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주말 태안 안흥항에는 고등어낚시를 즐기려는 낚시꾼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부둣가 주변이 마치 인간띠를 이루듯 낚시꾼들로 가득하다.
▲ 낚시꾼들 북새통 지난 주말 태안 안흥항에는 고등어낚시를 즐기려는 낚시꾼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부둣가 주변이 마치 인간띠를 이루듯 낚시꾼들로 가득하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고등어회 먹기가 정말 어려운 이유가 있었다. 낚시로 잡더라도 상자에 넣는 순간 혼자서 이리저리 부딪히더니 이내 입을 벌리고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바닷물을 담아놓으면 그나마 오래 살까 해서 상자 안에 물을 넣어 놓았는데도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그놈의 급한 성질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낚시 초기에 잡았던 우럭과 놀래미는 아직도 쌩쌩한데 갓 잡은 고등어는 상자에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옆으로 돌아누웠다.

최근 바다낚시의 본고장 태안의 안흥항에는 주말만 되면, 고등어떼가 몰려든다는 소식을 들은 낚시꾼들로 발디딜틈 없이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낚시대에 걸리는 순간 짜릿한 손맛은 물론 한꺼번에 서너 마리씩 걸리는 통에 기쁨도 두 배다. 특히, 낚시 바늘에 미끼를 매달지 않고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낚시여서 남녀노소 누구나 낚시질에 쉽게 매혹되기 마련이다.

물때를 잘 맞춰야 손맛 볼 수 있어

한꺼번에 서너마리씩 걸려드는 고등어는 낚시꾼들을 고등어낚시의 매력속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출몰 초기에 비해 요즘은 씨알도 굵어져 한마리만 잡아도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 고등어 낚시 손맛 일품 한꺼번에 서너마리씩 걸려드는 고등어는 낚시꾼들을 고등어낚시의 매력속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출몰 초기에 비해 요즘은 씨알도 굵어져 한마리만 잡아도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지난 8월 중순경부터 해안가에 출몰한 고등어떼는 낚시 마니아들을 다시 태안의 바닷가로 끌어들였다. 피서철도 어느 정도 마무리 돼 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해안가에서 피서특수를 누리며 장사를 하던 상인들도 장사를 접으려는 찰나에 다시 고등어떼가 몰려들어 상인들의 얼굴이 다시 웃음기로 가득 찼다.

특히, 낚시꾼들이 몰리는 항구 부둣가의 상인들은 제2의 관광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낚시점은 낚시도구를 구입하려는 낚시꾼들로 분주한 모습이다. 게다가 단순히 낚시구경만 하러 왔던 관광객들까지 여기저기서 터지는 환호성을 듣고 낚시꾼으로 가세해 낚시점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수많은 낚시꾼들이 부둣가로 몰려들었다. 특히나 물때 정보를 보고 하루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고조기 전후로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찼다.

고등어떼 출몰 초기 밀물 때를 맞춰 낚시를 시작해 짜릿한 손맛을 본 기억을 더듬어 고조기가 되기 전 물이 들어오기 시작할 시기에 맞춰 부둣가로 향했다. 고등어 바늘(루어)을 낚시대에 매달아 낚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물때를 잘 못 맞췄는지 고등어들의 입맛이 고급이 된 것인지 한참을 담갔는데도 고등어 한 마리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옆의 낚시대에는 수시로 환호성이 들릴 만큼 쉴새없이 고등어를 잡아 올렸다.

어느덧 한 시간여의 시간이 흘렀고, 한 마리의 고등어도 낚지 못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고등어 낚시를 해 봤지만 한 시간 동안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같이 낚시를 간 일행들에게 큰소리는 뻥뻥 쳐 놓았는데 체면이 서지 않았다.

잠시 후, 일행 중 한 명이 고등어를 낚았다는 전갈을 받았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일행들은 이 한마디에 다시 한 장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시간여만에 겨우 잡은 고등어를 보니 반갑기도 했고,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한 자리에 모여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 마리가 잡히기 시작하더니 이내 여기저기 낚시대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일행 중 한 명은 한꺼번에 세 마리의 고등어를 낚아 올렸다. 고등어 낚시 초기와는 달리 요즘 잡히는 고등어는 씨알도 굵었다.

들고 갔던 상자가 민망해질 정도로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속상했었는데, 이제는 어느덧 상자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낚았다. 여기에는 고등어뿐만 아니라 우럭에서 놀래미까지 잡은 물고기의 종류도 다양했다.

