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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이사장 손병두)는 4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이병순 KBS 사장이 새 부사장 후보로 임명제청한 김영혜 기술본부장 임명동의안을 부결했다.

 

지난 1일 유광호·김성묵 부사장이 KBS 다큐멘터리 '수리부엉이' 조작의혹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지 사흘 만에 이병순 사장이 요청한 '부사장 임명동의안'을 이사회가 전격 부결한 것이다.

 

한나라당 추천 이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KBS 이사회가 이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이병순 사장이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연임시도에 제동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언론비평가는 "아무리 같은 편이라도 무리한 자충수에 무조건 동의해 주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현 상황을 논평하기도 했다.

 

임기 79일 앞둔 이병순 사장의 부사장 바꿔치기

 

임기 말의 이병순 사장이 무슨 뜻으로 '부사장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절차상으로 명백히 하자 있는 무리한 시도에 한나라당측 이사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박수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영신 KBS 이사회 신임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임기 79일을 앞둔 이병순 사장이 새 부사장 임명동의안을 제출한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며 "두 달 일하자고 새로운 사람을 부사장에 임명하겠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고 대변인은 KBS 이사회가 김영혜 부사장 후보 개인에 대해 부결의 뜻을 표명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병순 사장이 그 누구를 요청해도 부결할 수밖에 없다는 뜻.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은 것이지, 사람 개인에 대해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KBS 이사회는 ▲ 이사들의 임기가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업무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부사장 임명동의를 해달라고 한 것도 문제지만, ▲ 이틀 전 송달된 임시 안건내용에는 언급된 바 없던 김영혜 부사장 후보를 오늘(4일) 아침 느닷없이 적시해 놓고 임명동의 절차를 밟아달라는 건 무리고, ▲ 김영혜 부사장 후보를 검증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이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새 부사장 임명동의 절차는 재임 위한 정치세력화 아니다"

 

이병순 사장은 이날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부사장들이 갑자기 사표를 제출해 어느 분을 새롭게 부사장으로 정할지 어젯밤까지 고심하느라 이사들에게 미리 알려드릴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여야를 막론한 KBS 신임 이사들은 이 같은 설명을 수긍하지 않았다.

 

또한 이 사장은 "새 부사장 임명동의 절차는 자신의 재임을 위한 정치적 세력화가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5400명 직원 전체가 모두 자신의 측근이며 세간에 불거진 연임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이처럼 이병순 사장이 연임 의혹을 적극 해명했지만, KBS 이사들은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면서 부사장 임명동의를 부결했다.

 

한 KBS 이사는 "임기 말을 앞두고 있는 이병순 사장이 느닷없이 부사장 2명을 갈아치우고 새 부사장 후보를 임명동의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라며 "회의 개시 직전에 후보자에 대한 자료를 돌리고 임명동의해 달라고 한 것은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사는 "이병순 사장의 친정체제 구축 시도 아니겠냐"며 "결과적으로는 어렵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노동조합 "절차와 형식, 예의 무시한 연임용 인사" 비판

 

KBS 이사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병순 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본부장을 부사장 대행체제로 꾸려갈 수밖에 없게 됐다. KBS 이사회는 이 문제를 재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 대변인은 "부사장 대행체제로 할지, 본부장 체제로 할지는 이병순 사장이 결정할 인사권의 문제"라며 "이병순 사장은 앞으로 사규에 따라 직무대행 규정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KBS 노동조합은 "임기가 두 달여 남은 이병순 사장이 절차와 형식, 예의까지 무시한 속칭 '연임용 인사'로 KBS 전체가 시끄럽다"며 "경영부사장을 동원한 경영진 사표 강요 행태는 명백한 '편법 행위'이자 노사관계를 파탄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이병순 사장이 만약 노동조합의 요구를 무시하고 멋대로 반 공영적, 반 민주적, 권위주의적 구시대 인사를 인선할 경우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며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이병순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태그:#이병순 KBS 사장, #KBS 이사회, #김영혜 KBS 기술본부장,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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