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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민의 뜻을 모아 인접한 자치단체와 통합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주민의 뜻으로, 지역의 미래로 시·군·구 자율통합'이란 큼지막한 슬로건과 함께 금세 눈에 들어오는 문구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구역과 선거제도의 개편론을 언급하면서부터 더욱 탄력 받았다.

 

자치단체간 통합 분위기가 무르익도록 불쏘시개를 계속 지펴보지만 '자율통합'과는 왠지 거리가 먼 듯하다. 인센티브를 내걸고 "시간이 없다"며 각 자치단체에 서두를 것을 은근히 부추기는 모습은 영 어색하다. 

 

과거 십수년 동안 논의돼 왔던 무거운 화두다. 이해득실과 맞물려 늘 갈등과 마찰이 첨예하게 작용한 무거운 보따리다. 그런데 이 정부는 왜 하루아침에 풀어보려는 걸까. 자치권 강화와 지역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율통합을 유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민심이반 수습용 꼼수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높은 이유다.

 

불과 몇 년 전 제시했던 지방분권 청사진 벌써 잊었나?

 

최근 통합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10개 지역(25개 시·군·구)이 모두 합쳐지면 인센티브와 비용 절감, 주민 편익 증가 등의 통합 효과가 10년 간 모두 3조9천182억 원 이상 나타날 것으로 행안부는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지방분권정책에 따른 공기업 이전과 행정기관 이전계획 때도 청사진은 비슷했다.

 

행안부는 "통합 제기지역(10개)은 청주·청원, 여수·순천·광양, 안양·군포·의왕, 의정부·양주·동두천, 남양주·구리, 마산·창원·진해, 전주·완주, 목포·무안·신안, 성남·하남, 부산 중·동구 등에 해당 된다"고 대상을 홈페이지에 올려 놓았다.

 

게다가 "25개 자치단체가 인센티브로 제공받는 재정지원(지방교부세)은 모두 2조866억 원에 달하고, 상하수도 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 인하, 장수 수당과 출산 지원 대상 확대, 행정 효율화 등으로 총 1조8천316억 원 이상의 비용 절감 및 주민 편익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구미가 당길 만하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달 말까지 일정 수 이상의 주민, 지방의회 또는 자치단체장이 통합 상대 자치단체 등을 명시하여 행안부장관에게 통합 추진을 건의해야 한다. 자치단체장들을 솔깃하게 하는 제안이다. 더구나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정치적 이벤트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해득실이 개입되면서 오히려 지역 주민들 간 갈등과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역 간 마찰은 또 다른 지역주의를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통합에 관한 논의가 확대되면서 세종시 문제가 충청민심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풀뿌리 지방자치를 위해 한층 세부적인 보완지침을 마련해 더욱 정진해야 할 행안부가 자율을 내세워 민심을 갈라놓은 듯한 양상이다. 지역여론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지역언론의 의제설정에서 묻어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가장 큰 관심사였던 지역균형발전이란 의제는 온데 간데없다. '숫자놀음', '조삼모사' 등의 정치공세에 '일희일비'로 응수하는 모습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대전·충청] "세종시 논란, 대국민 사기극...충청권 총리 맞아?"

 

충청권 민심이 사납다. 지방분권정책의 산물이자 지역의 큰 희망이었던 세종시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 이 정부가 바짝 서두르는 행정구역 개편과 시·군·구 간 통합, 수도권 규제완화 논의가 가열되면서 민심이반도 가속화되고 있다.

 

MB정권이 출범 초기부터 아껴왔던 충청권 출신 국무총리 후보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지역언론들도 잔뜩 뿔이 났다. 제목에서 묻어난다.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직후 이 지역 일간지들은 일제히 '정운찬'을 향해 정조준 했다.   

 

<충청투데이>는 22일 1면 머리기사에서 "충청권 총리 맞아?"란 제목을 뽑았다. 세종시 추진에 대해 '자족기능 확보'를 내세우면서도 9부 2처 2청 이전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을 부각시켰다. 얼마나 서운했던지 관련기사를 3,4,5,21면에 연이어 보도했다.

