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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을 들어서면 마주보이는 벽면에 만들어 놓은 벽문양
 정문을 들어서면 마주보이는 벽면에 만들어 놓은 벽문양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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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열 살 때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한 역사유물 모으기가 40여년 만에 열매를 맺어 박물관으로 태어났습니다. 개관한 지 이제 3개월 됐습니다."

놀라운 말이었다. 아직 코 흘리게 나이인 열 살 때부터 역사유물에 관심을 가졌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들도 특별했지만 진귀한 유물들을 수집하여 박물관을 개관한 박물관장 또한 특별한 사람이었다.

"인장으로 새긴 진황석은 중국에서는 보석 중의 보석으로 대접받는 아주 값비싸고 진귀한 보석입니다. 더구나 왕실에서 새겨 사용한 진황석인장은 요즘은 값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보물 중의 보물입니다."

박물관으로 들어서자마자 첫 번째로 만난 유물은 고대 중국 왕실에서 사용했던 진귀한 도장이었다. 중국 왕실에서 사용했다는 인장은 진황석이라는 희귀한 보석에 새긴 인장이었다. 그러나 황제가 사용했던 도장인 옥새(玉璽)가 아니라 황제보다 낮은 황실가족인 왕이 어보(御寶)로 사용했던 인장이었다.

뒤편 뜰 고추밭 뒤에 서있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옹기장승
 뒤편 뜰 고추밭 뒤에 서있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옹기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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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쌓을 때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벽문양
 담장을 쌓을 때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벽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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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동양문화박물관'을 찾았을 때 만난 유물들은 대부분 아주 귀한 것들이었다. 특히 옛 중국의 유물들은 요즘은 거의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값도 천문학적으로 비쌀 뿐만 아니라 요즘은 중국에서 옛 유물의 반출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3번 출구를 나와 조금 올라가면 북촌 한옥마을이다. 북촌 한옥마을 골목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자 저 아래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크고 웅장한 어느 재벌가의 저택이 서 있었다. 그 뒷골목에서 동쪽으로 아담한 2층집이 바라보인다.

바로 동양문화박물관이었다. 박물관정문에서 바라본 모습은 박물관이라기엔 조금 작아 보이는 건물이었다. 그러나 입구 정면에 세워져 있는 사각형벽면에 새겨진 용을 형상화한 벽 문양이 예사로운 모습이 아니었다.

전시실 입구에 이르자 300여 년 된 중국 해태상이 의젓한 모습으로 내방객을 맞는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1층 제1전시관엔 티베트와 중국, 한국, 태국 등의 불교예술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제2전시관에는 한국과 중국의 선비문화와 관련된 예술품 및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 국보급의 중요 문화재도 있었다.

전시관 입구 오른편에 있는 나무모양의 벽 문양
 전시관 입구 오른편에 있는 나무모양의 벽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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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마음으로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라는 의미를 가진 경앙문
 겸손한 마음으로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라는 의미를 가진 경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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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박물관을 설립한 정산 권영두 관장의 조상이기도 한 양촌 권근의 효행록과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등, 한 시절을 풍미했던 선비들의 명필 서한들이 보통 글씨의 차원을 넘어선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눈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또 명성황후가 한글로 쓴 편지글과 인조임금 때 척화파의 대표 주자였던 청음 김상헌의 글도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아주 귀한 유물 중의 하나인 중국 백자철화용문호는 중국도자기 100개 중에서 하나를 찾아보기 어려운 귀한 자기였다. 역시 고대 중국유물인 돌에 새긴 '주악비천상'도 매우 귀한 유물이었다. 1층 2개의 전시실에는 수백년에서 수천년이 지난 우리나라와 동양의 유물과 미술품 300여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뒤뜰 작은 연못에 곱게 피어난 연꽃 두 송이
 뒤뜰 작은 연못에 곱게 피어난 연꽃 두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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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 위에 놓인 돌다리와 동물상들
 작은 연못 위에 놓인 돌다리와 동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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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전시실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박물관 주변의 뜰과 담장도 멋진 야외전시장이자 아름다운 예술 공간이었다. 정성들여 쌓은 담장에도 그림 같은 벽체 문양들이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른편 담장 안으로 조금 돌아가자 난생 처음 보는 장승 둘이 고추밭과 담쟁이 넝쿨 앞에 서있어 놀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게 한다. 보통 장승이라고 하면 커다란 나무를 다듬어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쩌다 돌에 새긴 장승들도 있기는 했지만 옹기로 만든 장승은 이곳에서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 옆에는 장난감처럼 작고 아담한 돌다리가 놓인 작은 연못 안에 곱게 핀 두 송이의 붉은 연꽃이 예쁘다. 연못을 지나면 구부러진 돌계단을 오르게 되고, 그 계단 끝에는 낮고 작은 문이 서 있는데 문 이름이 경앙문(敬仰門)이었다.

