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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도화면 캡쳐
▲ `용인 여중생 흉기사건`의 범행도구와 피해자 MBC 보도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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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왕따를 당해오던 여중생이 같은 반 친구 2명을 흉기로 찌른 것.

MBC뉴스에 따르면 이 학교 1학년생 박모(14) 양은 16일 오전 8시께 자신의 교실에서 같은반 친구 윤모 양과 박모 양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집에서 준비해 온 흉기로 등을 무참히 찔렀다. 중상을 입은 윤양과 박양은 인근 병원으로 급이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흉기를 휘두른 박양은 반에서 1등을 할만큼 성적이 우수했지만 내정적인 성격 때문에 평소 윤양 등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하는 등 집단 따돌림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왕따의 피해자가 흉기 사건의 가해자가 된 것이다.

'왕따'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그러나 정작 교육현장의 구성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 이번 사건만 하더라도 박양이 평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해왔던 것으로 전해져 학교 측에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또 최근에는 '빵셔틀'(급우들의 빵 심부름을 하는 학생)이라는 은어가 유행어처럼 번지며 '대한민국 빵셔틀 연합회'라는 웃지 못할 사이트가 생겨나기도 했을 지경이니 말이다. 기자는 최근 '왕따'를 둘러싸고 교육현장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종합해 경각심을 부여하기로 했다.

① 왕따 여고생 2명 팔다리 묶고 18층서 동반자살

MBC 보도화면 캡쳐
▲ 최모 양이 자살 전 어머니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MBC 보도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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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여고생 2명이 숨진채 발견됐다. 평택의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던 최모 양과 조모 양이 운동화 끈으로 서로의 손과 발을 묶은 뒤 이 아파트 18층 옥상에서 함께 뛰어내린 것.

이 학생들도 평소 "학교 아이들이 무섭다"며 왕따의 괴로움을 호소해왔다. MBC뉴스에 따르면 자살 하루 전 최양이 어머니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에는 '왕따 취급하고 애들 불러내서 욕하고', '정말 학교 애들이 무서워', '엄마 나 학교 자퇴시켜줘' 등 간절한 내용이 담겨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학교 측의 대응도 미흡했다. 최양의 아버지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면담하고 가끔 전화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애들이 걷어차고 핸드폰 뺏고 하니까 학교에 얘기를 했는데 선생님은 분명 잘됐다고 그랬는데…"라며 비통한 눈물을 흘렸다.

② 폭행과 금품갈취 당해오던 여고생 스스로 목매

앞서 지난 6월 14일에는 전라남도 화순읍에서 여고생이 친구들의 따돌림과 금품요구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을 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교 2년생이던 김모양은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지만 남학생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갈취당하는 등 왕따를 당해왔다.

결국 김양은 이날 오전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맸고, 평소 등교를 같이 하던 친구가 이를 발견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특히 안면 장애로 10여차례 수술을 한 김양은 친구들로부터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고민해 온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김양은 자살 전에도 '왕따' 문제로 괴로움을 겪어오다 손목 자해 등 자살기도를 했었지만 학교 측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③ 왕따 초등생을 5년간 성폭행해온 '인면수심' 교사

왕따를 당하는 학생에게 도움은 주지 못할 망정 오히려 성폭행을 저지르는 파렴치한 교사도 있었다. 지난 2007년 전직 교사 박모(당시 65세)씨는 왕따로 고통받던 어린 초등학생을 5년여 동안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2002년 4월께 기간제 담임교사로 근무하던 전남 영광군 모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혼자 남아있던 A(당시 12세)양의 몸을 만지고 자신의 숙소로 불러 성폭행했다.

부모가 이혼한 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온 A양은 내성적인 성격 탓에 평소 급우들로부터 왕따를 당해왔다. 박씨는 A양이 성폭행을 당해도 하소연 할 데가 없는 점을 이용해 무려 5년 가량이나 지속적으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저질러왔다.

④ "인간이란 정말 잔인하다. 괴롭히면서 즐거움을 느끼다니..."

지난해 10월 16일에는 경상남도 거제시에서 왕따를 당해오던 학생이 목을 매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고교 1년생이던 옥모 군은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맸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결국 보름만인 31일 숨을 거뒀다.

옥군은 자살 직전 자신의 미니홈피에 '학우들에게 전하는 글' 제하의 글을 올렸다. 옥군이 마지막 남긴 글에는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는 것일까, 인간이란 정말 잔인한 것 같다... 인간이 인간을 괴롭히면서 즐거움을 느끼다니... 어떻게 하다가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처음에는 안 그랬겠지?"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처럼 왕따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왕따를 당한 학생의 자살 위험도가 정상 학생에 비해 최고 2.8배 높다는 예일의대의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피해학생 뿐 아니라 가해학생의 경우에도 죄책감 때문에 정상학생보다 2배 가량 더 자살을 생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나 왕따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접근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행동하지 않으면 양심이 아닌 것이다.

교육현장의 책임자들은 사건이 발생하면 어쩌다 한 번 쯤 일어나는 일부의 문제로 치부해 축소·은폐하거나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그리고는 변한 것 하나 없이 예전의 교육현장으로 돌아간다. 악순환 속에서 피해의 몫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왕따' 문제로 희생됐다. 왕따는 비단 가해 학생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사, 교육청, 학부모 등 교육현장의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장소에서 맡은바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교내에 CCTV를 설치하거나 전문 상담사를 상주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인들의 억울한 죽음을 끝으로 더이상 '왕따'가 교육현장에서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모두가 행동해야 한다. 내 자식이, 내 형제가, 내 조카가 가해자든 피해자든 왕따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태그:#왕따, #여중생, #흉기,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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