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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아래부터 교과부)는 이주호 제1차관이 9월 10일 목요일 11시, 교육과학기술부 대회의실(1617호)에서 몇몇 기자들을 불러놓고 '2009 개정교육과정 추진 설명' 간담회를 가진 뒤, 본격적으로 '2009 개정교육과정'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과정을 살펴본 현장교사로서 '2009 개정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이 절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 까닭을 몇 차례에 걸쳐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백 번 교육과정 개정 해도 학교현장은 언제나 0차 교육과정일 수밖에 없다

 

먼저, 2009년 이 소식을 방송화면으로 처음보고 아연실색했습니다. 물론 이런 일은 처음 겪는 일이 아니고 늘 그래왔습니다. 어찌된 게 교과부가 시행한다는 교육정책을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가장 모르고 가장 늦게 알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이 현장교사 의견 수렴이지, 지금까지 제 발로 찾아가서 마이크 잡고 말하고, 글 써서 나누어준 것 외에 제 의견을 따로 수렴한 일이 한 번도 없습니다. 또 국가 교육정책에 대해 의견수렴을 한다는 토론회나 공청회는 평일 서울에서 오후 2시쯤 열리니 현장 교사는 아예 오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교육정책의 흐름을 잘 알고 있어야할 현장 교사들은 느닷없이 방송에서 내용을 처음보거나 자세한 내용도 모르고 있다가 마음의 준비도 없이 공문으로 정책을 시행하면 그때서야 허겁지겁 교과부가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데만 급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한 번의 부분 개정을 합쳐 모두 여덟 번 교육과정을 개정했지만, 교육과정 개정 과정을 살펴보면, 학교 현장의 소리보다는 정부의 정치적 입장에 따른 정책이 교육과정 내용 위에 있고 교육과정을 좌지우지해 왔습니다. 그 본보기가 현재 교육과정 내용을 거스르면서 실시하고 있는 일제고사입니다.  

 

현장 교사들은 개정되는 교육과정의 내용도 모르고 있다가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교과부 지시로 연수를 강제로 몇 시간씩 받습니다. 연수 내용 또한 '이렇게 바뀌니 이렇게 해라!'는 교과부 지침 전달연수로 끝나고 맙니다. 교사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교육은 수업에서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교사대상 강제 전달연수시간을 열 배로 늘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교육과정 개정 과정이 학교 교육의 중요한 주체인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가 담길 틈이 없고, 일방적인 지시와 지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들은 교육과정 개정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교육과정이 제 아무리 8차, 9차 아니, 100차까지 바뀌어본들, 학교 현장의 교육내용은 절대 바뀌지 않는 0차 교육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교육과정이 아예 없는 '무(無)차 교육과정'이라고도 말합니다. 

 

현장 교사들도 늘 교과부 지시에 따르는 데만 익숙해져 있어서 교과부 정책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는다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교사들이 이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까닭이 있으나, 교사들이 원래 자라온 환경이 '말 잘 듣는 모범생' 출신인데다, 최근 교과부 정책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교사들이 '불복종죄'로 처벌받는 분위기도 큰 몫을 더했다고 봅니다.

 

'2009 개정교육과정' 내용은 안 가르쳐 주지만, 의견은 수렴한다?

 

수년 간 교육과정 공부를 해 온 현장교사로서 저는 방송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발표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어서 간담회 자료와 간담회 자료에 딸려있다는 붙임자료를 찾으려고 애썼는데 교과부 홈페이지는 물론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교사인 저도 그런데 학부모들은 더욱 그렇겠지요.

 

방송으로 알게 된 발표내용은 현장교사로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 방송장면에 비춰진 자료 일부와 언론에서 받아쓰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교사가 본 생각을 '2년 만에 또? 교육과정이 보도블럭 교체 공사인가?(9월12일자)'  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주호 차관의 간담회 자료는 발표가 있은 5일 뒤인 15일에야 교과부 공지사항에 떴는데, 마지못해 띄운 듯 성의 없게 띄워 놨더군요.

 

 

먼저, '보도자료'라 해서 열어봤더니 보도자료가 아니라, 9월 11일에 발표한 간담회 자료입니다. 교과부는 보도자료와 간담회 자료조차 분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간담회 자료를 보니 이 자료에 붙어있는 문서가 한 개가 아닌 자그마치 세 개나 있었습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추진 설명 간담회 자료 붙임문서

※붙임 1.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미래형 교육과정 구상 1부.

          2. 녹색성장 교육활성화 방안 1부.

          3. 2009 개정 교육과정, 바로 알기 1부.

 

세 개의 붙임 자료 중 이번에 발표한 '2009 개정교육과정 추진 설명'에서 그 누구라도 궁금해 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는 '2009 개정교육과정'의 바탕이 되었다는 1번 자료, '국가교육기술자문회의, 미래형 교육과정 구상' 입니다. 그런데 공지사항 게시판에 이 자료는 없고, 3번 자료 '2009 개정 교육과정, 바로 알기'만 떠 있습니다. 3번 자료는 말 그대로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2009 개정교육과정 내용'을 '바로 알게' 해 주는 교과부 '홍보자료'입니다.

 

이것은 결국 '2009개정 교육과정' 내용은 절대 가르쳐 줄 수 없지만, '좋은 것이니' 무조건 따라만 오면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간담회 자료(5쪽)에는 '개정 시안 개발 과정에서 각계 각층의 여론 수렴을 통하여 현장 적합성 높은 교육과정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습니다. 원안 자료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교과부는 무슨 수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시안개발을 한다는 것인가요?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이 아니라, '정부 정책'입니다

 

 

교과부는 또 9월 17일부터 '2009 개정교육과정' 홍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온 메일 제목이 '2009 개정 교육과정, 이렇게 바꾸겠습니다!'입니다. 메일 제목부터 잘못되었습니다. 홍보메일을 보면 '2009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9월 29일(화)에 개최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보면 '2009 개정교육과정'은 아직 시안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교과부는 지금 시안조차 확정되지 않은 '교육과정'에 대한 의견 수렴기간동안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교과부안을 적극 홍보하는 데만 열 올리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정책'이면 몰라도 '교육과정' 연구 과정에는 알맞지 않은 태도입니다. '2009 개정교육과정'이 단지 현 정부의 견해에 따른 일시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고, 한 나라의 '교육과정'이라면 도저히 이렇게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바꾸겠습니다!'는 메일 제목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 고시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바꾸려고 합니다.(이에 대한 여러분들의 의견을 보내주십시오.')로 해야 합니다. 아니 이런 메일을 보내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9월 10일 이주호 차관이 발표한 간담회 자료에 붙어있는 나머지 두 자료 '1.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미래형 교육과정 구상', '2. 녹색성장 교육활성화 방안'도 마저 공개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간담회자료 5쪽에 밝힌 대로 '2009 개정 교육과정' 내용에 대해 '교과부 홈페이지를 활용하여', '현장과 일반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던 교과부 홈페이지는 언제 만들 것인가요?

 

내용을 알리는 데는 아주 인색하면서, 확정되지도 않은 교과부 안에 대한 홍보만 적극 일삼는 모습이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교육과정'이 될 수 없는 첫 번째 까닭입니다.

덧붙이는 글 |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으로 보기에는 부적절한 점이 많다고 봅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교과부가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 그 내용을 도무지 알 도리가 없군요. 그래서 일단 발표한 자료만을 보고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태그:#2009개정교육과정, #교육과정개정과정, #정부교육정책,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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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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