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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6월 25일 '친서민 행보'의 일환으로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찾아 떡볶이 가게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자료 사진).
 이명박 대통령이 6월 25일 '친서민 행보'의 일환으로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찾아 떡볶이 가게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자료 사진).
ⓒ 청와대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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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8일 오전 국무회의를 통해 2010년 정부예산안과 2013년까지의 중기재정계획을 통과시켰다. 이를 10월 1일 국회에 제출하여 매년 그래왔듯이 국회에서 의결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예산편성권을 의회가 직접 갖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 이미 여당과 협의를 거쳐 제출되는 정부의 예산안은 국회에서 그리 크게 바뀔 가능성이 없어 정부의 예산책정방향과 내용은 매우 결정적이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에서 밝힌 정책기조는 경제성장의 활력 제고와 서민생활 안정인데, 특히 복지분야 예산은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강조한 대로 '역대 최고의 비중'으로 편성됐다고 한다. 복지에 대한 정책의지가 박약하다는 비판에 대해 '역대 최고의 비중' 운운하였던 현 정부가 진정 내년도 예산안에서 이를 실천한 것일까? 이명박 정부 하에서 우리는 복지정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도 되는 것일까?

결론은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정부의 2010년 예산안은 이명박 정부의 치명적인 두 가지 재정압박조건, 즉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와 4대강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방만한 배정으로 인해 획기적인 복지재정 투여에 근본적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평가된다.

정부는 먼저 2009~2013년까지의 중기재정계획에 있어서 복지부문의 예산이 연평균 6.8%씩 증가하는데, 이는 총지출의 연평균 증가율 4.2%보다 높으며, 연평균 증가율이 10.5%인 연구개발(R&D) 예산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증가율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2010년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인 27.8%가 될 것인데, 이는 복지예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총지출의 그것보다 3배 가까이 높은 8.6%를 기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내년도 복지예산의 주요 방향은 일을 통한 취약계층 지원과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맞춤형 복지이며 구체적으로는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확대, 보육료 지원 확대, 장애인연금제 도입, 노인장기요양보험대상자 확대,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발표는 매우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여 이명박 정부 스스로 얽어매어 놓은 '재정의 덫'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역대 최고의 복지예산비중'은 한낱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10년 복지예산 총액인 81.0조원은 2009년 본예산 74.6조원에 비해 6.4조원, 추경(80.4조)과 비교하면 고작 6천억원이 증가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6월에 보건복지가족부가 요구한 안(82.1조원)에 비해서는 오히려 1.1조원이 줄어든 규모이다.

또한 역대 최고의 복지예산비중은 복지예산의 과감한 투자의 결과가 아니라 2010년 재정운용 여건의 특성으로 인해 빚어진 착시효과이다. 전체 예산 중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복지예산 증가규모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음에도 세수 감소로 인한 수입축소로 인해 총지출 규모(2009년 추경 포함 301.8조=>2010년 291.8조)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그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더욱이 2010년 복지예산 증가율 8.6%는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의 복지예산 평균 증가율 10.1%(2003년 41.7조원→2008년 67.5조원)에도 못 미친다.

4대강 등 엄청난 국가 빚잔치... 중장기 복지재정 고갈시켜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감세로 인한 세수감소와 4대강, SOC, 국방분야의 예산확대 투여로 인해 이명박 정부 재임 기간 동안 대규모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즉, 정부는 2010년 예산을 책정함에 있어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감소에도 불구하고 4대강사업 6.7조원, SOC 예산 축소 철회, 국방예산 9천억원 증액 등 불건전한 예산사업을 방만히 책정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엄청난 적자재정을 전제하고 있다. 그 규모는 2009년 추경시 51조원에 다다랐고 내년에도 다시 32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로써 국가채무의 GDP 비율이 36.9%에 이르게 되었고 중기재정계획에 의하면 2009~2013년까지 모두 132.8조원의 재정적자 누적치를 기록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과연 정부의 중장기 재정운영계획대로 앞으로 재정적자 규모가 축소되어 2013년에는 균형재정에 근접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재정효율화 및 건전화를 밀어붙인다면,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복지예산 확대정책을 구사할 여건이 박탈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복지국가 수립을 위한 복지재정 여력이 극도로 위축된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져오게 된다.

