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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하늘은 한 뼘 더 높아진 듯 했다. 오늘처럼 맑고 푸르른 날에 시골 논밭은 황금빛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추수를 기다리고 있겠다. 한창 들녘에 나가 농작물들을 돌보느라 분주할 농민들의 발길을 무엇이, 왜 이곳에 오게 했을까.

 

여름날의 뜨거운 뙤약볕과 궂은 날들이 계속되던 여름날에도 땀 흘리며 수고한 농부들의 보람이 들녘에 황금빛 벼들로 출렁이고 있지만, 농민들의 얼굴은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계속되는 비와 저온현상으로 과일 값이 폭락을 거듭하니 농민들의 시름은 깊기만 하다.

 

9월 10일 오후 2시, 경남 양산 종합운동장 앞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경북도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경북연합 주최로 '쌀대란 해결, 농업선진화 분쇄, 4대강 정비사업 저지, 농민개혁! 농업. 농민 씨 말리는 이명박 정권 심판' 경상도 농민대회를 열었다. 9월 10일은 멕시코 칸쿤에서 고 이경해 열사가 "WTO가 우리 농민들을 죽인다"고 외치면서 자결한 날이다.

 

9월 10일 오후 2시 경남 양산종합운동장 앞에서 경상도 농민 1000여 명이 모여서 '농업·농민 씨말리는 이명박 정권 심판 경상도 농민대회'를 개최하였던 것이다. 이날 대회를 통해 폭락하고 있는 쌀값 대란 해결을 위한 대북쌀지원 재개 및 정부 대책 수립 촉구, 농업보조금 폐지해 농기업에게 지원하여 농민퇴출 자행하는 이명박식 농업선진화 분쇄, 국민의 80% 이상이 반대하고 농민들을 황금옥토에서 내쫓는 4대강 정비사업 중단, 농민을 위한 농협개혁을 촉구하는 경상도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과 뜨거운 의지를 이번 집회에 담아 표출하였다.

 

2시가 되기 훨씬 전부터 여기저기서 깃발을 들고 까맣게 탄 얼굴로 모여들기 시작한 농민들을 비롯해 행사팀을 볼 수 있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몇몇 학생들도 이번 집회를 보기 위해 미리 와 있는 모습도 보였다. 주민들도 여기저기서 모여들었고 제법 긴 시간동안 진행되는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따가운 햇볕 아래서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시 40분쯤 되어서야 넘어서 본 대회는 시작되었다. 무대 앞에 농민들은 모여 앉았고 여는 공연을 비롯해 풍물단과 깃발이 가을 높이 들고 입장하였다. 김창호 경북도연맹 사무처장의 개회사를 비롯해 농민의례, 농민가 제창, 내 외빈을 소개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제해식 부경연맹의장의 대회사와 강기갑 국회의원, 박민웅 전농 부의장 격려사가 계속되었으며, 강기갑 국회의원은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동지들 앞에 서니까 꼭 친정집에 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라는 인사말로 격려사를 시작했다.

 

이어서 쌀 수확기가 되면 쌀 문제를 어떻게 할까! 덩실덩실 어깨춤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오늘도 이 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에 싸여 있는 우리농민들의 현실이라면서, 국민의 어머니가 농민이고, 가족의 건강, 가족의 살림살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머니이다. 이런 어머니를 무시하는 정권'에 대해 언급하였다. 아울러 북한 동포들은 죽어가고 있으며 특히 어린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농민들의 쌀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동포들에게도 쌀 지원하면 그들의 어려움이 해결되고 남북문제가 훨씬 해결이 쉽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존공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농사를 많이 지을수록 빚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이명박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였다. 아울러 선거농사도 잘 지어야 한다면서 선거농사는 종자선택을 잘 해야 하는 것이라고, 다가오는 10월 28일에 있을 양산지역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하였다. 

 

이어서 석성만 경북도연맹 의장, 김미영 경남여농부회장의 투쟁사의 순서로 이어졌고, 결의문 낭독, 상징의식 등의 순서로 계속되었다. 대회 중 간헐적으로 '쌀값대란 해결하라, 농업퇴출 중단하라, 낙동강을 지켜내자, 농협개혁 실시하라, 이명박을 심판하자, 부자정치 심판하자'고 구령에 맞춰 구호를 외치기도 했고, 농민가를 높이 불렀다.

 

이들은 대북정책으로 인한 대북쌀지원 중단은 우리 농민들의 1년 연봉인 쌀값마저 폭락시키고 있다며 대북 쌀지원 법제화와 쌀 대란을 막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였으며, 농민퇴출, 농기업 육성, 이명박식 농업선진화를 폐기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60년 숙원사업인 농협을 경제사업 중심으로 개편하자고 했던 농민들의 염원을 철저히 묵살하고 농협중앙회는 지금도 로비를 통해 자신만이 살겠다고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 맥킨지안을 내밀고 있다며 농협중앙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80% 이상이 반대하는 대운하사업을 4대강 정비사업으로 포장한 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4대강 죽이는 사업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청을 높여 이명박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면서도 농민들은 이제라도 늦지 않다. 친서민적 국정운영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경상도 농민들의 이같은 요구들을 적극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결의문을 낭독할 때 모두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 쌀 대란 해결을 위해 대북 쌀 지원재개와 법제화를 실현하라! 하나,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쌀 목표 가격을 21만원으로 인상하라!, 하나, 농업재앙, 환경재앙 4대강 죽이는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60년 숙원사업인 농협중앙회를 경제사업 중심으로 개편하라!, 하나, 농민퇴출, 농업보조금 삭감, 농기업 육성을 획책하는 농업선진화 방안 폐기하라!"

 

결의문에 이어 상징의식을 한 후 집회참여자들은 모두 거리행진을 나섰다. 여성농민 풍물단이 앞장섰고, 그 뒤로 만장행렬이 농민들의 걸음과 함께 줄을 이었으며, 양산시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전단지를 전하기도 하였다. 경찰차가 수대나 양산종합운동장 바깥에 일찍부터 와서 대기해 있었으나 마찰 없이 거리행진은 진행되었으며 양산 이마트 옆에서 정리집회로 집회의 막을 내렸다.

 


태그:#농민, #4대강사업, #농협개혁, #쌀값, #농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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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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