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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민호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유니세프의 말라리아 퇴치 캠페인 'Love Net for Children'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 말라리아 퇴치 캠페인에 참여한 이민호 배우 이민호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유니세프의 말라리아 퇴치 캠페인 'Love Net for Children'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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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지하철 무가지에서 낯익은 배우의 사진이 한 장 보였다. 그 사진 안에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로 열연한 배우 이민호가 두 손을 모아 삼각형을 만들며 "말라리아로부터 아프리카 아이들을 지켜주세요!"라 말하고 있었다.

그의 두 손은 어린이의 생명을 보호해줄 안전한 모기장을 형상화 한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살충 처리된 모기장을 보내는 유니세프의 말라리아퇴치 캠페인 '러브 넷 포 칠드런'(Love Net for Children/ http://stopmalaria.or.kr/)"에 많은 이들이 동참할 것을 호소하였다.           

'국경 없는 질병' 말라리아

세계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약 30억 명의 인구가 말라리아 모기가 서식하는 감염가능지역에 살고 있다. 매년 5억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말라리아에 감염되며, 30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다. 1년에 최소한 한 번은 열대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사람이 이 질병에 걸린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 인구가 상당기간 증상이 보이지는 않지만 1년 내내 몸 속에 말라리아 기생충을 달고 산다. '국경 없는 질병'으로 불리는 말라리아는 전세계 109개 국가와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는 풍토병이다. 하지만, 말라리아 환자의 90%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 지역 어린이 사망 원인 중 20%가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라리아 피해를 입는 이들은 주로 5세 미만 어린이거나 임산부들로 알려져 있다. 말라리아 감염이 의심되는 지역의 주민 중에서는 임산부에게 최우선적으로 예방약을 공급한다. 말라리아 창궐 지역의 임신부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말라리아 감염률이 4배, 사망률이 2배 높게 나타나는데, 임산부가 말라리아에 걸리면 급성 빈혈, 조산, 사산의 위험이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가 말라리아에 걸리면 에이즈 진행속도가 더 높아지기도 한다.

말라리아로 아프리카에서만 매년 120억 달러의 경제 손실을 보고 있다. 경제 면에서나 인적자원 면에서 큰 피해를 주는 말라리아라지만,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적인 프로그램 운영, 모기장 사용 확대, 효과적인 치료법 등으로 얼마든지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말라리아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 "살충처리 모기장"

한 해에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는 잘 알려지다시피 모기가 옮기는 기생충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과거, 많은 나라들이 말라리아를 퇴치하는데 성공을 거둔 기술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말라리아 전파를 줄이기 위한 DDT와 기타 살충제였고, 둘째는 말라리아 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클로르퀸과 새로 개발된 말라리아 퇴치약이었다.

이중, 모기 퇴치를 위해 발명한 DDT는 1972년 미국환경보호청에 의해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곤충과 토양에 오랜 기간 축적됨으로써 먹이사슬을 타고 조류와 물고기까지 오염시켰는데, 인간에게도 면역 기능과 뇌기능 저하를 야기시켰기 때문이다. 부수적으로 20여 년간 사용되면서 오히려 모기들의 내성은 더욱 강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모기 퇴치 방법 중 하나는 살충처리가 된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일은 말라리아 해결을 위해 가장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기도 하다. 살충처리 모기장 안에서 잠을 자는 것만으로 어린이 전체 사망률을 2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말라리아 발병률이 높은 아프리카 10개국에서 이러한 모기장의 보급으로 12만 5000명의 어린이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 이후부터는 전세계적으로 살충처리 모기장의 보급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2004년에는 30만 명이 이 모기장을 사용했지만 2008년에는 살충모기장을 사용하는 인구가 100만 명까지 크게 늘어났다. 르완다의 경우 살충처리 모기장의 사용비율이 4%에서 2006년 56%로 높아졌으며, 잠비아는 1%에서 41%까지 높아졌다.

요즘 공급되는 모기장의 90% 이상은 살충효과가 영구적으로 지속되어 재처리가 필요하지 않으며 장기사용이 가능하다. 이 모기장은 신생아보호와 예방접종 프로그램 시 임산부, 어린이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되고 있다. 2010년까지 아프리카 주요 감염지역에서 필요한 살충처리 모기장은 2억 5천만 장이며, 현재 예산으로 구입이 가능한 모기장은 1억 3천만장이다.

