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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가축 떼가 지나가거나,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뛰어다니면 노랗고 미세한 먼지들이 가득 일어나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 시계마저 들고 오지 않아 그야말로 원시인인 나는 시끄럽게 울어대는 닭소리에 눈을 떴다. 7시 20분에 첫 수업이 시작되는 조이 비전 초등학교.(케냐는 초등학교 8학년까지 있는데, 이곳은 아직 5학년 건물까지 밖에 없어서 5학년을 마치면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들은 7시가 채 되기도 전에 벌써 문이 열리지 않는 각각의 교실 앞에 서서 삼삼오오 떠들고 있다. 고아원을 마주보고 있는 학교라 조금만 귀 기울이고, 이 부족 언어에 능통하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까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은 초등학교 음악교사 '까만땅콩'과 유치원 음악교사 '두부'의 인솔 하에 전 학년을 돌며 음악수업을 하기로 한 날이다.

 

 

이것저것 준비한 악기를 가지고 운동장으로 들어서자마자, 200명 남짓 되는 파란 교복의 아이들이 전부 우리를 주목했다. 그러고는 소리를 지르며 환영했다. 가까이 와 손을 내밀고, 옷자락을 만져보기도 하면서.

 

낯선 이에 대한 배려, 난생 처음 가본 곳에서 이런 환영은 방문자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이 아이들은 알까?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신기하면 숨고 낯설어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고 만지고 친해지며, 진심으로 알고 싶어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이들. 그 열린 마음이, 낯선 땅을 밟은 우리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이 사랑스런 아이들은 알까? 우리가 먼저 다가갔지만 어색하지 않게 항상 배려해준 것은 이곳 아이들이라는 것을.

 

 

쇳덩이 하나로도, 그것을 구부려 트라이앵글 같은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는 이곳 아이들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리코더, 젬베, 쉐이커, 실로폰 등 작은 악기들을 난생 처음 보는 아이들은 수업에 있어서도 적극적이었다. 저마다 자기가 해보겠다며 손을 번쩍번쩍 들었고, 어려운 한국어나 영어 가사와 음도 단번에 외워 우리를 놀라게 했다.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풀밭에 앉아 있는 내 곁으로 와 나를 구경했다. 잔뜩 나를 구경하고 있는 한 아이에게 악수를 청하니, 기다렸다는 듯 옆에 아이도, 그 옆에 아이도 내 손을 잡아댔다.

 

 

그리고 뭔가 하얀 가루가 묻어 있을까 싶어 날 만진 자기 손을 살펴보는 아이들. 나는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 까맣고 동그란 아이들 머리통에 뽀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기만 갖다대면 우르르 몰려와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 처음엔 세 명이었는데, 주춤하는 사이 아이들이 20배로 늘었다. 그러면 나는 프레임 안에 모두를 담을 수 없어 계속 뒤로 한 발짝 한 발짝 물러나야 했다.

 

모두가 짧게 머리를 깎은 터라

치마를 입고 바지를 입고로 구분해야 하는 아이들.

이 아이들은 모두, 조이비전스쿨에 다니는 아이들이다.

덧붙이는 글 | * 7월 21일부터 9월 8일까지 아프리카 케냐에 다녀왔습니다. 


태그:#아프리카, #케냐, #여행기, #초등학교,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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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담도 순식간에 뒤집어 즐겁게 살 줄 아는 인생의 위트는 혹시 있으면 괜찮은 장식이 아니라 패배하지 않는 힘의 본질이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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