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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럴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내년(2010년)부터 중학교에서는 '국어'도 국정(國定)이 아니라 검인정(檢認定) 교과서로 수업을 하게 된다(고등학교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는 교육부(현 교과부, 옛날에는 문교부)에서 만든 국정 교과서로 가르치고 배웠는데, 이제는 각 출판사가 자체 제작하여 검정을 통과한 검인정 교과서로 교수-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어 교과서가 검인정이라면 기상 세대들은 약간 의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23종의 검인정 교과서가 제작되어 각 중학교로 보내졌고, 각 중학교의 국어 교사들은 논의를 한 끝에 그 중 1종의 교과서를 선정, 그 결과를 시도 교육청에 보고하였다(2009년 8월부터 10월). 교육청은 내년 3월초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 그 학교 국어 교사들이 선정한 '새' 검인정 국어 교과서를 배부한다.

국어 교과서가 국정이 아니라 검인정이므로 각 학교에서 가르치는 국어 교과서의 내용이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다른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다른 교과서들에 많이 나오는 문장일수록 학생들에게 소개도 하고 수업 시간에도 다루어주어야 한다.

내년도에 각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배부되는 23종 92권(1학기 국어, 1학기 생활국어, 2학기 국어, 2학기 생활국어)의 중1 검인정 국어 교과서에는 어떤 시(시조 포함)와 소설들이 실려 있는지 분석해 보았다.

어떤 시인, 어떤 소설가가 많이 실렸나

먼저, 작가별 수록 빈도를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작가는 김소월이다. 23종 92권에 모두 19회 수록. 엄마야 누나야 12회, 진달래꽃, 가는 길, 풀따기 각 2회, 산유화 1회.

두 번째 많이 수록된 작가는 허균이다. 홍길동전 한 작품이 18회.

세 번째 박완서로 17회. 자전거 도둑 10회, 옥상에 핀 민들레꽃, 그 많던 상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각 3회, 그 산이 거기 정말 있었을까 1회.

네 번째 황순원으로 14회. 소나기 7회, 학 5회, 송아지 2회.

다섯 번째 윤동주 12회. 오줌싸개 지도 3회, 만돌이, 굴뚝 각 2회, 서시 등 5편 각 1회.

여섯 번째 김영랑 11회.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9회,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2회.

일곱 번째 심훈과 박두진, 안도현이 각각 10회 수록되어 있다. 심훈은 상록수 7회, 그 날이 오면(시) 3회이고, 박두진은 해 5회, 하늘 4회, 꽃 구름 속에 1회이다. 안도현은 연탄 한 장 3회, 제비꽃에 대하여 2회, 살구꽃 지는 날, 기다리는 이에게, 우리가 눈발이라면, 철길, 너에게 묻는다 각 1회이다.

10회 이상 수록된 작가는 모두 9명이다.

수록 횟수가 많은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다. (이름에 밑줄이 그어진 작가는 옛날에 중고교를 다닌 기성세대가 재학 시에는 국어 교과서에서 결코 그의 작품을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이다. 이렇게 밑줄을 그어 표시를 내어보는 것은 그만큼 교과서 수록 작가가 변화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해보려는 취지이다. 실제로 이번 검인정 국어교과서에 2회 이상 수록된 작가 73명 중에서 이름에 밑줄이 그어질 만한 사람은 전체의 33%인 24명이나 되었다.)

10회 이상 (9명)
시(5명) : 김소월 (19회) 윤동주 (12회) 김영랑 (11회) 박두진, 안도현 (10회)
소설(4명) : 허균 (18회) 박완서 (17회) 황순원 (14회) 심훈 (10회, 3회는 詩)

9회 (2명)
시 : 기형도
시조 : 이병기

8회 (4명)
시(1명) : 박목월
소설(3명) : 김유정 / 하근찬 / 현덕

7회 (4명)
시(3명) : 김광섭 / 김용택 / 도종환
소설 : 권정생

6회 (2명)
시 : 이해인 / 정지용

5회 (2명)
소설 : 이문열 / 이은성

4회 (7명)
시(6명) : 권태응 / 김억 / 정호승 / 한인현 / 허영자 / 황인숙
시조 : 김상옥

3회 (20명)
시(7명) : 고은 / 김동명 / 박경종 / 박화목 / 복효근 / 양정자 / 정현종
시조(4명) : 이은상 / 정몽주 / 이방원 / 윤선도
소설(9명) : 김훈/ 박상률 / 박지원 / 박태원 / 오승희 / 오영수 / 이청준 / 이현주 / 전광용

2회 (23명)
시(14명) : 강동주 / 김광규 / 김동환 / 박홍근 / 신경림 / 신형건 / 유치환 / 이시영 /
         이육사 / 이장희 / 임길택 / 정진규 / 한용운 / 홍윤숙
시조(5명) : 남구만 / 이호우 / 황진이 / 이희승 / 정완영
소설(4명) : 위기철 / 이미륵 / 흥부전 작가 / 춘향전 작가

1회 (105명)
시 : 조지훈 등 64명
시조 : 이순신 등 7명
소설 : 현진건 등 34명

92권의 교과서에 178명의 460편 작품(시, 시조, 소설)이 실려 있다. 교과서 한 권당 5편꼴이다. 

이를 갈래별로 다시 나눠보면
시는 103명 시인의 252편이 실려 있어서 권당 2.7편꼴,
시조는 18인의 42편이 실려 있어서 권당 0.5편꼴,
소설은 57명 작가의 166편이 실려 있어서 권당 1.8편꼴이다.