만연한 말라리아, 빈곤의 악순환

두 가정의 침실을 비교하며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하여 모기장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 라이베리아의 말라리아 예방 캠페인 두 가정의 침실을 비교하며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하여 모기장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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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말라리아는 학질(瘧疾)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사'에 보면 "1122년(예종 17) 12월에 학질이 창궐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로써 고려시대에도 이미 말라리아가 성행했던 것을 유추할 수 있다.

6·25전쟁을 전후해서 전국적으로 발병률이 높았지만, 지금은 많이 근절되었고, 북한 인접 지역, 군부대 인근이나 군인, 전역자 등에서 일부 발견되고 있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말라리아에 노출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독 아프리카만이 여전히 말라리아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무엇보다도 말라리아를 유행시키는 아프리카 특유의 자연 환경 때문이다. 높은 온도, 모기의 빠른 번식… 여기에 계속되는 자연 환경 파괴는 야생동물의 감소를 가져와 모기들은 인간의 피를 더욱 선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복합적인 태생적 요인들은 아프리카가 다른 지역보다 독보적인 말라리아의 전파력을 갖게 했다. 전세계적으로 아프리카와 같은 생태적 부담이 있는 곳은 아시아의 분산된 몇 곳(파푸아뉴기니 등)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말라리아 퇴치에 대해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가정용 살충제, 살충 처리된 모기장, 말라리아 치료약 등은 말라리아를 퇴치한 세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서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유럽과 미국처럼 말라리아를 완전히 박멸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말라리아 감염자를 결정적으로 줄일 수는 있는 것이다.

제프리 삭스는 그의 저서 <빈곤의 종말>에서 재미있는 지도를 두 개 소개했다. 하나는 낮은 1인당 GNP를 나타내는 지도고, 다른 하나는 1946년, 1966년, 1994년의 세 시점에 말라리아의 전파를 보여주는 지도다. 이 지도들은 빈곤 지역과 말라리아가 전파된 지역이 일치된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말라리아는 아프리카에서 빈곤을 유발시킨다. 인적인 자원 측면에서 볼 때, 직장과 학교의 장기결근의 명확한 이유가 될 뿐 아니라, 말라리아에 반복해서 걸리는 어린이는 만성빈혈과 후유증을 일생 동안 겪게 된다. 이렇게 발생된 빈곤 요인은 다시 말라리아를 악화시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프리카의 가난한 가계와 정부는 말라리아와 싸울 재정이 없는 상태다. 말라리아와 빈곤의 악순환으로 빈곤은 계속되고, 말라리아도 이와 함께 심각해진다.

역사를 돌아보면, 말라리아와 황열병 때문에 파나마 운하 건설이 30년 이상 지연된 적이 있다. 수에즈 운하로 큰 성공을 이룬 페르디낭 드 레세프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에도 도전했으나 쓴맛을 보고 말았다. 그가 실패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그 중 가장 주요했던 것은 모기가 원인이 된 두 질병 때문이었다. 후에 윌리엄 C 고거스가 지도한 모기 통제 노력과 더불어 미국이 막대한 지원금을 퍼부은 후에야 파나마 운하가 완성되었다. 오늘날까지도 말라리아는 새로운 광산이나 농장지대, 관광지대를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린다. 아프리카에서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경제개발을 위한 투자프로그램들을 당장 중단시킬 만한 위력이 있는 것이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

지난 2000년 UN은 2015년까지 완성해야 할 새천년개발목표(MDG: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8개항을 발표했다. 이 중 6번째 항목은 "말라리아 발병 억제 및 AIDS의 확산 근절"이다.

MDG에 의하면, 2010년까지 말라리아 감염지역 인구 80%에게 살충 처리 모기장을 보급하고 위생환경을 개선한다. 말라리아 환자 80%에게는 효과적인 치료제를 제공하고, 발병률이 높은 지역에서의 임산부 80%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이어서 2015년까지는 주요 감염국의 빈곤계층을 중심으로 말라리아 발병률과 사망률을 2005년 대비 75% 감소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유니세프를 비롯해 세계은행, 미국의 말라리아예방특별법과 같이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국제 기구들의 노력으로 최근 수십 년간 말라리아에 대한 관심이 증가됐고, 예방률도 크게 개선되었다. 하지만 달성해야 할 목표를 위해 자원은 여전히 더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국제사회가 조성한 기금과 관심으로 말라리아 예방 부문에서 빠른 개선과 확대가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질병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것임이 분명하다.


태그:#말라리아, #모기장, #이민호, #유니세프, #꽃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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