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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러운 횟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가락수산시장 먹음직스러운 횟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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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를 앞둔 시장통은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상인들의 상기된 소리에 시끌벅적하다. 시끌벅적하지만 소음처럼 들리지 않고 사람사는 소리로 들려온다.

매일매일 이렇게 시장통이 북적거리면 얼마나 좋을까? 한가위를 앞두고 시장통만 북적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시장통만큼 사람 사는 맛이 풍겨오는 곳은 없을 것 같다.

수산물 시장이 오랜만에 북적거린다.
▲ 가락수산시장 수산물 시장이 오랜만에 북적거린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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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서울이라 명절 때 남들처럼 고향을 가느라 고생하지는 않지만, 어릴 적 흔적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은 고향은 그저 밋밋할 뿐이다. 귀향길이 막힌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시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조금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한가해진 도심을 거닐다보면 '이 정도의 여유로움'을 가진 도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명절을 앞두고 수산시장이 인기다.
▲ 가락수산시장 명절을 앞두고 수산시장이 인기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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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준비를 위해 시장가는 아내를 따라나섰다. 이번 추석의 주 메뉴는 아구탕, 꽃게장, 도토리묵, 송편이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 나가보니 먹고 싶은 것이 많아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된다.

고3수험생인 큰딸이 산낙지가 먹고 싶다고 했단다. 산낙지를 사느라 내가 먹고 싶었던 홍어는 물건너 갔지만 산낙지에 막걸리 한 잔도 뭐 그리 나쁘지 않을 듯하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생선, 얼른 팔고 고향에 갈거라 한다.
▲ 가락수산시장 이제 얼마남지 않은 생선, 얼른 팔고 고향에 갈거라 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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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고 나오는데 할머니 한 분이 우리를 부른다.

"얼마 안 남았는데, 떨이로 줄테니까 가져가. 이것만  팔고 고향 가게!"
"고향이 어딘데요?"
"광주."
"그런데 아직 안가셨어요?"
"안 간 게 아니라 못 갔지. 돈이 좀 있어야 고향 가는 길도 든든하지."


고등어자반과 삼치, 그러나 떨이로 주어도 우리 식구가 먹기에는 너무 많다. 먹을 만큼에 한 마리 남은 삼치를 천원에 샀다. 나중에 마트에 가보니 천원짜리 삼치보다도 작은 것이 삼천원이 넘는다.

전어구이 냄새를 맡고 며느리가 돌아올까?
▲ 가락수산시장 전어구이 냄새를 맡고 며느리가 돌아올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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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수산물, 북적거리는 시장에서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 가락시장 싱싱한 수산물, 북적거리는 시장에서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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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거리는 시장통이지만 오랜만에 손님이 많아서인지 상인들의 얼굴이 밝다. 상인들의 얼굴만 밝은 것이 아니라 풍성한 수산물과 과일들, 추석을 앞둔 풍성한 마음에 손님들의 얼굴도 그리 어둡지는 않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나 역시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짧은 휴일일지라도 오랜만에 늘어지게 낮잠도 자고 시장통도 어슬렁 거리니 좋다. 돈벌이를 위한 일상의 삶에서 탈피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냥 좋은 날이다.

대목, 매일매일 대목이면 좋겠다.
▲ 가락수산시장 대목, 매일매일 대목이면 좋겠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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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에 올릴 소담한 과일들
▲ 가락시장 제사상에 올릴 소담한 과일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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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과일이 풍년이란다. 풍년이라도 제값을 받지 못하니 안타깝고, 흉년이면 흉년이라 안타깝다. 저 때깔 좋은 과일들처럼 우리 서민의 삶도 때깔 좋으면 좋겠건만, 대형백화점이나 어슬렁 거릴 고관대작님 사모님들의 삶만 빠까번쩍할 뿐 서민의 삶은 늘 퍽퍽한 것 같다.

고향 가는 것도 미루고 생선을 팔러나오신 할머니, 잠시 다른 곳을 구경하다 와보니 물거을 다 팔고 정리를 하고 있다.

"할머니, 다 파셨네요?"
"그려, 이젠 고향에 갈 수 있겠네. 고맙네. 팔아줘서."
"고향 잘 다녀오세요."

내가 뛰어놀던 어릴적 고향은 지금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고 있는 이 곳인데, 어릴적 뛰어놀던 동산은 아파트촌이 되어 버렸다. 메뚜기를 잡던 논도 그렇고, 밤과 도토리를 따던 산도 자취를 감췄다.

고향에 간 친구들이 부럽다.


태그:#한가위, #추석,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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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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