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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한 곳, 낮은 곳에 피어나는 꽃
▲ 가래수염 습한 곳, 낮은 곳에 피어나는 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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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알이 단단하게 여문 잣송이가 떨어집니다. 잣을 따던 청설모가 낯선이의 방문에 놀랐는가 봅니다. 제법 묵직한 잣송이를 까보니 잘 익은 잣이 탐스럽습니다. 밤도 하나 둘 아람이 들어 하나 둘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니 이제 가을이 완연합니다.

꽃들은 하나 둘 가고, 가을의 상징인 열매들이 하나 둘 제 빛깔로 익어가고 낙엽이 떨어집니다. 지금은 조금 어색한 풍경이지만 이제 곧 익숙해 지겠지요.

이렇게 계절은 오고 감에 있어 자기의 때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여름이 그간의 수고를 알아달라고, 이제까지 수고했으니 열매까지 맛보고 가겠다고 하지 않고 그냥 가을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떠납니다.

생명력 강한 닭의장풀, 달개비라고도 부른다.
▲ 닭의장풀 생명력 강한 닭의장풀, 달개비라고도 부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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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피었던 꽃들, 그들이 아직도 가을 들판에 남아있습니다. 여름처럼 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꽃들이 오히려 지천일 때보다 더 눈길이 갑니다. 왜냐하면 이제 저 꽃들이 지고나면 내년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년에 한번씩, 그맘때면 꼭 피어나는 꽃들의 마음이 감사하고, 또 이맘때면 내년을 기약하며 가는 꽃의 마음도 감사할 뿐입니다.

이것이 자연입니다. 오고 감에 있어 자유로운 것이 자연입니다.

늦게 피어났지만 기어이 열매를 맺고 말겠다는 듯 꼿꼿하다.
▲ 뱀딸기 늦게 피어났지만 기어이 열매를 맺고 말겠다는 듯 꼿꼿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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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람들은 오고감에 있어서 왜 그리도 부자연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저런 문제로 낙마한 이들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런저런 사람들이 공천을 받고, 청문회를 통해서 적합한 인물인지 평가를 받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면면을 보면 존경할만한 구석이라곤 없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한결같이 비리투성이요, 어쩌면 저렇게 뻔뻔들 하실까 기가 막힙니다. 물론, 나도 털어보면 먼지가 많이 나겠죠. 나도 나의 개인사를 다 까발리면 죽일 놈 살릴 놈 하겠지요. 그래도, 그들이 즐겨하는 짓, 단골메뉴인 위장전입이나 세금탈루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먼 삶이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하나 둘 어렵지 않게 보이는 가을의 편린인 낙엽들
▲ 낙엽 이젠 하나 둘 어렵지 않게 보이는 가을의 편린인 낙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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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류는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푸름을 더해간다.
▲ 낙엽 이끼류는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푸름을 더해간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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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른 봄 싹을 틔우고 뜨거운 여름 햇살을 받아 나무에 수액이 돌게해주었을 나뭇잎들이 이젠 떠남의 계절을 맞이하여 땅에 기대에 쉽니다.

그들이 떠날 때 선선한 기운이 신이난 이끼들이 봄의 새싹처럼 푸른빛을 간직하며 싱그러움을 더해갑니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고, 오고 감에 있어 그 질서를 깨뜨리지 않는 자연을 봅니다.

꽃들이 하나 둘 떠남은 아쉽지만 이제 또 그들에게는 쉼의 시간이니 나만 좋자고 붙잡아 둘 수은 없는 일이겠지요. 그들처럼,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인지, 자기가 서야 할 자리 앉아야할 자리를 잘 분별할 줄 하는 사람이 그리운 날입니다.


태그:#가을, #가래수염, #닭의장풀,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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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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