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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공무원노조(이하 공무원노조)가 30일 안에 조합원 중 해직자를 노조에서 탈퇴시키지 않을 경우 정부가 노조 설립을 무효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노조가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설립신고를 반려한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조항에 따른 조치다.

 

<동아일보>는 24일 "행정안전부가 지난 23일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되기 이전에 노조 활동 중 해직된 전직 공무원 중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와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에 각각 91명, 31명이 노조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는 이들 노조가 30일 안에 해직자들을 노조에서 탈퇴시키지 않을 경우 노조 설립 자체를 무효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전공노에 "해직자 간부 6명을 다음달 19일까지 조합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전공노 자체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보낸 바 있다. 노동부는 민공노에도 해직자 간부 2명에 대한 행정지도를 했으나 민공노가 해당 간부의 사퇴서를 보내오자 시정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명백한 노조 탄압"이라며 정부가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할 경우 소송 등으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현재 노조에서 활동 중인 해직자 수는 전공노 86명·민공노 35명(총 121명)으로 이들 대다수는 노조 핵심 간부가 아닌 노조 사무직이라고 한다.

 

공무원노조 ""해직자 대다수는 단순 사무... 고용은 노조가 판단할 문제"

 

이충재 민공노 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해직자들이 노조의 의사결정을 왜곡한다든가, 강경투쟁을 주도할 수 있는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노조는 공무원노조 합법화 투쟁 중에 해직된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일정한 비용을 주고 이들을 (사무직 등에) 채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용해 민공노 대변인도 "공무원노조 합법화 투쟁 과정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이들이 노조 사무 활동을 통해 생계비를 받고 있다"며 "노조가 누구를 고용해서 사무를 맡기는 것은 노조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또 노동부가 지난 18일 시정명령을 내렸던 해직자 간부 2명에 대해서는 "그들은 당시 본부와 지부를 맡을 사람이 없어 임시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그 위원장을 맡은 것이지, 정식 간부들은 아니었다"며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고 본인들이 바로 사퇴했다"고 설명했다.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은 "조합원 탈퇴 문제는 노조가 결정할 문제"이라며 "정부에서 설립신고를 반려하면 법외노조로라도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이어 "정부의 이런 조치들에 대해 노조 고문 변호사들이 법적 대응을 위해 (사안을) 정리하고 있다"며 "정부가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한다면 오히려 과감한 대정부 투쟁을 통해서 공무원 노동자들이 정신을 더욱 가다듬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기업별 노조에서도 노조의 실무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채용해 노조를 운영한다"며 "노조활동 과정 중에서 해직된 이들을 실무 담당자로 채용해 사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권 변호사는 이어 "기업별 노조의 경우, 해직자의 노조 조합원 자격을 '중앙노동위원회 부당노동행위 신청 종결 때까지'로 두고 있는데 정부가 이 조항을 이용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공무원노조는 기업별 노조가 아닌 초기업 노조, 즉 산별노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상 해직자들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조합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 일변도의 정부 : '민주노총 죽이기' 혹은 '내부감시자에 대한 경계'? 
 

'해직자 노조 배제' 사안은 현 정부의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한 대응 중 하나일 뿐이다.

 

정부는 지난 23일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이 결정되자, 행정안전부, 법무부, 노동부 3개 장관 공동 명의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공무원노조가 정치세력화 실현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됨에 따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또 "이번 투·개표 과정에 나타난 불법행위와 불공정행위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며 "향후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과 연대해 정치투쟁에 참여, 실정법을 위반하는 불법활동을 할 경우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법에 따라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적극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같이 정부가 신속하게 '통합공무원노조 무효화'에 나서는 것에 대해 공무원노조 관계자들은 24일 '민주노총 죽이기'와 '내부 감시자에 대한 경계'라고 주장했다.

 

이충재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사무처장은 "정부는 공무원노조를 법외노조화 해 민주노총 가입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민주노총이 제1노총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즉 제1노총이 된 민주노총이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고자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이 제1노총이 될 경우, 현재 노동계 대표로 한국노총 위원장만 참석하고 있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민주노총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위원회 근로자 위원 수도 조정해야 한다.

 

손영태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도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지만 않았더라도 정부가 이렇게 민감하게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노총처럼 현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공무원이 정책을 수행, 정립한다는 게 정부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담스러운 '공직사회의 내부감시자'... "공무원노조 첫번째 강령, 공직사회 부정부패 추방" 

 

이와 함께 공무원노조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해 온 내부감시 활동 강화도 정부로서 껄끄럽긴 마찬가지다. 민공노의 경우, 광역단체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각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등 권력 감시 활동을 해왔다.

 

이와 관련해 손 위원장은 "공무원노조의 첫번째 강령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추방"이라며 "공무원노조의 이런 활동에 대해 현 지방자치단체장, 기관장들이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무원노조는 내년 지자체 선거를 철저히 감시하고, 현재 기관 및 단체장들의 허와 실을 분명히 밝히겠다는 것이 목표"라며 권력 감시 활동이 강화될 것임을 밝혔다.

 

정용해 민공노 대변인은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떳떳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것이 공무원노조의 이념이고 그 길만이 국민의 공무원이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예전부터 해왔던 일들은 앞으로도 죽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통합공무원노조, #행정안전부,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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