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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는 9월 3일자로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로 교실수업 중심의 학교문화를 조성한다'는 세 쪽짜리 '토론회 시안' 보도자료를 학교 현장에서 본 현장교사의 생각을 얘기하는 세번째 글로, 이번에는 세부 추진과제 세 가지 영역 중 두 번째 영역에 대해서 말해 볼까합니다.

2.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따른 맞춤형 연수로 수업전문성을 신장시킨다.

두 번째 영역에서 가장 먼저 내세우고 있는 방안이 '교원능력개발평가'(아래부터 교원평가)입니다. 최근 교과부가 교원평가를 하도 강조하고 있고 내년부터 전격시행을 한다고 발표까지 한 상태에서 발표자료에 나와있는 내용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되풀이되는 내용인데, 이번에 발표한 자료에 달라진 것이라면 '교원평가'앞에 '수업전문성 신장에 초점을 둔'이라는 말을 넣었다는 것입니다.

 평소에 늘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음악시간을 운영하는 이 교사는 과연 교과부에서 제시하는 교원평가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현장에서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교원평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 음악시간에 여는 학급 작은 음악회 평소에 늘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음악시간을 운영하는 이 교사는 과연 교과부에서 제시하는 교원평가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현장에서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교원평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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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에 교원평가에서 내세우고 있는 주요 내용이 수업지도, 학생지도인데, 이번에 '수업전문성 신장에 초점을 둔 교원평가'에서 가장 강조하는 내용은 '수업이 우수한' 교사입니다. 그동안에 교원평가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내용이 '수업 지도와 학생지도 평가'인데, 과연 '우수하다'와 '미흡하다'는 것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연수를 받으면 저절로 수업을 잘 하게 될까요?

둘째로 내세운 방안은 교원평가 결과에 따라 '교사 개인별 맞춤형 연수'를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교사연수는 그동안 직무연수와 자율연수로 교사들이 원하는 내용을 선택해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나 더 추가된 것이 '교원평가 결과에 따른 맞춤식 연수'라는 것입니다. 교원평가 우수자에게는 자율 심화연수 기회를 주어서 행 · 재정적 지원을 하고 연수이후에는 수업지도 관련 연수 강사 요원으로 활용하고, 평가가 좋지 않은 교사는 별도의 연수과정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결국 교사 개인별 맞춤형 연수는 교원평가에서 교사를 정확히 평가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안은 교원평가가 제대로 운영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현재 교원평가 조차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그에 따른 '맞춤형 연수'가 제대로 진행이 될지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맞춤형 연수만 받고 나면 수업전문성이 없던 사람도 갑자기 수업전문성이 향상 될지 또한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를 '우수하다'와 '미흡하다'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조장하고, 또 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사람과  부족한 평가를 받은 사람들이 모두 함께 연수를 받으러 다니느라 그나마 하던 수업마저 집중할 수 없게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수교사는 수업안하고, 미흡교사는 수업하는 이상한 정책

세 번째 방안으로, 이번 발표 자료에서 모든 매체에서 으뜸제목으로 뽑을 정도로 가장 획기적인 내용은, '평가결과에 대한 전문성 지원'에 대한 것으로, 우수교사는 학습연구 기회(안식년)를 주고, 미흡교사는 6개울 정도 장기연수를 받게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눈길을 끈 획기적인 방안인 이 제도 역시 자리잡기 위해서는 먼저 누구나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평가 우수교사와 미흡교사를 선발할 수 있느냐하는 것에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이번 발표자료의 목적이 교사들에게 '수업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인데, 그렇다면 수업을 잘 하는 사람이 교실 현장에 더 남아있게 해야 맞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잘 하는 사람을 뽑아 안식년으로 보낸다고 하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학교 현장은 수업 못하는 사람만 남게 되는 건가요? 반면에 수업을 못하는 사람은 교실에 남게해서 수업도 하면서 6개월간 주말이나 야간, 방학 때 연수를 보내면 6개월 연수를 받는 동안 수업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네 번째 방안으로 내세운 것이 '학교단위 성과급제 도입'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교사끼리만 경쟁시켜서 성과급을 차등으로 주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아서 학교끼리 경쟁을 시켜서 학교 평가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으로 지급한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학교끼리 경쟁을 해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일단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많이 내야합니다. 그 중에서 단연 으뜸이 누가봐도 숫자로 눈에 확 들어오는 전국단위 일제고사 성적인 것인 것은 불보듯 훤합니다.

