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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와 만날 기회 스스로 저버린 이유

 

"<만화 김대중>은 위인전이 아니라 평전이다."

 

11일 저녁 서울 종로의 한 낙지볶음집에서 만난 백무현 화백(<서울신문> 시사만평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날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3년 전부터 이 책을 준비해온 백 화백에게 김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백 화백이 만화로 평전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김 전 대통령이 평전에 관심을 보였고, 지난 5월에는 백 화백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한 인물에 대한 저작물을 집필하고 있는 작가에게 자기 작품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붙잡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으로는 어리석은 일로 보일만도 하다.

 

그러나 집필 중에 김 전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백 화백은 "김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면 나 스스로 감정이 이입돼 평전이 아닌 위인전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계속 거리를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 5권 중에서 현재까지 출간된 1·2권을 보면, 백 화백의 '거리두기'가 책 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화면구성이 매우 담백하다. 그림과 대사를 적절히 조화시킨 장면묘사로 독자의 감정이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만화 만의 특성을 과감히 줄여나간 흔적이 엿보인다.

 

DJ고향 하의도 역사적 배경 설명에 60쪽 할애

 

책 초반부에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의 역사적 배경을 그려내는 데 무려 60쪽 가까운 분량을 할애하며 충실히 전달하려고 한 것도 평전에 충실하고자 했던 맥락으로 이해된다.

 

김대중이 워낙 뛰어난 인물이어서라기보다는, 조선왕조의 세도가와 일제의 수탈에 300여 년간 끊임없이 저항해온 하의도가 그의 고향이었다는 것이 '행동하는 양심'으로 사는 정신적 뿌리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작가의 해석이 반영된 것으로 읽히는 것.

 

또 국회의원 선거에서 4번이나 낙선하며 식솔들을 가난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능력 없는 가장 김대중의 모습도 놓치지 않았고, 한일국교정상화에 대한 야당의 반대를 비판한 일로 한때 '사쿠라'라는 별명을 얻었던 일도 이 책에서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을 대면할 기회가 영영 사라져버린 지금, 백 화백은 "꼭 한번은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고 싶었다"며 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간 김대중 대통령이 순안공항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같은 차를 타고 가면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만화 한국현대사> <만화 박정희> <만화 전두환>에 이어 이번에 <만화 김대중>을 펴낸 백 화백은 만화로 그린 평전의 바통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태그:#백무현, #만화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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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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