그런데, 이쯤에서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낚시 초기에는 분명 밀물 때에 다량으로 고등어가 잡혔었는데 이번에는 고조기를 지나 썰물 때인데도 많은 고등어가 잡혔다. 아직까지도 밀물 때 낚시대를 던져야 하는지, 썰물 때 던져야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물때를 잘 맞춰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인 듯싶다.

이런 걸 보면 바닷가에 보금자리를 틀고 살고 있지만 아직도 바다사나이가 되기에는 멀어보인다.

낚시꾼도 양심지켜야... 치어는 다시 놓아주는 센스

옆으로 돌아누운 고등어는 수명을 다한 고등어들이다. 성질이 급해 혼자서 벽을 치다가 결국 돌아누웠다. 하지만, 운좋게도 고등어 몇 마리가 살아있어 회를 맛볼 수 있었다.
▲ 고등어와 우럭 옆으로 돌아누운 고등어는 수명을 다한 고등어들이다. 성질이 급해 혼자서 벽을 치다가 결국 돌아누웠다. 하지만, 운좋게도 고등어 몇 마리가 살아있어 회를 맛볼 수 있었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한참을 고등어 잡는 재미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덧 바닷물은 빠져나갔고, 어느 순간인가부터 낚시꾼들의 입에서 환호성보다는 낚시대 걷자는 말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한바탕 회오리가 스쳐지나간 듯 부둣가 주변은 조용해졌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부둣가의 고요함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듯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낚시꾼들이 잡은 물고기를 보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처음에는 식당이 잘 안돼 괜히 낚시꾼들에게 심통을 부리는 듯 보였지만 자세한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가 여기(바다)에 뿌린 치어가 얼만데 치어까지 잡아가면 어떡혀."

화난 아주머니의 성화를 듣고 낚시꾼들이 잡은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작은 치어에서부터 고등어까지 다양하게 담겨져 있었다. 아마도 고등어가 잡히기 전 너무나 잡히지 않다보니 부둣가에 잔뜩 모여 있는 치어를 잡아 상자 안에 잡아넣은 듯 보였다.

하지만, 고등어떼가 출몰하면서 많은 고등어를 잡은 낚시꾼들은 아주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다시 치어를 바다로 놓아 주었다.

굳이 아주머니의 성화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치어는 방류해 주는 게 낚시꾼의 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나중에 치어가 커서 다른 낚시꾼들도 손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고등어회, 직접 잡아 맛보다

약간 붉은 빛을 띠는 고등어회는 지금까지 맛본 어떤 회보다 맛있었다. 세꼬시는 가시가 너무 많아 맛보지는 않았지만 난생처음 고등회를 맛본 이날은 참으로 '운수좋은 날'이었다.
▲ 고등어회와 세꼬시 약간 붉은 빛을 띠는 고등어회는 지금까지 맛본 어떤 회보다 맛있었다. 세꼬시는 가시가 너무 많아 맛보지는 않았지만 난생처음 고등회를 맛본 이날은 참으로 '운수좋은 날'이었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일행들도 낚시대를 접고 잡은 고등어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까지 마지막에 잡은 고등어는 다행히도 살아 있었다.

잡은 물고기를 무얼 해 먹을까 고민하던 중 살아 있는 고등어는 회를 쳐서 먹기로 했고, 중간 크기의 우럭도 함께 회로 먹기로 했다. 나머지는 매운탕을 끓여먹기로 결정하고 서둘러 준비를 시작했다.

이중에서도 가장 기대되는 음식이 바로 고등어회였다. 태어나서 한 번도 맛을 보지 못했고, 또 직접 잡은 고등어를 회로 먹을 생각을 하니 기대가 더욱 커졌다. 고등어회가 다른 회에 비해 맛이 일품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기대감은 더했다.

드디어 고등어회가 상 위에 놓여지고 초고추장과 소주 한 병이 준비되었다. 약간 붉은 빛을 띠는 고등어회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고등어회를 들어 초고추장을 묻힌 뒤 입안으로 넣었다. 살살 녹았다. 어느새 그릇 위에 놓여 있던 회는 순식간에 동이 나고 말았다. 그때 고등어 세꼬시 한 접시가 또 다시 상에 올랐다. 그런데, 살살녹는 회와는 달리 세꼬시는 고등어 가시가 너무 많이 보여 쉽게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일행들은 맛보기 어려운 것이라며 맛있게 먹었다.

고등어 낚시도 매력 있지만, 직접 잡은 고등어로 말로만 듣던 회를 떠서 먹은 이 날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며, 이날 맛본 짜릿한 손맛 때문에 내년 이맘때가 손꼽아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고등어, #태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