 

하루 전인 21일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각종 위장전입과 병역기피, 세금탈루, 논문 중복게재 의혹과 세종시 추진방안, 경제정책에 대한 견해 등을 조명한 기사는 특히 야당 의원들의 파상공세를 무게 있게 실었다. 기사는 "정 후보자가 세종시의 행정 비효율 등을 들어 사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이 '정치적 야심으로 학자로서의 소신을 저버렸다'고 맹비난 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도 거세게 몰아붙였다. '세종시 흔들기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서운한 감정을 표출해냈다. "정 후보자 스스로 자신의 본심을 호도했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총리 후보자로서 적절치 못한 언행을 한 데 따른 혹독한 대가로 받아들여야 옳다"며 "청문회장을 국론을 분열시키는 정치 쟁점화의 도구로 전락시키지 않는 길이 여기 있다"고 호되게 꾸짖었다. 성이 덜 풀렸던지 말미에선 추상같은 책임과 주문을 빠뜨리지 않았다. 

 

"세종시는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다. 자족기능을 가진 도시로 만들려면 보완이 필요한 게 사실이나 그것은 원안 추진을 담보할 때 가능한 옵션이다. '이충제충(利忠制忠)', 현 시점에서 정 후보자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명제로 안성맞춤이다." 

 

이날 <대전일보>도 여러 지면을 할애해 그간 차곡차곡 쌓여왔던 서운함을 쏟아냈다. 그 중 3면 '대국민 사기극…MB정권 홍위병 2500만 지방민에 대한 선전포고'란 제목의 기사에선 성난 민심의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를 가늠케 해주었다. 

 

"'행정도시 무산 음모 저지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와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 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와 민주당 및 자유선진당 등 충청권 의원들은 2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궐기대회 및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는 행정도시의 변질을 획책하는 정운찬 총리 인준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중도일보>도 이날 사설 '충청권 두 번 울린 총리 후보'에서 분을 삭이지 못했다. "정말로 세종시 자족률을 끌어올릴 방안을 고민 중이면 원안 추진에 플러스 알파가 한 묶음으로 더해져도 시원찮을 판이다"는 사설은 "청문회에서 제기된 것처럼 '철석같이 믿었던 고향 출신 내정자가 악역 총대를 멨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북] "이달곤 행안부 장관, 전주·완주 통합 지역발전 도움?"

 

이날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행보가 주목을 끌었다. 민심현장 방문지역으로 하필 충청권과 인접한 전북을 택했다. 이 장관의 전북방문은 성난 충청민심을 더욱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충청권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과는 대조로 이날 전북지역 언론들은 희소식을 전하며 환호했기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21일 이 장관은 전북을 방문해 최근 찬반 논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해 언급했다.  그는 "통합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소 추상적인 모호한 발언임에도 지역언론은 오버했다.

 

<전북도민일보>는 22일 '이달곤 장관, 전주·완주 통합 지역발전 도움'이란 1면 기사에서 "이달곤 장관은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전주·완주에 대한 자율 통합 논의에 대해 '긍정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두 지역의 통합은 새만금과 혁신도시 발전의 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 전북 지역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리드에서 부각시켰다.

 

기사는 이어 "이 장관은 시군 자율 통합이 추진되면 배후지역(완주) 등에서는 예산이 줄어들고 소외될 것이라는 견해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면서 "지역 유지들의 입장에서는 규모가 적은 지역이 손해를 볼 것 같은 생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현재보다 10배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북중앙신문>도 1면 '통합, 새만금-혁신도시 발전동력'이란 제목에서 이 장관의 방문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전주-완주 통합은 새만금과 혁신도시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며 통합의 타당성을 강조했다"는 기사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전주보다 배후지역인 완주가 더 큰 혜택을 받을 것", "지방자치의 취지에 맞게 지역민이 자율적으로 통합하길 바란다"는 이 장관의 발언에 무게를 실어 보도했다. 

