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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명산에 산벗들과 오르다
 
가을은 도무지 한 자리에 앉아 있기 힘든 계절이다. 이명처럼 멀리서 들리는 가을 산사의 종소리에 이끌려, 지난 일요일 달음산을 향해 길을 떠났다. 길은 그야말로 '가을로'이다. 벼가 익어가는 가을이 가득한 들녘이다. 이 황금 들녘에 서면, 누구라도 신이 인간에게 주신 감사한 수확의 계절에 대해 두 손이 절로 합장될 것이다.
 
일일 여행의 목적지 달음산은 부산시 기장군 일광면 원리 산143에 소재한다. 달음산은 기장군의 중앙에 솟아있는 기장8경 가운데 제1경이 되는 명산이다. 기장현 읍지는 달음산을 취봉(鷲峰)산이라 적고 있는데, 옛 기장사람들은 추봉산 또는 축봉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 옛날에는 달이 뜨는 산이라는 뜻의 월음산(月蔭山)이라고도 불리웠다고 한다. 정상에 거대한 바위를 이고 독수리(鷲)처럼 굽어보고 있는 달음산은, 그 뿌리가 원적산(현 千聖山)이다.
 
기장현읍지에 원적산의 맥이 동쪽으로 뻗어 백운산을 낳고, 백운산이 다시 멀리 동쪽으로 뛰어 동해에 맞대면서 달음산을 이룬 것이라 적고 있다. '천명의 성인이 이곳에서 나와 전쟁의 참화를 피할 수 있었다'이 원적산의 정기가 뻗어 내린 곳이 달음산이기도 하다라는 전설 등이 내려 오고 있다.
 

 

새벽의 햇살이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닿는 달음산

 

기장사람들은 동해에서 불끈 솟는 새벽의 햇살이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닿는 곳이 달음산의 정상이라고 믿고 있다. 그 주봉의 이름은 취봉(鷲峰) 또는 수리봉이라 하고, 그 동북쪽에 있는 봉우리를 옥녀봉 또는 구슬아기봉이라 한다.

 

두 봉우리 가운데 취봉에서 그 원류를 두고 있는 일광천을 취정천이라고 하고 옥녀봉에서 발원한 계곡을 옥정(玉井)천이라 한다. 또 취봉 아래에 있는 절을 취정(鷲井)사, 옥녀봉 아래의 절을 옥정(玉井)사.

 

달음산은 계절이 바뀌면 찾을 때마다 또 다른 달음산을 볼 수 있다. 산꾼에게 산을 타기 좋은 산이기도 하다. 특히 암벽 타기에 있어서도 조건이 좋는 산이다. 이 산은 해발 586미터. 산이 높지도 낮지도 않아 좋다.

 

정상의 거암이 마치 계관(鷄冠)을 머리에 얹은 듯하고, 동해의 푸른 물결을 굽어보는 전망이 좋은 산. 기장군에서 제일의 명산을 꼽는다. 달음산 등반하는 코스는 많다. 특히 산세가 그다지 험하지 않아,  연인 등 가족 등반코스로 즐겨 찾는 산이다.

 

태백의 한 지맥이 동해를 향해 꿈틀대다 크게 용트림해서 멈춘 듯, 달음산은 바위 모양이 시의 한 구절처럼 살아 꿈틀거리는 순수한 정신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달음산은 돌속에 파도가 치는 산, 그 돌속에 거북이가 헤엄치는 바위 모양이다. 형형의 천년 바위 모양에 달음산은 그 산의 웅장미와 장엄미를 뿜어낸다.

 

 
달음산 등산로 입구에 자리한 옥정사에서 산행전에 예불을 올렸다. 이 옥정사는 약수가 좋기로 유명하다. 이곳의 해탈수는 여느 사찰의 약수와 달리 물이 차고 시원하다. 물 한잔으로 해탈을 할 수 있다니…부처님 말씀처럼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모르겠다. 다박 다박 경쾌한 발걸음으로 산벗들과 달음산 정산을 향했다. 산행길에 울글 불긋 달음산의 가을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처럼 깊어가고 있다.
 
 

 
무엇이 만물은 느낀다고!(피타고라스)
인간이여! 자유 사상가-그대는 믿고 있는가?
생명이 모든 것에서 작렬하는 이 세상에서 그대만이 생각하는 존재라고?
그대는 가진 능력을 자유로이 쓸 수 있다.
그러나 그대의 모든 생각에서 만물은 빠져 있다.
짐승 속에서 움직이는 정신을 존중하라......
모든 꽃은 하나하나 대자연에 핀 독립된 영혼이며
금속에는 사랑의 신비가 담겨져 있다
만물은 느낀다; 그리고 만물은 그대의 존재에 강력하게 작용한다.
 
눈 없는 벽 속에서 그대를 살피는 눈을 두려워하라
물질에도 언어가 부여되어 있으니......이를 불경한 일에 쓰지 말라.
 
자주, 희미한 존재 가운데 신이 숨어 있으며
갓난아기의 눈이 눈꺼풀로 덮여 있듯
순수한 정신이 돌 껍질 속에서 자라고 있다.
<황금시>-'제라르 드 네르발'
 

 
가을의 낭만과 시가 흐르는 달음산
 
이번 가을 산행에는 산벗들과 시 한편 프린트 해와서 시를 낭송하기로 했다. 나는 학창 시절 좋아했던 불란서 시를, 산벗들은 두보, 이백 등 시를 가지고 와서 읽었다. 가을 단풍 빛깔처럼 시 한편 한편에 가을이 묻어나는 시들이었다.
 
오랜만에 온 가을 달음산, 시의 향기와 가을 향기로 가득하다.
 

부산에서 달음산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시간은 한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초보 등산인이라고 스스로 자칭하는 산벗은 그러나 힘이 드는 모양이다. 등산은 등산을 할수록 그 체력이 강해지듯이, 산을 오를수록 산은 좋아지는 듯하다. 가을의 향기를 찾아 달음산을 올라온 가족, 연인 등의 정다운 모습에, 나도 산벗도 돌들도 억새들도 흐뭇한 듯… 
 

덧붙이는 글 | 달음산 등산코스(3.6km/약3시간)는, 옥정사 → 갈마산고개 → 옥녀봉 → 달음산 → 해매기고개 → 광산마을에서 등산을 마감할 수 있지만, 반대로 광산마을- 옥정사에서 등산을 마감할 수도 있다. 열차를 이용시/ 좌천역(동해남부선) 하차하여, 시내버스 노선 : 37, 180, 188 
이 있고, 마을버스는, 기장3, 기장5, 기장8, 기장8-1, 기장9, 기장10 이용하면 된다. 자가용을 이용시, 해운대(울산) ↔ 국도14호선 ↔ 좌천초등학교 ↔ 옥정사까지 와서 등산로를 이용하면 된다. 


태그:#달음산,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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