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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로... 10월 재보선에 '은평을' 빠져

지난 주말 대법원은 창조한국당 대표를 맡고있는 문국현 의원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을 전원합의체로 넘기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에는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원래 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피고인이든 원고인이든 한 당사자가 대법원에 상고를 했을 경우 판결은 대개 3인 이상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 소부(小部)에서 맡게 된다. 하지만 소부 안의 대법관 사이에 의견이 어긋나거나 소부 내 심리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14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관 전원합의체에 심리를 회부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

문국현 대표의 상고심은 원래 촛불사건 재판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는 신영철 대법관이 주심으로 있는 대법원 3부에서 맡아오다가, 3부내에서 대법관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든지, 아니면 3부에서 판단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어떻든 이 사건의 심리를 대법관 전원합의제로 넘기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실력자' 좋아하는 우리 언론의 속성 탓인지 대법원의 이 결정은 '엉뚱한' 방향에서 관심을 모았다.

무슨 얘기냐 하면. 문 대표의 상고심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감에 따라 그 판결은 빨라야 10월말에 나오게 된다. 설사 대법원이 고등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해준다 하더라도(그 경우 문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10월 재보선에 문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이 포함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 알기로는 이명박 정권의 '막후 실세'인 이재오 전 의원이 은평을이 재보선 대상에 포함될 것에 대비해 맹렬하게 지역구를 훑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 전 의원의 재기는 천상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법원 결정 이후 언론의 주요 논조였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실제로 국회의원의 신분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가 우리 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 전 의원의 처지에서 본다면 이런 분석은 맞아보이기도 한다.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어 4월 재보선을 7월에 치르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의 재기는 천상 내년 7월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 전 의원으로서는 자신이 계획한 정치일정에 중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도 나올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분석들은 그야말로 정작 가리키고 있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 끝만 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요 언론이나 일반인의 관심은 언제 문국현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것이냐, 그래서 현 정권의 '막후실세'격인 이재오 전 의원이 언제 공식 정치무대로 복귀할 것이냐에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것은 '손가락'에 불과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실제 숨어있는 것은 어느 광고 문구처럼 '1인치'가 아니라 '99인치'나 되기 때문이다.

검찰, 범죄경력 조회 요청에 범죄경력 빠진 확인서류 발급  

야4당 대표단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 대한 사법살인 중단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문 대표를 만나 얘기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야4당 대표단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 대한 사법살인 중단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문 대표를 만나 얘기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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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대표가 은평을 선거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재오 전 의원을 꺾고 난 이후, 수원지검(당시 검사장이 바로 천성관씨였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이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된 이한정 전 의원을 구속하면서 지금까지 벌여왔던 일련의 과정은 철저하게 문국현 대표에게서 의원직을 빼앗기 위한 '음모'와 '공작'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고 있다.

설사 그런 음모와 공작이 없었다손 치더라도, 문국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지적한 대로 "87년 이전 체제로 한국정치를 후퇴시키려는" 이명박 정권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수원지검이 창조한국당 이한정 전 의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08년 4월 총선이 끝난 직후였다. 일부 언론에 이한정 전 의원이 범죄경력을 숨긴 채 당선됐다는 보도가 나면서부터다. 수원지검은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하여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 2주도 채 안된 상태에서 신속하게 구속하기에 이른다.

이후 수원지검의 수사방향은, 이한정 전 의원이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2번이라는 '높은 순위'에 배정된 것은 이 전 의원이 문국현 대표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그 반대급부로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도식에 짜맞춰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그 절정은 작년 8월쯤 이 전 의원이 한 양심선언이다. 이 전 의원은 "(검찰이 자신에게) 술을 먹여가면서 '문국현 의원이 10억 원을 달라해서, 6억 원을 주었다고 한 건만 시인하면 벌금 30만 원의 의원직 유지를 시켜줄 수 있다. 협조를 안 하면 재판부에 추가 의견을 내어 양형에 반영시켜 의원직을 박탈시키겠다'고 회유·협박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사실 필자가 문국현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사유도 이 보도 때문이었다.

수원지검의 이같은 의도는 계속 좌절된다. 문국현 의원을 옭아매려는 이 그림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을 비례대표로 공천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에 각각 범죄경력 조회를 했는데도, 전과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는 범죄경력 증명서류를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수원지검은 이한정의 범죄경력을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수사를 했는데, 알고보니 이한정에 대한 범죄경력 조회 요청을 받은 바로 그 검찰에서 이한정의 범죄경력이 빠져 있는 확인서류를 발급한 것이다.

비례대표 후보들 연이어 고사하는 판에 공천헌금?

이 뿐만이 아니다. 6억 원 공천헌금설을 교묘하게 언론에 유포해 문국현 대표가 마치 돈을 받고 공천해준 것처럼 수원지검은 '언론플레이'를 했지만, 금방 그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창조한국당의 인기는 바닥인 상태였다. 그래서 당이 영입하려는 유력한 여성 비례대표 후보들이 연이어 고사했다. 이한정은 그 덕분에 최종 순위조정시 비례대표 2번이 될 수 있었다. 원래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의 인적사항을 담은 서류 등을 보낼 때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경력사항 등을 담은 공식 홍보물도 첨부할 수가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 후보자 관련 홍보물은 전 유권자에게 다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 제작비가 만만치 않다. 1페이지짜리로 만든다 하더라도 몇 천만 부를 인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조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아예 돈 드는 이 공식홍보물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한정이 비례대표 2번이 되자 자신의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때문인지, 이런 홍보물을 만들자고 강력히 주장했고, 돈이 없으면 '당사랑채권'을 발행해서라도 충당하자고 하면서 스스로 6억여 원어치를 구매했다. 그게 검찰 수사에서 '공천헌금'으로 둔갑한 것이다.

법원, 공소장에도 없는 내용으로 유죄 선고

우여곡절 끝에 이런 것들이 거진 사실로 확인되자 이번에는 법원이 또 '일'을 냈다. 검찰의 공소장에도 없는 내용으로 유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1심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지도 않은 사실을 근거로 유죄판결했다. 즉 당채권의 발행이율이 1%여서 시중금리와의 금리차가 발생하며, 따라서 창조한국당은 이로 인해 금리 차이만큼의 재산상 이득을 얻었으니, 그것을 정치자금으로 보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식의 설명이 언뜻 일반인의 피부에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지 문국현 대표의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형량을 만들어내기 위해 검찰과 법원이 일심단결했다는 의심을 지우기는 힘들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 목적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이재오 전 의원의 의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문국현 대표의 지역구가 은평을이 아니었다면 이런 식의 무리한 수사가 과연 있었을까 의구심이 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보수언론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 사건에 무관심해서는 안된다. 촛불집회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유명한 독일의 루터파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의 시 '다음은 우리다'에서 잘 표현됐듯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해 하거나 침묵할 경우 그와 같은 일이 자기 자신에게 닥쳤을 때는 도와줄 사람이 어느 누구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태그:#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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