수업전문성은 일제고사에서 높은 성적을 올리는 수업의 전문성?

교과부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을 살펴보면 살펴볼수루 수업을 잘 한다는 것이 경시대회와  일제고사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시험 보고 있는 아이 교과부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을 살펴보면 살펴볼수루 수업을 잘 한다는 것이 경시대회와 일제고사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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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학교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눈에 보이는 실적 위주의 행사를 몰아붙일 것이고, 일제고사 점수를 높이기 위해 아이들을 닦달하게 될 것이 뻔히 눈에 보입니다. 수업전문성이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일제고사 시험점수만 높이는 수업만 하면 간단한 것을요. 학교끼리 경쟁을 시키면 수업전문성이 저절로 높아지기는커녕 정상적인 수업이 파행되고 수업전문성은 저절로 줄어들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교과부 발표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살펴볼 수록 결국 교과부에서 말하는 '수업전문성'이란 '아이들과 소통하며 함께 성장해 가는 수업'이 아닌 '일제고사에서 또는 대학입시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하는 수업'에 대한 전문성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 많은 '우수교사 인증제'

다섯 번째 방안으로 내세운 것이 '수업 잘하는 우수교사 인증제 확산'입니다. 수업 잘 하는 교사를 뽑아 '국가 수준의 우수교사 인증'을 준다는 것인데, 언제부터인지 교육 현장에 '인증제'라는 말이 흔해졌습니다. '인증'이라는 말은 과거에는 주로 늘 그 상태로 변함없는 물건에 많이 붙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변화무쌍한 사람들에게도 '인증'이라는 것을 붙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교육현장에서 '인증'이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합니다.

'우수교사 인증'하니까 몇 가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 때 경기도 교육청에서 학교와 교사에게 '명품학교 · 명품교사 인증제'를 실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명품학교와 명품교사가 되면 동네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명품학교 명품교사는 그때만 잠깐 유행으로 그쳤을 뿐이지 지금은 모두 잊혀가고 있습니다. 잊히고 없어진 제도이지만, 그 학교와 교사가 '명품 인증'을 받았던 것이 무엇을 위한 '인증'인지, '인증'을 받을 만했는지, 지금도 여전히 '명품'인지는 계속 잊지말고 되새겨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도에 한참 경기도 교육청에서 명품학교 명품교사 인증제를 실시했습니다. 지금은 모두 없어지고 잊혀졌습니다. '인증서'만 땄을 뿐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릅니다.
▲ 네거리에 걸린 명품학교 명품교사 획득 경축 현수막 2007년도에 한참 경기도 교육청에서 명품학교 명품교사 인증제를 실시했습니다. 지금은 모두 없어지고 잊혀졌습니다. '인증서'만 땄을 뿐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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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각 시도 교육청에서 실시해 온 '수업의 명인'선발도 그렇고, 수업실기 대회를 열어 '수업의 달인'교사를 뽑는 것도 그렇습니다. 단 몇 번의 수업을 보고 '수업의 명인'이니 '수업의 달인'이니 하는 것이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교사들은 1년에 교실에서 천 번 안팎의  수업을 하는데, 보통의 수업과는 달리 준비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 특별히 보여주는 몇 번의 수업으로 수업을 잘한다, 못한다로 나누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교사라면 누구나 자신있는 수업도 있고 자신없는 수업도 있게 마련입니다. 경력이 많은 교사들도 모든 수업을 다 잘 할 수 없습니다. 교육에 대해 알면 알수록 수업에 자신이 없어지고 스스로 늘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대부분 교사들의 고민입니다. 그러기에 진정한 '수업의 명인'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싶습니다. 또 진정한 '수업의 명인'이 있다고 한다면 자신있는 분야의 수업을 특별히 준비해서 보여주는 몇 번의 수업을 잘 하는 교사가 아닌 그 밖에 나머지 천 번의 일상적인 수업을 고루 잘 하는 교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봐 왔듯이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수업 실기 대회'다 뭐다해서 보여주기 위한 수업준비를 하느라 나머지 수업에 소홀하는 모습을 너무나 잘 봐 왔기에 하는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교과부가 9월 3일자로 발표한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시안)' 내용을 보고, 28년 현장교사가 든 생각을 다섯번에 나누어서 써 보려고 합니다. 이글은 세번째 글입니다.



태그:#교사수업전문성제고방안, #수업전문성, #교원평가, #우수교사인증제, #교육부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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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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