과 연병장에는 억새가 가장 먼저 뿌리를 내렸다.

억새가 물결치는 산책로를 여유있게 걸어가고 있는 등산객.
 억새가 물결치는 산책로를 여유있게 걸어가고 있는 등산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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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 가운데로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목책으로 둘러싼 300m의 산책로는 걷기 좋은 코스이다. 억새밭 너머로 야트막한 호남의 산줄기들이 어깨동무하며 무등산을 에워싸고 있다. 이식한 지 얼마 안된 키작은 침엽수림 틈새까지 억새가 자라 이채롭다. 억새밭 가장자리에는 꽃잎이 떨어져가는 산구절초가 보이고, 꿀을 찾는 벌들도 많이 눈에 띈다.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된 채 벽돌 조각들이 나뒹굴던 황무지는 복원 11년 만에 이렇게 아름다운 억새 군락으로 변했다. 성공적인 생태복원사업으로 무등산 중봉 억새밭은 서석대, 입석대 등의 주상절리대와 함께 무등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무등산 중봉에 물결치는 억새 군락.
 무등산 중봉에 물결치는 억새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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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억새는 두 곳으로 나뉘는데, 무등산장 원효사 지구에서 꼬막재를 넘어가는 목장 일대와 규봉암 가는 길에 펼쳐진 억새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동화사터를 올라 능선에서부터 시작되어 중봉 근방과 군부대 복원지, 장불재를 지나 백마능선과 안양산까지 펼쳐진 억새의 물결이 환상을 이룬다. 억새꽃으로 유명한 산들이 많지만, 무등산 억새는 늘 등산객들을 가슴 저미는 그리움 속으로 이끌어간다.

산을 내려오니, 하루종일 대지를 뜨겁게 비추던 햇살이 어느 사이 석양에 누워 마지막 웃음을 선사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많은 양의 운동량 때문에 다리가 팍팍하고 몸이 피곤하다. 그러나 마음은 비싼 보약을 여러 첩 먹은 듯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다.

말갈기같은 중봉의 억새들.
 말갈기같은 중봉의 억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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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무등산 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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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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