복지예산의 내부 구성과 내용에 있어서도 할 말은 많다. 먼저, 복지예산의 순증가분인 6조 4천억원의 구성에서도 경직성 예산이 대부분이다. 복지제도의 운영상 대상자 확대나 급여수준 증가로 인해 주로 기금에 의한 추가투여분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2010년 예산안을 보면 공적연금 2.2조원, 실업급여 0.2조원, 기초노령연금 0.3조원, 건강보험 0.2조원 등 4개 항목에서만 무려 3조원 가까이가 기금성 예산으로 책정되어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보금자리주택 13만호 공급을 위해 2조 6천억원의 예산 증대분이 복지예산 증가분에 포함되어 있음을 상기할 때, 결국 이들 다섯 가지 항목의 합계만도 5조 6천억원에 달하여 2010년 순증가분 6조 4천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은 여전히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여 서민에겐 실효성이 없는 가운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열풍의 진원지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되는 정책에 불과하여, 이러한 반복지예산이 복지예산에 포함되는 것조차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당연히 귀착되는 결론이지만, 내년도 예산에서 실제 서민의 삶에 필요한 핵심복지사업에 대한 예산배정은 미미하기만 하다. 2010년 예산에서 정부가 나열하고 있는 대표적인 복지사업의 추가예산배정은 영유아보육 확대 3500억원, 기초생활보장대상자 확대 1600억원, 노인장기요양보험 확대 1300억원, 장애연금 하반기 도입 시 장애수당과 비교하여 추가되는 300억원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총 22조 2천억에 이르는 4대강 사업, 50조원에 달하는 녹색뉴딜사업, 그리고 5년간 96조원에 달하는 '부자감세'에서 이 정부가 보여주는 '과감한(?)' 예산배정에 비하면 실로 미미하기 그지없다.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는 '역대 최고의 복지예산 책정'과 '친서민정부'는 실제 '말의 성찬'에 불과한 것이다.

4대강 예산 22조 2000억원이 공공주택 건설에 투입될 경우 예상되는 효과(자료 이미지).
 4대강 예산 22조 2000억원이 공공주택 건설에 투입될 경우 예상되는 효과(자료 이미지).
ⓒ 오마이뉴스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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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 획기적 증대-무상보육 등 복지예산에 더욱 집중해야

그럼 이 정부가 진정 친서민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을 구현해야 되는가?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위기의 충격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고, 한국의 사회경제체제가 직면한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라는 이중의 위기를 생각한다면 내년도 예산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부문에서 전대미문의 획기적인 제도의 진전과 예산 배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먼저, 410만명의 사각지대 빈곤계층 중 적어도 200만명을 기초생활보장제도 안에서 생존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국공립보육시설 비중을 아동수 대비 30%로 확충하는 동시에 무상보육을 실현시킨다. 그리고 적어도 10세 미만의 아동들을 양육하는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하여 100만 빈곤아동의 문제를 해소하고 빈곤의 대물림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노인인구의 70%에게 최대 8만7천원까지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연금가입자 평균소득의 5%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려우므로 이를 10% 수준까지 빠르게 올리고, 근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초연금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정부재정 투여분을 확대하고 이를 전제로 국민들에게 보험료 인상에 동의를 구하여 급여보장성 확대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들 사업을 행함에 있어 재원은? 4대강 사업 예산이나 감세로 인한 세수감소분을 생각한다면 재원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매우 간단한 해법이 이미 존재한다.

이명박 정부는 벌써 집권 기간 내의 두 번째 예산을 책정하였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망스런 예산책정이 아닐 수 없다. 결국 4대강 사업 추진의 면죄부를 받기 위해 친서민정책을 들고 나왔고 진정성 없는 복지예산 배정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리기 어려운 예산안이다. 더군다나 국가채무 확대라는 미증유의 재앙을 불러오고 있기도 하다.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제 기댈 곳은 국회다. 여·야 할 것 없이 이번 정부 예산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과제가 국회에 부여되고 있다. 국민의 원성어린 눈망울이 무기력한 국회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덧붙이는 글 | 이태수 기자는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이며,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입니다.



태그:#예산, #이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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