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늘 아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현대카드 안전거래 서비스] 이윤기님 09/07 21:51 카드이용. 미사용시 연락바랍니다."

이런 문자메시지가 들어와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 ~ 어젯밤 편의점 갔다오다 카드를 잃어버렸나, 누군가 내 카드를 줏어서 썼는가?"

순간,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지만, 그 다음 문자메시지의 카드사용 내역을 확인하면서 카드회사 '조기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였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좌)신용카드 '조기경보 시스템'에서 보내 온 문자, (우) 조기경보 시스템을 작동시킨 신용카드 거래내역 문자
 (좌)신용카드 '조기경보 시스템'에서 보내 온 문자, (우) 조기경보 시스템을 작동시킨 신용카드 거래내역 문자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제가, 나름 소비자운동에 오랫 동안 몸 담고 있으면서, 신용카드 관련 강의도 여러번 했습니다. 그래서, 도난, 분실, 불법복제를 비롯한 신용카드 불법 사용을 차단하기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조기경보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신용카드회사 조기경보 시스템은, 전상망에 소비자(카드 회원)의 평소 일상적인 거래 정보를 수집하였다가, 비정상적인 지출이 일어나는 것을 '체크'하는 시스템입니다. 신용카드의 도난, 분실, 불법복제로 다른 사람이 부정사용하는 것을 조기에 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신용카드 사용 개인정보 잘 관리되고 있을까?

그런데, 출근 길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무서운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수사대상자의 인터넷 사용을 모두 감청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마음만 먹으면 수사대상자의 인터넷 사용도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국가정보원이 수사대상자 신용카드 사용내역 정도 열어보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죽 먹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수사대상자의 집을 압수 수색하려면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데, 집보다 더 많은 정보가 차곡차곡 수집되어 있는 신용카드 사용 정보는 영장없이 열어 볼 수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시민단체들도 국가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에는 민감하게 대응하지만, 기업의 광법위한 개인정보 수집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신용카드 조기경보 시스템만 하더라도, 신용카드 부정사용을 조기에 막는다는 긍정적인 측면만으로 '개인정보 보호' 차원의 적극적인 검토없이 쉽게 도입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젯 밤 저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할인 판매하는 캔맥주 4개를 9,900원에 구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신용카드 회사 조기경보 시스템에 '딱' 걸린 겁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체크'가 확인되고 있더군요. 사진 오른쪽에 있는 저의 거래내역 문자메시지 발신 시간(21:52)과 왼쪽 사진의 '조기경보 시스템' 문자 메시지 발신 시간(21:52)이 똑같은 시간입니다. 초 단위 시간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실시간 확인이 틀림없지요.

어떤 분들은 여기까지 듣고, 조기경보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신용카드 회사 컴퓨터가 정확하게 제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꿰고 있구나하는 '끔찍한'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조기경보 시스템 왜 작동하였을까?

첫째, 저는 평소에 편의점에 잘 가지 않습니다. 편의점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아는 알뜰 소비자들은 한밤중에 꼭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편의점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담배를 피지 않는 저는 밤중에 편의점에 갈 일이 전혀 없는 편입니다.

둘째, 제가 캔맥주를 샀습니다. 술자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술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집에 일부러 술을 사다두는 일도 잘 없습니다. 10년이 훌쩍 넘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편의점에서 술 값만 결재한 경우도 아마 처음이지 싶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신용카드 회사 조기경보 시스템이 작동한 모양입니다. 평소 저의 라이프스타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지출이 전산망에 딱 걸린 것입니다.

말하자면, 신용카드 회사 전산시스템은 제가 평소에 어떤 식당에 자주 가는지, 어디 가서 쇼핑을 하는지, 어떤 물건을 반복해서 구입하는지, 인터넷 쇼핑을 얼마나 이용하는지와 같은 것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카드회사 '조기경보 시스템'이 신용카드 도난, 분실, 복제 등으로 다른 사람이 부정사용하는 것을 조기에 알려주는 편리함이 있지만, 반대로 제가 어제 한 일을, 아니 지난 10여년 동안 신용카드를 사용해서 한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섬뜩'하더군요.

뿐만, 아니라 이 모든 일이 자동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산망이 스스로 비정상적인 지출을 체크하여, 주의를 촉구하는 문자를 보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신용카드 회사는 어젯밤 당신이 무얼 먹고, 무얼 마시고, 어디서 놀았는지 모두 알고 있답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때문에 현금대신 신용카드만 사용하시는 여러분, 여기까지 읽고 어떤 기분이 드세요?

만약, 신용카드 회사의 전산망에 들어 있는 당신의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누군가 모두 훔쳐본다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개인정보, #신용카드, #안전거래, #조기경보, #전산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