우물 뒤편에 서있는 굴뚝 두개도 예술성이 높은 특이한 모습이다
 우물 뒤편에 서있는 굴뚝 두개도 예술성이 높은 특이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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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뒤편 동그란 우물에 띄워놓은 조롱박 바가지도 정겹다
 마당 뒤편 동그란 우물에 띄워놓은 조롱박 바가지도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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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게 머리를 숙이며 들어오라고 만들어 놓은 문이란다. 문을 들어서면 옥상이자 2층 전시실이다. 2층 전시실에는 우리 고미술품들과 함께 장구와 징, 꽹과리 등 민속민예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실에는 왕골 화문석을 짜는데 쓰이는 돌인 고드레돌과 나막신, 짚신, 떡살, 다식판, 투호, 다듬이 등 우리 조상들이 쓰던 민속유물들이 전시돼 있어서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침 할머니 엄마와 함께 올라온 어린이 둘이 장구와 징을 두들겨 보기도 하여 친근감을 더해준다.

특히 돈궤와 강화반다지 등 고급 장이 전시되어 있는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방은 조선시대 황희정승과 함께 청백리의 표상이었던 맹사성 대감의 호를 딴 '고불헌'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이 박물관이 바로 고불 맹사성대감의 옛 집터에 세워졌기 때문이었다.

마당 한쪽 벽체전시관에 전시된 와당과 기와 유물들
 마당 한쪽 벽체전시관에 전시된 와당과 기와 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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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입구에서 만난 권영두 박물관장
 전시관 입구에서 만난 권영두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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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는 경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경관이었다. 이곳이 삼청동 주택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경복궁은 물론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 그리고 삼청동과 가회동 등 주변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였기 때문이다.

주변 경치에 취해 있다가 마당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동그란 우물터도 있고, 나란히 서 있는 두 개의 굴뚝도 역시 멋진 예술작품이었다. 목화 몇 그루가 꽃을 피우고, 다래가 열려 있는 정원을 감싸고도는 담장 벽에 붙여 전시된 기와와 와당들도 귀한 유물들이었다.

"제가 옛날 역사가 깃든 유물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알려진 것처럼 중학생 때부터가 아닙니다. 사실은 훨씬 이전인 열 살 때부터입니다. 그러니까 이곳에 전시한 유물들은 40여 년 간 수집한 셈이네요."

박물관을 모두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설립자인 권영두 박물관장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 51세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관심과 취미로 옛 유물들을 수집했다고 한다. 건설회사를 경영하기도 했던 기업인 출신으로 남다른 취미와 열정으로 수많은 유물을 모아 박물관을 개관한 지 이제 3개월째라고 한다.

막대한 사재를 들여 구입한 진귀한 유물들이 그냥 개인 소장에 그치지 않고 박물관에 전시되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이었다.

정문 기둥 안쪽에 붙어 있는 조선시대 청백리 고불 맹사성 집터 표지
 정문 기둥 안쪽에 붙어 있는 조선시대 청백리 고불 맹사성 집터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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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전시실 입구 왼편에는 '목공예공방'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목재를 활용한 조각품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민화그리기 체험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아트 숍에서는 전통목공예 예술품과 각종 공예민속품 및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아직 미흡한 점도 많이 있지만 더욱 값진 문화공간으로 가꾸어 나갈 계획입니다."

그는 이 박물관을 역사의식과 예술혼이 살아 있는 공간,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여 개관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관람객들의 참여와 체험을 통한 소통의 문화 공간, 문화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박물관의 역할과 가치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밖으로 나오는 길 정문에는 이곳이 고불 맹사성 대감의 옛 집터였다는 표지가 정문기둥 안쪽에 붙어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마을버스 2번 타고 e-믿음치과 골목에서 내려 한옥 골목길로 걸어올라감,

관람료; 어른 5000원, 18세 이하, 3000원



태그:#북촌, #동양문화박물관, #정산 권영두, #이승철, #새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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