 

<전북일보>도 1면 '전주 완주 통합 때 세금 증가 없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주완주 통합논의와 관련해 '통합이 되더라도 지역주민들이 그동안 누리고 있는 세제혜택 등은 전적으로 보전해 줄 것이며, 세금부담 증가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광주·전남] "3시 통합논의?, 소모적 논쟁과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

 

광주·전남도 정부의 통합유도 바람을 비켜가진 못했다. 여수ㆍ순천ㆍ광양 등의 통합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기왕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통합에 대해 일각에선 영·호남 상생을 도모하고 지리적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광양만권 전체를 아우르는 대통합(여수·순천·광양·남해·하동 등)이 돼야 한다며 거대 통합론을 부추기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심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듯하다. <전남일보>가 21일 보도한 '광양시, 통합 논의 참여 않겠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읽힌다. 기사는 "22일 순천시청에서 예정된 도시통합 논의를 위한 여수ㆍ순천ㆍ광양 3개시 시장들의 모임이 결렬될 전망"이라며 예견했다.

 

기사에서 "광양시는 최근 광양시의회와 시민ㆍ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3시(여수ㆍ순천ㆍ광양)통합에 대해 한결같이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다"며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더 이상 광양만권의 일부인 '3시 통합논의'는 지역간 소모적인 논쟁과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시킬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현 단계에서는 통합논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3개시 시장이 모여 도시통합 논의를 하겠다고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논의 자체가 결렬될 것으로 분석했다. <광주일보>도 이날 '광양, 여수·순천시와 통합 회동 불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3개시 통합관련 회동 불참소식을 전했다. 이유는 이렇다.

 

"광양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3시 통합에 대해서 한결 같이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고,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더 이상 광양만권의 일부인 '3시 통합논의'는 지역간 소모적인 논쟁과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시킬 것으로 판단돼 현 단계에서는 통합논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산·경남] "밀어붙이기식 행정통합 즉각 중단돼야"

 

부산·경남지역도 창원, 마산, 진해 등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통합 논의가 진행돼 왔다. 관주도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십수년간 진행돼 온 지역이다. 결과는 그러나 흐릿하다. 때문에 최근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통합은 한 마디로 중단돼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난 9일 내보낸 외부기고의 글에선 이러한 민심이 가득 묻어났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뉘앙스가 다르다. '이런 행정통합논의 중단돼야'란 제목의 이병하 민주노동당경남도당 위원장이 기고한 글은 본질과는 달리 잘못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행정구역 통합은 중단돼야 한다고 과감히 지적한다.

 

그는 "우선 지난 94년도에 40개 시군을 정권의 논리에 따라 인위적 통합을 했지만, 자율성만 떨어지고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결과가 있음에도 심층적인 분석도 없이 막연하게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 대상으로 창원·마산·진해가 논의의 중심으로 시간에 끌려가면서 진행되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모름지기 정부란 전체국민이 골고루 잘살도록 하여야 함에도 개인의 빈익빈 부익부가 사회적 문제인 상태에서 이제 지역마저 빈익빈 부익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통합을 하겠다는 것이다. '면적과 인구 등이 규모를 갖추면 행정의 효율성이나 시민의 편의가 증진되고 발전할 것이다'는 근거 없는 논리는 이해가 될듯하지만, 당위론은 될 수 없다."

 

그런 뒤 그는 불과 몇년전 열과 성을 다했던 균형발전에 관한 화두를 끄집어냈다. "이미 국회에 행정구역개편 입법안이 제출되어 있음에도 몇 개 지역만 우선하여 균형발전과 경쟁력강화의 구체적 내용도 없이 통합을 위한 통합을 실험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한 그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면서 정치적 논리에 함몰되어 비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에 우려를 표했다.

 

신문은 이어 16일에도 "광역화 통합 주민자치 후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창원대 하종근 명예교수가 주장한 내용을 여과 없이 실어 시선을 끌었다. 기사는 "지방자치제 본질은 주민 자치다. 지금 시의원 체제의 대의원제에서도 일반 주민과 멀어지는 일이 적지 않은데, 앞으로 더 범위가 커질 때 주민의 이해를 받아 안기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라고 말한 하 교수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부산일보>도 22일 사설 '지자체 통합논의, 주민이 중심이 돼야'에서 지방자치단체 통합 정책은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지금의 행정구역은 일부 불합리한 점이 있겠지만, 어쨌든 주민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기초 생활단위이다"며 "통합을 한다면 그 대상이나 방법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설은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에 현혹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통합을 서두르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다"고 못 박았다. 또 말미에선 "'위로부터' 진행되는 통합논의는 사상누각에 다름 아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지금부터라도 주민을 지자체 통합 논의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뼈 있는 충고도 했다.

