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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는 대표적인 계곡이 여럿 있다. 우리나라 3대 계곡(한라산 탐라계곡, 설악산 천불동계곡, 지리산 칠선계곡) 중의 하나인 칠선계곡을 비롯하여, 뱀사골, 달궁, 광대골, 백무동, 대원사, 중산리, 장당골, 거림, 대성리, 피아골, 화엄사, 천은사 등 손에 꼽기도 벅찰 정도다.

이들 계곡들이 나름의 특색과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그 중 가족 나들이로 최적인 곳은 뱀사골이 아닐까?

뱀사골 입구부터 눈과 귀를 시원하게 한다. 투명한 물빛에 눈이 부신다.
 뱀사골 입구부터 눈과 귀를 시원하게 한다. 투명한 물빛에 눈이 부신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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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인가, 하늘빛인가? 옥빛을 닮아서 옥류인가.
 물빛인가, 하늘빛인가? 옥빛을 닮아서 옥류인가.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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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한 암반위를 미끄러지듯 흘러 간다.
 매끈한 암반위를 미끄러지듯 흘러 간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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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인즉, 장장 9Km에 걸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빼어난 계곡미, 풍부한 수량,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부드럽고 순하게 흐르는 물길이며, 수많은 전설과 사연을 간직한 소(沼)와 폭포, 그리고 경사도 평균 15도 이내의 넓고 평탄한 길, 잘 다듬어진 탐방로, 울창한 수목 등으로 인해서다.

잠시도 시원한 물줄기의 계곡곁을 벗어나지 않는 탐방로는 시원하여 특히 여름철 트레킹 코스로는 그만이다.

계곡따라 도보 전용의 탐방로를 신설했다.
 계곡따라 도보 전용의 탐방로를 신설했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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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밀조밀 탐방로를 걷는 재미는 피로도 싹~가시게 한다.
 오밀조밀 탐방로를 걷는 재미는 피로도 싹~가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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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비된 길.
 잘 정비된 길.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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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 정확히 말하면, 전북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반선 마을에서 지리산 주능선 구간 중 삼도봉과 토끼봉 사이의 잘룩한 능선고개(화개재)까지의 9.2Km까지의 구간을 말한다. 이 길은 예부터 경상도 화개장과 전라도 인월장을 오가는 보부상들의 장삿길이었다.

이에 따른 사연도 곳곳에 어려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간장소'다. 경상도 화개장에서 소금을 진 보부상이 이 길을 가다, 소금을 계곡에 쏟았는데 그 이후 물빛이 소금을 푼 것처럼 깊고 푸른 빛을 띠고 있다는 것. 간장소의 경치는 정말 볼 만하다.

간장소-깨끗함과 부드러움이 더할나위 없다.
 간장소-깨끗함과 부드러움이 더할나위 없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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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중간쯤에는 오래 전 살았던 민가터가 있어, 인걸은 간 데 없이 적막감에 싸여 있지만 이곳에서 주린 배를 달래며 인생사 쓴 맛을 주저리던 옛사람들의 얘기가 들리는 듯하다.
험난한 화개재를 넘어 이곳쯤에 도달하면, 배고픔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장사꾼이나 동리 사람이나 서로 반가운 마음으로 곡주 한 사발에 묵은 정을 쌓지나 않았을까. 이처럼 깊은 산속에서도 우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생로병사의 애환이 있음에랴. 조락한 마을터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곱씹는다.

 대략 예닐곱 집터가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 옛 민가터 대략 예닐곱 집터가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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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옛날 누군가의 소박한 기원을 담아서.
▲ 당산나무 그 옛날 누군가의 소박한 기원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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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픈 현대사가 어려 있는 곳이 또한 뱀사골이다. 이념의 극한 대립에서 패자가 되어 쫓기고 쫓겨 이 곳 지리산에 숨어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던 빨치산, 그들은 뭣을 위해이토록 치열한 삶을 살아야만 했을까?                                                                   

 커다란 바위 두개가 겹쳐져 자연동굴을 형성했는데, 이 곳에서 빨치산들은 그들의 기관지를 제작했다.
▲ 석실(石室) 커다란 바위 두개가 겹쳐져 자연동굴을 형성했는데, 이 곳에서 빨치산들은 그들의 기관지를 제작했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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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그들은 조직을 추스르고, 한편으로 그들의 외침을 밖으로 토해내려고 애썼다. 그러고는 이름도 없이 스러져, 어머니 품같은 이 넓은 지리산 자락에 그들의 영혼을 맡겼다. 석실 속에서 깡마른 체구에 섬광처럼 눈빛을 번뜩이면서 한장 한장 등사기를 은밀히 밀었을 그들의 떨리는 손을 상상해 본다.

