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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야당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운찬 국무총리 청문보고서를 단독 채택한 가운데, 자유선진당 김창수(대전 대덕구)의원이 정 총리 후보자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김 의원은 ▲국가정책에 대한 무지와 경박성 ▲학자적 소신의 실종▲ 도덕성의 실추 등 정 후보자가 총리가 되어서는 안 되는 세 가지 이유를 나열하며 "양명(揚名)을 구걸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26일 오전 언론에 '정운찬 총리 절대 불가의 세 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서한문에서 김 의원은 "지난 청문회 때 특위 회의장 입구와 장내에서 후보자에게 '세종시 수정 발언을 취소하고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고함친 장본인으로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편지글을 시작했다.

 

"세종시 발언은 '앵무새 소신'"

 

그러면서 김 의원은 "세종시 문제에 있어서 충청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발언을 '앵무새의 소신'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모습에 분노와 개탄을 참지 못해 터져 나온 말이었다"며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도 아무리 다시 곱씹어 보아도 충청총리를 기대했던 지역민들에게 배신과 좌절의 상처를 깊게 안겨주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청문회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과 구설, 그리고 학자적 양식을 의심케 하는 말 바꾸기 등은 총리로서의 덕목이랄 수 있는 도덕성과 자질, 국정철학과 비전에 크게 못 미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차라리 제가 알던 서울대 총장으로, 정부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하던 소신 있는 케인지언 경제학교수로 남아 계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어 "그렇기에 국회 인준절차가 본격적으로 개시되기 전에 이렇게 공개서한을 빌려 다시 한 번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면서 정 후보자가 내각 최고책임자인 총리에 올라서는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김 의원이 지적한 정 후보자가 총리가 되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이유는 '국가정책에 대한 무지와 경박성'이다.

 

김 의원은 "후보자는 '세종시는 원안추진이 어렵다'고 하는 오발탄을 터뜨렸다"며 "사실 정 후보자는 세종시에 관해 수정 운운할 자리에 있지 않다, 그것도 총리도 아닌 후보자의 신분에서 대통령조차도 쉽게 말할 수 없는 세종시의 성격변경이나 변질을 논할 자격이 없는데 그런 언설을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헌재의 위헌판결 이후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이 제정되고, 이미 5조6000억 원의 국비가 투입되었으며, 세종시 건설이 2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한 뒤 "그럼에도 후보자는 '충청인에게 섭섭지 않게...', '운을 떼본 것',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 중', '돈을 더 들여서라도 자족성을 보완' 등등 여러 경박한 언사를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뿐만 아니라 세종시를 '공주시'로 혼동하고, 기관이전 변경고시를 해야 할 '9부2처2청'을 대라는 질문에는 우물쭈물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면서 "한마디로 나라가 벌이고 있는 국책사업에 대한 무지와, 관련법에 대한 몰인식을 여지없이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수정론을 마치 소신인양 위장하는 무치(無恥)까지 보였다"고 비난했다.

 

"정운찬 다시 사는 결단을 기다린다"

 

김 의원이 밝히는 정 후보자의 '총리불가' 두 번째 이유는 '학자적 소신의 실종'이다.

 

정 후보가 교수시절에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으나 청문회에서는 감세정책을 '부자감세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평소 '시장 질서를 왜곡시키고 경제력 집중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키운다'며 금산분리완화정책을 경고하시던 소신은 '불가피하게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경우 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화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는 것.

 

심지어는 불과 얼마 전까지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더니 돌연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FTA와 4대강 정비사업, 비정규직 문제 등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평소 지론과는 다른 발언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곡학아세'가 이런 건가하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세 번째 이유는 '도덕성의 실추'다.

 

병역면제 의혹, 위장전입, 아들의 미국국적 취득 과정 말 바꾸기, 삼성의 비공개 자문위원, 부인의 100호짜리 그림을 1600만원에 구입했다는 의혹, 억대의 인터넷 서점의 고문료 탈세 의혹, 교육공무원의 겸업금지 규정 위반, 3억6000만원의 출처 불분명한 소득 증가, 다운계약서 작성, 1000만원의 용돈 등 청문회에서 터져 나온 각 종 의혹들을 열거한 뒤 "'아! 우리 총장님!'이란 탄식이 절로 나온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번만큼은 이쯤해서 물러서는, 진퇴를 가릴 줄 아는 용기를 보여주실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회군(回軍)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정말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생각하는 분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의원은 끝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사외(四畏)를 두려워하라', 곧 아래로 백성을, 위로는 대간(臺諫)을. 또 더 위로는 조정을, 더 나아가 하늘을 두려워하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을 인용하면서 "후보자님이 청문회에서 평소의 소신과는 달리 대통령과 같은 음색으로 정책을 논하고, 또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인준통과를 위한 로비성 전화를 하셨다는 보도를 전해 듣고 어쩌면 신통하게도 다산의 옛말이 지금과 똑같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선비는 이 세상에 나서 이름과 함께 살아간다'고 했다"며 "양명(揚名)을 구걸하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의 멘토 '정운찬'이란 이름만으로 다시 사는 결단을 기다린다"면서 글을 맺었다.


태그:#정운찬, #김창수, #총리인준, #대전 대덕, #공개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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