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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가 'EBS 초등 중간고사 총정리 방송'을 한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한 초등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봤습니다. 모든 초등학교 홈페이지에 다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무작위로 몇 학교에 들어가 보니, 이 EBS홍보 문건을 공지사항에 올려놓은 곳을 제법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 초등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는 EBS가 보내온 홍보문건을 싣고, 파일도 붙여 놓았습니다. 붙여놓은 문건을 열어보니 추석연휴가 낀 9월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 2주 동안 3,4,5,6학년을 대상으로 EBS 플러스 2(위성) TV를 통해  'EBS 초등 중간고사 총정리 방송'을 한다고 합니다. 홍보 문건 첫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려는 정부의 시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하여 수준 높고 유익한 학습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돈 안내고 '수준 높고 유익한 학습 프로그램'을 방송해 준다니 참 고마운 일입니다. '수준 높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아이들이 보지 않으면 아까우니 "귀 교 학생들이 본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탐구능력 및 사고력을 심화시키는 한편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운영하여 주시고 '가정통신문'등을 통하여 가정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안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부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왜 하필 추석연휴기간에 그것도 온 가족 친지가 모여지낼 저녁시간대에 할까요?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9월 28일과 29일은 방송을 보지 못했고 30일 저녁 6시 30분, 드디어 EBS 플러스2방송을 틀었습니다. 6학년 사회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어디선가 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수능대비 문제풀이 방송 같은 거였습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문제풀이 방송이었습니다.

 

지금은 쓰지 않는 '교육인적자원부' 이름

 

초등학생들에게도 문제풀이 방송이 필요할까? 의아하면서 방송을 보고있는데, 방송에서 쓰는 교재가 따로 있었습니다. 진행하는 교사는 '교재 몇 쪽 몇 번 문제'를 자꾸 외칩니다. 강의교재는 대체 어디서 구하는거지?생각하고 있는데, 그 때 나오는 방송 화면에 뜬 내용이 이상했습니다.

 

방송화면에는 지금은 쓰지 않는 이름 '교육인적자원부'와 '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가 씌어있었고, 진행교사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8년 2월 28일 '과학기술부'와 통합하여 '교육과학기술부'로 바뀌었는데, 방송에서는 여전히 1년하고도 반 년이 더 지난 옛날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었습니다. '재정경제부'는 '기획재정부'로 바뀌었고, '행정자치부'도 '행정안전부'로 함께 바뀌었는데 말입니다. EBS와 진행교사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2년 전에 제작한 방송을 달라진 내용  점검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재탕 삼탕하고 있는 것일까요?

 

EBS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세상에! 방송에서 한 내용이 인터넷에 그대로 떠 있는게 아닙니까? 내용을 띄워보니 방송 장면과 똑같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를 '교육인적자원부'라고 잘못 말하고 있는 것도 똑같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시간과 날짜 맞출 필요도 없이 언제든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EBS는 따로 2주간의 방송기간을 정해서 '2학기 중간고사 총정리' 홍보문건을 각 학교로 내 보내면서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일까요?

 

방송은 '무료'라고 하는데 교재는 구입해야

 

EBS 강의 안내에도 분명히 '무료'라고 되어 있는 '중간고사 총정리' 강의에 쓰이는 강의교재가 따로 있었습니다. 강의교재는 전 학년 모두 8500원씩 했습니다. 강의교재를 펴낸 회사는 ㅎ회사로 따로 있고, '본 교재는 EBS사이트에서 판매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서점에서 구입하세요'라고 안내를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도 EBS는 강의를 '무료'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강의교재가 없어도 방송만 들으면 된다는 뜻인가요? 그러나 방송과 인터넷 강의를 보면, 28분 내내 진행교사가 '교재 몇 쪽 몇 번'을 계속 외치면서 교재를 앞뒤로 빠르게 넘나들면서 스무 개 남짓한 문제를 풀어갑니다. 교재가 없이는 방송과 인터넷 강의를 쫓아갈 수도 없고, 교재 없이 보다보면, 강의교재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강의교재가 궁금해서 'EBS 중간고사 총정리' 방송에 쓰이는 'EBS 중간고사 기출·예상문제 2학기'교재를 서점에 가서 모두 사와서 살펴봤습니다. 문제집마다 앞 뒤, 모서리에 EBS'라는 이름이 13개나 쓰여 있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누가봐도 영락없는 EBS에서 발행한 교재입니다. 그런데 발행회사 이름은 뒷부분 판권에 딱 한번 나옵니다.

 

 

결국 아이들이 EBS방송과 인터넷 강의를 많이 보면 볼수록, 강의교재는 많이 팔리게 되겠지요. EBS가 엄연히 EBS이름으로 포장한 강의교재를 발간하고 있고, 강의교재 정가가 8500원씩인데도 EBS는 '무료'라고 합니다. 뭔가 이상하지요?

 

초등교육에서 지양해야 할 문제풀이식 방송은 다시 생각해 봐야

 

초등현장교사로서 'EBS 중간고사 총정리' 방송과 강의 교재를 분석해보았습니다. 3,4,5,6 전 학년에 걸쳐서 오지선다형이 대부분을 이루고 일부 단답형 문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오지선다형과 단답형 문제의 한계가 정답이 하나밖에 없는 단순암기 위주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방법이야말로 초등교육에서는 '지양해야할' 획일적 지식 주입식 교육방법입니다.

 

참고로 위에 제기한  잘못된 방송내용이 강의교재에는 어떻게 나와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왼쪽 보기글은 그대로인 채, 오른쪽 보기글만 바뀌어 나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하는 일이 단지, '인적 자원 개발'을 한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밑줄 긋기로 나타내는 방식이더라도 결국 단순 암기식 단답형 문제의 전형인 셈입니다. 이런 문제는 아이들의 생각을 특정한 내용으로만 가두게 되어 매우 위험합니다.  

 

이런 문제풀이 방송을 많이 보면서 문제를 풀다보면, 비슷한 유형의 문제 푸는 능력은 향상되어 시험점수는 조금 높아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EBS 홍보문에 나오는 '탐구 능력 및 사고력'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향상과는 점점 멀어져 가게 됩니다.

 

EBS 방송과 인터넷 강의, 그리고 강의교재를 살펴보면 볼수록, EBS가 왜 초등학교까지 강의 교재를 팔면서 누가봐도 '아닌' 문제풀이 방송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BS는 지금이라도 초등학생 대상 문제풀이식 방송과 인터넷 강의를 다시 생각해 봐야합니다.

 

물론, 방송과 인터넷 강의를 내보내기 전에 잘못된 내용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은 상식 중에 서도 기본이구요.

덧붙이는 글 | 저는 '공익방송'이라는 EBS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강의교재'를 팔면서, 누가봐도 초등교육에 맞지않는 문제풀이 방송에 문제풀이 인터넷 강의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태그:#EBS초등중간고사총정리, #EBS초등문제풀이방송, #EBS방송교재,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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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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