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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가는 기차]로 등장했던 스무살의 김현철은, 당시에 가히 천재라는 칭호가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다.
 [춘천가는 기차]로 등장했던 스무살의 김현철은, 당시에 가히 천재라는 칭호가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다.
ⓒ 후너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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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8월 우리는 그 뜨거운 여름날에 대중들은 한국 가요계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킬 스무 살에 천재 뮤지션을 만나게 된다.

그는 당시 자신의 데뷔 음반에서 '어떤 날'의 조동익을 '세션'으로 모시고 음반에 실린 전 곡을 작사, 작곡을 했으며, 본인이 직접 음반전체의 프로듀싱은 물론 노래까지 해낸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3집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에 실린 '달의 몰락'이란 곡을 통해서 대중적인 인기까지 꿰차며 어린 나이에 뮤지션으로서의 자기자리를 완벽하게 굳힌다.

그와 동시대에 활약하던 많은 뮤지션들이 당시 그런 그에게 지독한 질투심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회고하기도 하며, 또 그 질투보다 한참은 더 많은 후배 뮤지션들의 지지도 함께 이끌어 냈다.

음반의 재발견④: 김현철 4집 <Who Stepped On It>

김현철의 4집 [Who Stepped On It]
 김현철의 4집 [Who Stepped On It]
ⓒ 월드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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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들은 이미 눈치 챘겠지만, 그가 바로 1집 <춘천 가는 기차>를 들고 우리에게 등장했던 뮤지션 '김현철'이다.

김현철은 자신의 1집 앨범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허세가 들어가 있어 조금은 쑥스러운 앨범'이라 자평하기도 했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당시에 대중들은 이 풋풋하고 신선한 음악에 열광했다.

그리고 92년 2집 <32℃의 여름>과 <야샤(Yasha)>프로젝트를 통해 그의 우상이자 선생님이었던 조동익 외에 함춘호, 손진태, 이정식, 배수연 등 내로라하는 세션들과 교류를 거치며 서서히 그의 소리들이 일정한 형태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혹자는 이것을 순수의 상실이라 평할지도 모르지만, 그의 입장에서 이는 엄연한 소리의 진보였으며 그 배경에는 언제나 우리의 귀를 이끌었던 그만의 사운드가 분명하게 존재했다.

또한 그는 3집에 실린 '달의 몰락'의 커다란 히트사이에서,  또 다시 유능한 음악인들의 보고와 같았던 동아기획을 통해 <그대안의 블루>, <네온 속으로 노을 지다>의 O.S.T를 연달아 발표하며 '이소라'라는 걸출한 보컬리스트와 함께 그 안에 실린 보컬트랙들 또한 동시에 히트를 시키는 기염을 토한다. 이는 사실 지금 생각해도 꽤 경이로운 기록이라 할만한데, 그런 의미에서 김현철이란 뮤지션에게 당시 대중들이 걸었던 믿음과 인기가 얼마나 컸는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세련되고도 유려한 변신 

이러한 호황 속에서 김현철은 자신의 정규음반 4집을 내놓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그의 95년 작 <Who Stepped On It>이다. 이 앨범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초기 김현철의 '순수한 감성'이 '세련된 감각'으로 이전되는 그 지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음반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실제로 바로 이전 3집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과 4집 <Who Stepped On It>의 전반적인 사운드의 질은 그 누구라도 단박에 눈치 챌 만큼의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이는 음반을 제작하고 녹음을 했던 2년여 간의 시간이나 월드뮤직과 NOW 스튜디오로의 성공적인 안착, 혹은 엔지니어 고희정과 임창덕의 뛰어난 역량이라는 전제를 깔더라도 상당히 괄목할 만한 발전이라 할만 했다.

또한 이 <Who Stepped On It>은 당시 3인조 그룹 '솔리드'의 피처링과 영화배우 고소영의 내레이션, 손무현과 한상원의 세션강화 등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으로 제작되었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다행히 분산되지 아니하고 다시 김현철이라는 유능한 프로듀서에 의해 재편되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간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봄여름가을겨울'의 리메이크 곡인 'Street Performer'에서의 화려한 편곡, 트레이드마크인 트랙들 전면에 울리는 브라스 섹션의 유려한 사용, 귀에 거슬리지 않는 편안한 멜로디와 그들을 포용하는 퓨전재즈와 보사노바의 적절한 믹스는 사실 우리들이 김현철이라는 뮤지션들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소리들의 집합이며 바로 이 음반에 그 집합들은 몰려져 있다.

물론 그 화려함 이면에는 '티 스퀘어'(T-Square) 음악과의 표절논란이나 초기 순수함을 바랐던 대중들의 일련의 비난도 있었지만, 그의 음악적 진보가 이 4집 <Who Stepped On It>을 통해서 더욱 확고해진 것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 '달의 몰락' 이후의 김현철은 그렇게 몇 단계 더 세련되게 업그레이드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이때까지의 김현철은 대한민국 뮤지션 가운데 단연 중심에서 존재하는 젊고도 영향력 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었던 것이다.

빛나던 과거, 그 출발과 현재

'춘천 가는 기차' 이후에 '달의 몰락'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그의 4집 음반인 [Who Stepped On It]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후엔 무엇이 있을까.
 '춘천 가는 기차' 이후에 '달의 몰락'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그의 4집 음반인 [Who Stepped On It]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후엔 무엇이 있을까.
ⓒ 후너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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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1집 <춘천 가는 기차>가 초기 김현철이라는 뮤지션 자체를 규정짓는 음반이었다면, 상업적 성공 이후에 발매된 이 4집 <Who Stepped On It>은 김현철이 만드는 음악 그 자체를 규정짓는 음반이라도 해도 무리가 없다.

실제로 그 이후에 발표된 김현철의 음악들은 한동안 4집 <Who Stepped On It>에서 들어왔던 사운드와 특화된 차별성을 크게 어필하지 못했고, 그러한 점은 사실 그의 과거의 영광에 비하자면 조금은 아쉬운 부분 이라고도 할 만하다.

하지만 알다시피 음악은 변화하고 감각은 진화한다. 그리고 거기서 김현철의 선택은 이제 그 누구보다도 편안하고 푸근하게 우리 곁에 남아 자신의 음악을 유지하는 것으로 모여졌다. 그것이 퇴보인가 진보인가, 아니면 안주인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김현철이라는 뮤지션이 생각하는 음악 그 자체의 틀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인지한다면 그런 지엽적인 논쟁은 사실 큰 의미를 두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쨌거나 <Who Stepped On It> 이후의 김현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태그:#음반의 재발견, #김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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