 

[대구·경북] "세종시, 노무현 후보가 공약한 신행정수도 건설의 변종?"

 

대구·경북지역 언론들도 크게 두 가지를 걱정하고 있다. 하나는 통합에 관한 불안한 논의, 다른 하나는 정운찬 총리 후보자로 인해 더욱 거센 불똥이 튄 세종시 논란이다. 정부가 인센티브를 내걸고 추진하려 하는 통합에 대해 <영남일보>는 지난 19일 사설에서 입장을 제목에서부터 분명히 밝혔다.

 

'행정구역 통합, 중구난방으론 안된다'란 사설은 통합 실현 가능성을 여전히 낮게 보는 요인으로 '지자체간의 갈등'과 '정치적 이유'를 꼽았다. 또한 사설은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 등 몇몇의 이해관계에 따른 행정구역 통합논의는 성사되기도 어렵고 절대 배격돼야 한다"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주민 전체의사를 수렴하지 않고 일부 집단이 중구난방식으로 통합논의를 이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합에 관한 정부의 기본방향조차 읽지 못한 채 설익은 통합론을 부르짖는 것은 통합을 저해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통합논의를 진행하는 지자체가 주민 의견과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다음, 통합대상인 상대 지자체를 배려(配慮)하는 자세다. 행정구역통합은 어차피 윈-윈의 게임이다."

 

그러나 <매일신문>은 22일 '정 총리 후보자 제시한 자족도시 검토해볼 만'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다소 생뚱맞은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과 세종시 논란에 대해 사설은 "정부기능의 서울과 세종시 분산에 따른 비효율성 또한 정 후보자가 굽히지 않는 소신"이라고 부추기며 "세종시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공약한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의 변종"이라고 표현했다.

 

충청권 민심을 자극할 만한 표현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노 정부가 신행정수도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헌법소원 제기로 위헌 판결을 받자 모양을 바꿔 밀어붙인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그 실체"라고 밝힌 사설은 "노 정부는 정권 말인 2007년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워 기공식을 통해 대못을 박아버렸다"며 참여정부 정책을 비난했다. 

 

[강원] "행정구역 개편 너무 빨라...속도 조절하라"

 

강원지역은 행정구역 개편과 통합논의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속도를 늦추거나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강원도민일보>는 22일 사설 '강원권 외면 사태, 당장 대책을 세우라'에서 "작금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상을 무겁게 진단했다.

 

"정부의 '광역 및 초광역발전계획', '동해안광역경제권발전계획' 등 갖가지 지역 발전 계획에서 강원도가 홀대 외면 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도와 경북, 울산이 국토연구원과 공동으로 '동해안권종합발전계획'을 수립 중인데, 강원도 동해안은 거의 들러리 수준이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의 '지역발전5개년계획'에서 영동권은 관광산업 중심축에서 배제됐다."

 

사설은 또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지역발전위원회와 국토연구원에 아무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강원도의 정치력 부재 또는 행정의 집중력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앞선 지난 16일 사설 '행정구역 개편, 속도 조절하라'에서도 행정구역 개편에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의 방식은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실제로 부작용과 혼선이 속출하고 있다. 뚜렷한 논의기구나 주체도 없이 무분별한 통합논의가 확산돼 가는 양상"이라고 분석한 사설은 "속도를 조절하면서 보다 넓고 깊은 안목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속도가 너무 빠름을 역설적으로 하소연했다. 

 

그런가 하면 <강원일보>는 18일 사설 '강원도 외로워 마라'는 대통령의 말'에서 위로와 자조 섞인 푸념을 쏟아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있은 시·도지사들과의 만찬 후 김진선 지사에게 '강원도민들이 너무 외롭다는 생각을 갖지 말아 줄 것을 전해달라'고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위로했다.

 

"강원도의 지역정서를 올바로 파악하고 또 지역의 현안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홍천 방문에서도 도에 대한 각별한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관심이 지역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고 도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지방분권 아젠다는 온데간데 없이 중앙정부 기능이 되레 강화된 데서 기인한 희한한 일들이 자주 목격되는 요즘이다.


태그:#행정통합, #세종시,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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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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