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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중에 기도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근 40년 전 베트남 전장에서 기도를 많이 했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삽니다. 묵주를 지니고 사는 습성, 또 '몸고상'을 목에 걸고 생활하는 습관도 그때부터 비롯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한 번의 대부대 작전이 개시되어 이른 새벽에 헬기 장으로 가는 대규모 차량 행렬 속에서, 내 몸고상이 바람에 날려 땅에 떨어진 것을 알아차린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서 차량 대열을 정지시켰던 기억도 아련히 떠오르곤 합니다.

 

 거의 사흘 간격으로 이루어진 소부대작전, 즉 매복작전을 나가 정글 속 숨막힐 듯한 긴장 속에서 밤을 새울 때마다 손가락 끝이 아릴 정도로 묵주 알을 만지곤 했던 기억도 아련합니다.

 

 그때 기도를 하면서, 이 기도는 나 한 사람만의 무사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고 동료 부대원 모두를 위한 것이며, 더 나아가 이 시각 어디에 있는지 모를 베트콩들을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지 싶습니다. 오로지 나 한 사람만을 위한 기도란 성립될 수도 없다는 오늘의 생각은 어쩌면 그때 기초가 놓여지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 군대 시절로부터 근 40년이 흐른 때 나는 또다시 전쟁 중에 기도를 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태안반도 '기름과의 전쟁' 때 갖게 된 경험입니다.

 

 베트남 전장에서는 혼자 속으로 기도를 했지만, '기름과의 전쟁' 마당에서는 수많은 형제 자매들과 함께 핸드마이크로 소리를 내며 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형제 자매들이 태안에 와서 '기름과의 전쟁'에 참여해 주었습니다. 태안성당을 통해 기름제거 자원봉사에 참여한 본당들과 수도회, 병원, 단체들의 수는 500이 넘고, 신자 수는 4만 명이 넘습니다.

 

 작업요령 설명, 작업장 안내와 배치, 점심 급식, 기타 뒷바라지를 해드리면서 함께 기도도 많이 했습니다. 작업 전후에 기도를 한 날이 많았지요.

 

 천주교 신자들은 시간 쓰고 돈 쓰고 고생하는 자원봉사만 한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을 위해 현장에서 기도까지 했으니, 자원봉사는 그야말로 신앙생활의 연장일 터였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면서 요즘엔 기도 중에 태안 '기름과의 전쟁'에 참여하셨던 분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으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천주교 대전교구의 9월 6일(연중 제23주일)치 <대전주보>에 실린 글입니다만, 대전교구 외 신자들과, 그리고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지난 2007―2008년 태안 ‘기름과의 전쟁’에 참여하셨던 전국의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여기에도 올립니다. 


태그:#베트남 전쟁, #태안 기름과의 전쟁, #묵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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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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