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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절개와 굳셈의 상징으로 우리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왔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애국가 2절에서도 소나무의 기상을 우리 민족의 기상에 비유하여 칭송한다. 우리 조상들은 솔바람 소리가 영혼을 편안히 한다고 하여, 무덤가에 도래솔을 심어 운치 있게 가꾸어 왔다.

명징한 솔바람 소리는 영혼을 달래는 소리였다.
▲ 무덤가 도레솔 명징한 솔바람 소리는 영혼을 달래는 소리였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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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태백준령에 장엄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미리 궁궐목으로 지정하여 엄격히 관리하였으며 함부로 소나무를 베어내는 행위를 중죄로 다스렸다.

오늘 날도 제법 그럴 듯한 집이면 정원에 운치 있는 소나무 몇 그루쯤은 심어야 제대로 된 조경으로 여긴다.

소나무는 생명력이 강해서 척박한 땅에서도 굳건히 뿌리를 내리는가 하면, 굽이치는 모습과 사시사철 푸른 잎, 거북등같은 껍질에서 조형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소나무의 뿌리는 구천을 향한다고 했던가?
▲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 소나무의 뿌리는 구천을 향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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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바위 틈에 뿌리를 내려 간신히 생명을 이어 가는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
 척박한 바위 틈에 뿌리를 내려 간신히 생명을 이어 가는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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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굳건한 소나무가 요즘 들어 수난을 당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7일 국유림 내에 자생하는 희귀 소나무를 훔친 A씨(41) 등 2명을 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훔친 소나무를 사들인 B씨(52)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일 문경시 오정산 8부 능선 절벽사이에 자생하는 200년 된 희귀 소나무 1그루(3200만 원 가량)를 캐내는 등 총 4그루의 희귀 소나무(1억2000만 원 가량)를 훔친 혐의다. -인터넷 기사 참고-

이젠 우리 야산에 모양 좋은 소나무가 어느 새 감쪽같이 자취를 감출 지 걱정스럽다. 네 산 내 산 할 것 없이 야산에 자라는 오래 되고 모양 좋은 소나무는 나무 도둑들의 집요한 표적이 되고 있다.

다행히 각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를 보호수나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각별히 보살피고 있어 그나마  안심이 된다. 야산의 소나무 숲을 보호하고 가꾸어서 시민들의 여가와 휴식의 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 소나무가 뿜어내는 방향물질(피톤치드)은 다른 활엽수의 그것보다 특히 건강에 이롭다 하여 많은 이들이 소나무 숲을 즐겨 찾는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후 변화와 병충해로 인하여, 지금과 같은 소나무의 생육상태가 지속되면 앞으로 50년 뒤에는 남한에서, 100년 뒤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산림 생태계를 그대로 두고 인간이 간섭하지 않는다면 기후 변화로 인하여 소나무 숲은 난대 활엽 교목으로 교체되고, 각종 병충해로 소나무 숲은 사라진다고 한다. 소나무가 살지 못하는 이 땅에,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암울한 생각이 든다.

여기 늠름한 지리산 천년 소나무의 위용을 보고 소나무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를 갖자.

지리산 천년송의 위용
 지리산 천년송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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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찌를듯 우뚝 솟은 모습에서 장엄한 기상을 느낀다.
 하늘을 찌를듯 우뚝 솟은 모습에서 장엄한 기상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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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로가 잘 닦여 있다.
 관찰로가 잘 닦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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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속, 구름도 누워 쉬어 간다는 와운(臥雲)마을(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와운마을)이 해발 600m 고지에 동그마니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 주봉 중 명선봉에서 동북쪽으로 힘찬 와운 능선을 이뤄 오다 이 곳에서 한 번 긴 숨을 토하듯 매듭을 짓고 이후 3km의 장쾌한 계곡(뱀사골)을 이뤄 반선으로 빠진다. 여느 첩첩 산속 마을과는 달리 찾는 이가 많고 따라서 그윽한 산속 풍경을 그리고 오는 이에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민박 간판을 내건 현대식 2층 통나무집이어서 다소 어리둥절함을 주기도 한다.

바로 이 곳에 장엄한 노송 한 그루가 마을의 수호신으로 숭앙 받으며 오래 세월 동안 모진 풍파를 이기며 꿋꿋이 서 있다.

저 멀리 지리산 명선봉 능선을 배경으로 천년송이 우뚝 솟았다.
 저 멀리 지리산 명선봉 능선을 배경으로 천년송이 우뚝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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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이에게 굳센 기상을 알리며...
 오가는 이에게 굳센 기상을 알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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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는 와운 마을 뒷산에서 임진왜란 전부터 자생해 왔다고 알려져 있으며 20m 간격을 두고 할아시(할아버지)송과 할매(할머니)송이 이웃하고 있는데, 이중 더 크고 오래된 할매송을 마을주민들은 '천년송'이라 불러오며 당산제를 지낸다. 신인합일제(神人合一祭)의 의식으로 천년송 당산제를 모시는 것이다.

할매 소나무 능선 위 20m지점에 있다.
▲ 할아시 소나무 할매 소나무 능선 위 20m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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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시 소나무에서 바라본 할매 소나무
 할아시 소나무에서 바라본 할매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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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정월 초사흘 날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지내는 당산제의 제관은 섣달 그믐날부터 외부 출입을 삼가고 뒷산 너머의 계곡(일명 산지쏘)에서 목욕재계 하고 옷 3벌을 마련, 각별히 근신을 한다고 한다.

당산제를 마치고 나면 풍물패가 온 동네를 돌면서 흥을 돋우고 씻김굿과 사물놀이가 진행된다. 그리고 와운 마을에서는 소나무 바람을 태아에게 들려주는 솔바람 태교가 전해 온다. 천년송에 서면 멀리 서쪽 끝으로 지리산 주능선에서 서북릉으로 뻗친 명선봉 줄기가 아득하게 보이고, 남쪽으로 영원령이 굽이굽이 넘어 간다.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의 경계를 이룬다.
▲ 지리산 영원령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의 경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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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와운 천년송은 수령 약 500~ 600여 살로 추정되며, 높이는 20m, 가슴 높이 둘레는 6m이며, 사방으로 뻗은 가지의 폭은 12m에 달한다. 마을 주민들이 이 나무를 보호 관리하고 있어 상태가 좋고 수형 또한 매우 아름답다.

밑둥
 밑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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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가지
 중간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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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가지
 윗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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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 속리산의 정 2품송이 한 때 생육이 원활하지 못해 수액 링거를 맞고 회생의 길을 찾았다. 그리고는 그 훌륭한 유전인자를 보존하기 위해 종자를 받아 2세 소나무를 육종했다.

앞으로 다가올 급격한 기후변화에도 잘 적응하면서 재선충과 같은 병충해를 잘 견딜 수 있는, 강인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를 개발해야 할 때다. 우리의 발달된 식물 유전학과 육종 기술로 이 일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전국에 흩어져 있는 혈통 좋은 소나무의 후세 보존을 위해 각별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태그:#지리산 천년송, #도레솔, #영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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