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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4일 오후 7시 5분]
 
무자격 논란이 일고 있는 김옥신 인권위 사무총장 제청이 일단 미뤄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4일 오후 3시부터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18일 오전 7시 30분 자료를 보강해 추가 심의를 열기로 했다. 이날 인권위원들이 사무총장 제청 안건과 관련 "심의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으로 내정된 김옥신 변호사는 인권경력이 전혀 없을 뿐더러 판사 시절 국가보안법 관련 유죄 판결을 내려 자질 시비가 일고 있다.

 

또한 이날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임진강 사고에 대해 위원장 논평을 내기로 결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일단 논평의 대상은 북한 당국이 아닌 통일부 장관으로 정했다. 앞서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지난 11일 같은 논평에 대해 지시했다가 보류한 바 있다.

 

그동안 '무색무취'했던 현병철 위원장은 이날 전원위원회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칠준 전 사무총장이 재임할 때부터 현 위원장의 '우향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왔다.

 

[김옥신 사무총장 제청] "1주일 전 위원장이 용의 물어봤다"

 

이날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제일 중요한 안건은 사무총장 제청. 그러나 인권단체 활동가는 물론 인권위원회 핵심 관계자들도 "절차는 물론 인선기준에도 문제가 많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사무총장 인사는 지난 11일 안건이 상정될 때까지 사무처 직원들도 모르고 있을 정도로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현병철 위원장은 지난 10일 상임위원회에게 구두로 자신의 인사 의지를 밝히면서 "국장급 직원들에게도 함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총장 후보자는 "1주일 전에 현 위원장이 용의를 물어봐서 하루 정도 생각하고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도 있었고, '남은 인생을 그런 곳에서 헌신하면 보람있지 않냐'는 분도 있더라"고 말했다.

 

게다가 김 사무총장 후보자는 뚜렷한 인권 관련 경력이 없는 인물. 전원위원회에 앞서 열린 이날 오전 상임위 회의에서도 인권위원들은 "제대로 알아볼 시간이 없었는데 서류 몇 장만으로 심의할 수 없지 않냐, 내정자를 불러 소신과 비전을 들어볼 수 있도록 21일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현 위원장은 김옥신 사무총장 내정 사실을 밝히면서 "이념에 치우치지 않았고 오랜 판사생활로 인권 감수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인권위 관계자는 "이념적 편향성이 어떤 의미인지, 판사 경력이 인권과 어떤 상관관계인지 설명이 없다"면서 비판했다.

 

최영애 초대 사무총장은 "그 분의 경력을 잘 모른다"고 전제하면서 "지금같은 혼란기에 그동안 인권 쪽에서 일한 분이 오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 사무총장의 역사적 역할에 대해서 인식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권단체들의 입장은 보다 강경하다.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소속 단체 활동가 2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설립 투쟁에 버금가는 인권위 지키기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01년 1월 인권위 출범 당시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눈 내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14일간 노숙농성을 벌인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민법 전문 위원장에 상법 전문 사무총장이라니, 이들의 이력 자체가 인권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사회경제적 강자의 편에 서있던 이들이 인권위를 점령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변호사가 지난 1999년 판사 시절 '민족사랑청년노동자회'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회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 "국내외 인권 조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비공개로 이뤄진 인선과정에 대해서도 "현 위원장에 이은 '뒤통수치기 인사'"라고 주장했다.

 

[임진강]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과잉충성" 비판 일어

 

또 인권위는 임진강 사고에 대한 논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북한인권특위는 임진강 사고에 대한 논평을 '비공개 안건'으로 긴급 상정했다. 대상은 통일부 장관으로 하기로 했고, 구체적인 취지는 결정하지 않고 특위 내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 논평은 이번 주 중에 나올 예정이다. 지난 주에는 현병철 위원장이 직접 임진강 사고에 대한 논평을 지시했다가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국가기구에 대한 인권침해만 다룰 수 있고, 따라서 북한에 대한 권고나 조사 등은 인권위 권한이 아니다. 다만 지난 4월 28일 "북한 개성공단 억류 직원을 석방하라"는 의견을 표명한 적은 있다.

 

이와 관련, 한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위원장 임명 당시 북한 인권을 강조했다"면서 "보수언론들에 '위원장 인사가 실패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간 뒤 자신의 '능력'을 보이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현 위원장이 정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현 위원장은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민감한 현안에 긴급하게 대응해왔던 인권위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날 회의 일부를 방청한 배여진 천주교인권위 활동가는 사무총장 제청 문제와 관련 "김옥신 후보자는 추가 심의 전까지 국보법과 인권위 독립성 등에 대해 소신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또한 '임진강 논평'에 대해서도 "북한의 의도성이 가려지지 않았고 '인권'의 문제인지도 모호한 사안이다, 인권위가 입장을 내면 상황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평을 내려는 것은 북한 인권에 대한 이 대통령의 명령에 과잉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태그:#김옥신, #인권위원회, #인권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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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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