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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계속 '사회문제 해결'을 주문했고, 다른 한쪽은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1일 오후 1시 20분께 정운찬 신임 국무총리의 예방을 받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거나 맞서라"고 주문했다.

 

이날 만남에서 강 대표가 시종일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정 총리에게 '비판적 역할'을 주문하자 정 총리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용산참사 유가족 만났나?"... "시간을 잘 정해서 가겠다"

 

정운찬 총리는 강 대표를 만나자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걱정과 우려를 끼쳐드렸는데 국정운영을 잘해서 걱정을 덜도록 하겠다"며 "일을 할 때 민주노동당에서 관심을 갖고 잘 지켜봐 달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강 대표는 "많은 말보다 축하드리고 박수쳐줘야 하는데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며 "인사청문회 때 얘기한 것처럼 용산참사 유가족들 만나고 왔나?"라고 물었다.

 

정 총리는 "아직 못 갔다"며 "이왕 갈 거면 시간을 잘 정해서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조절을 잘 해보겠다"고 답했다.

 

강 대표는 "민족대명절을 앞두고 8~9개월째 장례도 못 치르고 있다"며 "용산문제는 보통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것 해결 없이는 우리 사회 문제가 해결될 수도 없다. 고아 같은 문제다. 큰 결단 내리셔서 위로 드리고 해결의 희망이라도 줘야 하지 않겠나? 기대하겠다."

 

이어 강 대표는 한국사회 최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회양극화와 4대강사업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을 화제로 올렸다. 이명박 정권을 향한 비판의 강도가 더욱 세졌음은 물론이다.

 

강 대표는 "소득 상하위 20%,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전통기업과 첨단기업 등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이명박 정권이 재벌왕국, 재벌천국을 만들어주는 정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세금 내고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 빚잔치 해서 빚쟁이 국가로 만드는 것 아니냐. 특히 4대강 예산은 다른 예산 빨아들이는 진공 예산이다. 서민, 노동자, 비정규직, 일용직, 사내하청, 공공근로자 등 아직도 그들이 얼마나 절규하고 있나."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돼"... "일을 열심히 하겠다"

 

'덕담'과 '격려'를 예상했던 정 총리에게 강 대표의 발언은 곤혹스러웠다. 그런 분위기를 헤아렸던지 강 대표는 "취임사를 다 봤는데, 과감한 결단과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를 느꼈다"며 "그대로 한다면 민노당도 누구보다 발벗고 나서서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양극화, 빈익빈 부익부 등 구조적 모순을 봤을 때 이명박 대통령에 맞서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며 "이것을 거꾸로 되돌리려고 하면 엄청난 용기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취임사 연설문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든지 맞서겠다는 의지에 상당히 기대가 된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이에 정 총리는 "10년 전부터 세계화 과정에서 양극화가 심해진 것을 알고 있다"며 "세계화, 국제화 추세 속에서 추진된 일부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기다려 달라"고 화답했다.

 

"총리 지명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는데, 대통령이 '나도 서민출신이고, 당신도 서민출신인데 다같이 힘을 합쳐 서민정치를 펴보자'고 했다. 그렇게 설득당해서 총리를 하게 됐다. 어떤 모임에서 대통령이 '사람들이 당신을 오해하는데 당신은 서민친화적, 서민프렌들리다'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

 

정 총리는 "우리가 자본주의를 하고 있으니 서민을 위하는 방법의 하나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경쟁에서 뒤처진 부분은 복지를 통해 돌봐야 하지만 처진 사람이 새로 태어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는 "너무 기업친화적이라고 보일지 모르겠지만 (강 대표의 말을) 잘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 대표는 "서민정책을 한다고 말하는데 요새는 말 가지고 믿지 않는다"며 "(서민정책하고 복지정책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실천하고 있는 내용은 전혀 다르다"고 비판했다.

 

"중도실용 얘기를 하는데 언발에 오줌누기식이다. 청와대 진용이 달라지는 걸 느끼지만 말로만 하면 두드러기만 생긴다. 구체적인 실천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 예산으로 (친서민정책을) 말해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좀 듣고 반영해 달라."

 

그러자 정 총리는 "잘 도와주시고 질책해주시면 참고해서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간부 파면·해임, 애국가 부른다고 잡아가는 것과 같아"

 

끝으로 강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 건을 꺼냈다. 최근 정부가 일간지에 광고를 한 노조간부 2명을 파면하고 9명을 해임한 걸 두고 "애국가 부른다고 잡아가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공무원이라도 표현의 자유는 있다"며 "그런데 이런 식으로 공무원들한테 철퇴를 내리고 있는데 이런 것도 잘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 총리는 "잘 알아보겠다"며 "오늘 시간을 내줘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태그:#강기갑,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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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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