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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에서 목조주택을 짓는데 몇년 전에 옆에 통나무집을 지은 분이 계속 힐끗힐끗 넘겨보더니 날 불렀다.

"장 사장, 저거 사이딩 하고 데크공사 좀 해줘야겄어. 나 미치겄어. 통나무집에 황토루 미장혔는디 맨날 벽이 흘러내리구 지랄여. 어띡키 혀야혀?"

▲ 황토벽이 빗물에 씻겨 흘러내렸다.
 ▲ 황토벽이 빗물에 씻겨 흘러내렸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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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목조주택을 짓는 내내 옆에서 지켜 보다가 공사가 끝나갈 쯤에 마지막 결정을 한 것 같았다 그분은 아직도 통나무집과 황토집을 최고의 집으로 생각하시는 분인데 어째튼 통나무집과 황토집의 구조로 살면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 건 확실했다.

"황토벽돌을 좋은 거라고 해서 썼는데 내장용인가봐, 계속 흘러내리고 흙이 베껴지니까 신경써 돌아버릴 것 같아. 이거 무슨  방법이 읎을까?"

"예, 우선 벽은 흙이 계속 흘러내리니까 그걸 방지해야죠. 거기다 타이펙을 치고 천연방부목인 적삼목 베벨사이딩을 붙이는 게 어떨까요? 이걸 붙이면 집이 숨쉬고 평생 벽이 흘러내리는 스트레스는 안 받을 테니까요?"

흘려 내린 황토벽에 타이펙을 대고 나무 상을 걸고 있다.
 흘려 내린 황토벽에 타이펙을 대고 나무 상을 걸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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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통나무 황토집 벽체 사이딩을 붙이고 데크공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데크공사를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전원주택은 데크가 생명입니다. 데크공사를 하면 실용적이기도 하고 집 전체가 살아나니까 아까워 하지마세요"라고 권유했다.
  
▲ 황토벽에 적삼목 베벨사이딩을 붙이자 목조주택이 되었다.
 ▲ 황토벽에 적삼목 베벨사이딩을 붙이자 목조주택이 되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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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한옥 아니, 전통 고택을 증축하고 다시 부수고 짓는 일을 계속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와에 비가 새서 서까레가 썩고 기둥과 보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래 문화재 관련 담당자에게 내가 충고를 했다. 문화재 보수를 할때 원칙적으로 지붕방수를 흙으로만 하지 말고 방수시트로 덮고 기와를 올리면 절대 문화재 보수를 매년 할 필요가 없다고.
   
▲ 앞에 데크공사를 하기 위해 기본 골격 틀을 짜고 있다.
 ▲ 앞에 데크공사를 하기 위해 기본 골격 틀을 짜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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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지역에 있는 문화재를 수리한 지 10년도 안 되었는데 5억을 들여 다시 부수고 짓는다는 말을 듣고 그게 무슨 문화재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구시대에 지었던 건물을 그대로 복원하는 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지만, 건축재료가 발달한 현재에 그걸 거부하고 옛날 시대의 건축자재로만 짓는 한옥을 고집하는 건 정말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토나 진흙이 좋다고 사람의 얼굴이나 옷처럼 몸에 걸치고 다닐 수 없듯이 황토나 진흙을 집에 바르고 방안 벽에 바르고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목조주택의 건축재료는 방습지인 타이펙, 나무 마감재 적삼목 사이딩, 화재에 안전한 석고보드, 단열과 화재에 안전한 인슐레이션 등 현대에서 가장 발달한 재료 등을 사용하고 있다.


태그:#목조주택 ,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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