 생사를 다투는 순간에도 소통은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었을까?
▲ 빨치산 기관지 안내문 생사를 다투는 순간에도 소통은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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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은 적어도 계곡을 8번 이상 넘나드는 길이다. 그 만큼 다리도 많고 따라서 시원한 물줄기를 끊임없이 보며 걷는 길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뱀사골 탐방로는 마지막 1.5Km(막차지점)구간을 제외한 전 구간이 경사가 완만하여, 쉬엄쉬엄 걷다 보면 어느 새 하루해가 훌쩍 넘어가는 길이다.

 하늘로 승천하던 용이 계곡에 떨어져 흔적을 남겼는데, 마치 탁본 뜬듯 용형상의 길이가 100M
▲ 탁용소 하늘로 승천하던 용이 계곡에 떨어져 흔적을 남겼는데, 마치 탁본 뜬듯 용형상의 길이가 100M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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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담은 호리병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
▲ 병소 술을 담은 호리병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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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소의 깊고 푸른 모습
▲ 병소 병소의 깊고 푸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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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0년 전 송림사 고승 정진스님이 불자들의 애환과 시름을 대신하여 제를 올리던 곳, 기도의 영험함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 제승대 1300년 전 송림사 고승 정진스님이 불자들의 애환과 시름을 대신하여 제를 올리던 곳, 기도의 영험함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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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승대엔 오늘도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감도는 듯.
▲ 제승대의 또 다른 모습 제승대엔 오늘도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감도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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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암반위에 앉아 거울처럼 미끄러져 가는 물줄기를 보면서 가족끼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정이 돋지 않을까?

 뱀사골은 이런 아름다운 다리를 수없이 건넌다.
▲ 뱀사골의 아름다운 다리들 뱀사골은 이런 아름다운 다리를 수없이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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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운 목책으로 이어진 다리.
▲ 목책과 다리 부드러운 목책으로 이어진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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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목에 서면 한 줄기 계곡바람이 온 몸을 감싸듯 스쳐간다.
▲ 시원한 바람 줄기 다리목에 서면 한 줄기 계곡바람이 온 몸을 감싸듯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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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 밑은 더 없는 쉼터.
▲ 쉼터 다리 밑은 더 없는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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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지명인 반선과 뱀사골에 얽힌 전설도 흥미를 돋운다.

1300여 년 전 현 지리산 북부사무소 자리에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실상사보다 100년이 앞선 대찰이었다. 이 절에서는 매년 7월 백중날 스님 한 분을 뽑아 신선바위에서 기도드리게 하고 그러면 그 스님은 곧 신선이 되어 승천했다.

그러던 어느 해 이 행사를 기이하게 여긴 마음씨 고약한 고승이 독약이 묻은 옷을 스님에게 입혀 신선바위에서 기도드리게 했다. 그런데 그날 새벽, 괴성과 함께 기도드린 스님은 간 곳 없고 계곡 내 용소에는 용이 못 된 이무기가 죽어있었다.

그 후 이 계곡을 뱀이 죽은 골짜기라 하여 뱀사골이라 하고 억울하게 죽은 스님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마을 이름을 반선(半仙) 즉 절반의 신선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깨끗한 암반위를 굴러가듯 옥류가 쉼없이 흐른다.
▲ 쉼없는 물줄기 깨끗한 암반위를 굴러가듯 옥류가 쉼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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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벼운 차림으로 쉬엄쉬엄 걷는 뱀사골.
 이렇게 가벼운 차림으로 쉬엄쉬엄 걷는 뱀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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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정령치 고개를 넘어 지리산 일주도로에서 좌회전 하여, 계곡의 물길따라 달리면 달궁으로 접어 든다. 달궁을 지나 잠시 후 도착하는 반선 마을, 넓은 주차장과 즐비한 식당가가 유명 관광지임을 대변한다. 이 가을 반선에서 가족과 함께 한번 신선이 돼 보면 어떨까?

 뱀사골을 지나 화개재를 넘으면 오른쪽으로 삼도봉을 만나게 되고, 노루목에서 반야봉과 노고단으로 갈라진다. 이 길은 지리산의 주된 등산길로 많은 이들이 찾아 든다.
▲ 산행길 뱀사골을 지나 화개재를 넘으면 오른쪽으로 삼도봉을 만나게 되고, 노루목에서 반야봉과 노고단으로 갈라진다. 이 길은 지리산의 주된 등산길로 많은 이들이 찾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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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뱀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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