학생들이 한 학기(6개월) 동안 시는 5.4편꼴, 시조는 1.0편꼴, 소설은 3.6편꼴로 배우는 형편이다(한 한기에 국어 교과서 본권과 생활국어 두 권의 교재를 다룬다). 이를 1개월 단위로 생각해보면, 한 달에 시 0.9편꼴, 시조 0.2편꼴, 소설 0.6편꼴을 배우는 것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문학 작품의 수가 너무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글에서 말하는 작품의 편수는 교과서 본문에 전문으로 수록된 작품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본문 뒤에 붙은 '연습 문제'에 작품의 일부가 나오는 것까지 모두 포함한 통계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 것은, 연습문제에 작품의 일부가 나오면 교사가 본격적인 작품 해설과 감상까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수업의 텍스트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든 학생들이든 연습문제의 작품은 본문에 나오는 작품만큼 비중있게 생각하지는 않으므로 검인정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의 수가 충분한지 여부를 따질 때에는 숫자상의 작품 수보다 실제로는 적게 수록되어 있다고 낮춰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참고로 <녹색평론> 1994년 7-8월호에 게재된 서울대학교 철학과 김남두 교수의 논문 <국가경쟁력과 인간교육> 일부를 읽어보자.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읽을거리가 오늘의 국어교과서 정도와 수준이라면 정신적 성장의 부실함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중략) 중고등학교의 국어교과서를 없애고 중고등 전과정을 거쳐 100권 정도의 국내외 문학작품을 읽히는 것을 국어교과의 내용으로 삼자.

어떤 시, 어떤 소설이 많이 실렸나

이어서, 작품별 수록 빈도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8회 (1편)
소설 : 홍길동전(허균)

12회 (1편)
시 : 엄마야 누나야(김소월)

10회 (1편)
소설 : 자전거 도둑(박완서)

9회 (2편)
시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김영랑) 엄마 걱정(기형도)

8회 (1편)
시조 : 별(이병기)

7회 (3편)
소설 : 소나기(황순원) 상록수(심훈) 수난이대(하근찬)

6회 (2편)
시 : 저녁에(김광섭)
소설 : 동백꽃(김유정)

5회 (4편)
시(1편) : 해(박두진)
소설(3편) : 동의보감(이은성) 학(황순원) 명혜(김소연)

4회 (8편)
시(5편) : 연분홍 송이송이(김억) 하늘(박두진) 행복(허영자) 어떤 마을(도종환) 섬집 아기(한인현)
소설(3편) : 몽실 언니(권정생)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나비를 잡는 아버지(현덕)

3회 (17편)
시(7편) : 오줌싸개 지도(윤동주) 연탄 한 장(안도현) 감자꽃(권태응) 그 날이 오면(심훈) 내 마음은(김동명) 등대지기(고은) 초록 바다(박경종)
시조(3편) : 단심가(정몽주) 하여가(이방원) 그 집 앞(이은상)
소설(7편) : 하늘은 맑건만(현덕) 옥상의 민들레꽃(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오승희) 칼의 노래(김훈) 육촌 형(이현주) 허생전(박지원)

2회 (38편)
시(24편) : 봄볕(강동주) 청포도(이육사) 동해 바다(신경림) 과수원 길(박화목) 물새알 산새알(박목월) 말의 힘(황인숙) 비(황인숙) 호수(정지용) 이 바쁜 데 웬 설사(김용택) 콩, 너는 죽었다(김용택) 진달래꽃(김소월) 가는 길(김소월) 풀따기(김소월) 공무도하가(백수광부의 처) 별(정진규)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제비꽃에 대하여(안도현) 봄은 고양이로다(이장희) 오라, 이 강변으로(홍윤숙) 나뭇잎 배(박홍근)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김영랑) 기대(양정자) 만돌이(윤동주) 굴뚝(윤동주)
시조(6편) : 어져 내 일이야(황진이) 봉선화(김상옥) 문패(김상옥) 동창이 밝았느냐(남구만) 개화(이호우) 오우가(윤선도)
소설(8편) : 천변풍경(박태원) 꺼삐딴 리(전광용) 봄바람(박상률) 흥부전 춘향전 송아지(황순원) 강아지똥(권정생) 아홉 살 인생(위기철)

10회 이상 수록된 작품은 모두 3편이다.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이 특히 눈에 띈다.

5회 이상 수록된 작품은 12편이다. 시가 4편, 시조가 1편, 소설이 7편이다. 저명한 원로 작가가 아닌데도 여러 책에 중복되어 실린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 김소연의 소설 <명혜>가 두드러진다.

중1 검인종 국어 교과서 23종 92책에 실린 시 중 가장 많이 수록된 작품은 1위가 12회 등장하는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2위가 각각 9회 등장하는 기형도의 <엄마 걱정>과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이다. 이 세 작품은 이 글 첫머리에 실었다. 4위와 5위도 읽어보자. 4위는 8회 등장하는 이병기의 시조 <별>이고, 5위는 6회 나오는 김광섭의 <저녁에>이다. 소설은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별 / 이병기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저녁에 /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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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 <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장편소설 <딸아, 울지 마라><백령도><기적의 배 12척> 등을 썼다. <집> 등 개인 사진전도 10회 이상 열었다.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다. 전교조 활동으로 5년간 해직교사 생활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