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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배심재판은 비용만 늘인다?

"피고인은 도 아니면 모 식으로 일반 재판보다 돈이 더 들고 힘도 더 많이 드는 배심원 재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유죄가 거의 확실해보이는 피고인마저 이런 재판을 신청해서 비
용을 늘이는데 이건 문제입니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 나온 검사 중 1명의 말이다. 재판이 끝날 즈음 국민참여재판을 간접 경험하기 위해 방청하러온 사람들에게 불만을 이야기한 것이다.

과연 직업법관만이 재판을 진행하고 결정까지 다 내리는 현재의 재판에 비해, 일반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여 직업법관의 재판진행의 도움을 받으면서 유무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한국형 배심제, '국민참여재판'은 과연 불필요한 것일까? 비용만 많이 드는 돈먹는 하마에 불과한 것일까?

배심원 역할을 한 국민은 벌써 700명이 넘었다

국민참여재판 법정 모습
 국민참여재판 법정 모습
ⓒ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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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재판에서는 법관만 설득하면 되는데, 평범한 시민 9명 또는 7명을 설득해야 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재판준비가 더 철저해야 할 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을 설득시킬만큼 그 내용도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된지 이제 1년 반을 넘기고 있다. 지난 해 2월 첫 재판이 열린 후 이제 100여건 정도 시행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현재 시행된 79건의 국민참여재판을 보면, 전국에서 배심원으로 실제 법정에서 유무죄를 결정한 국민은 600명에 달한다(예비배심원 100여명 제외). 법원이 보낸 배심원 후보자 출석 통지서를 받은 시민도 5천명이 넘으며 그중 실제 법정에 나온 사람은 3천명이 넘는다. 5월부터 8월까지 시행된 것도 20여건 정도는 되니까 이제 배심원이 되어본 국민은 7~800명이 되고(예비배심원 제외), 100여명의 피고인들이 이들의 유무죄 결정을 접해야 했다.

지난 8월 19일 참여연대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한 초등학교 선생님은 학교로 돌아가서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다 벌써 그 학부모의 언니가 배심원으로 참석한 경험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만큼 국민참여재판은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참여재판을 방청해보세요

그동안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방청한 사람들의 대화자리에서는 이런 말이 오고 갔다..

"배심원이 되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2008년 6월 17일 재판 방청자)

"국민참여재판은 완전히 투명하잖아요. 판사실에서 모든 게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법정과 검사, 변호사, 피고인과는 아무런 연고관계도 없는 평범한 배심원만이 참여하는 법정과 평의실에서 결정되잖아요. 그만큼 사법이 투명해지는 것입니다."(2009년 6월 17일 재판 방청자를 격려한 이인석 판사)

"시민이 주연이 되고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조연으로 물러나는 재판 관행도 자리 잡게 되면서 국민을 위한 사법 서비스도 달라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2009년 8월 19일 재판 방청자)

"국민이 이렇게 대접받는 일 봤어요? 국민을 설득시키기 위해 변호사와 검사가 얼마나 애쓰는지, 그리고 판사도 나름 얼마나 배심원으로 참여한 국민을 배려하는지 보이죠?"(2009년 7월 21일 재판 방청하기 진행자)

8월 19일 열린 참여연대와 국민참여재판 함께 방청하기 참여자들
 8월 19일 열린 참여연대와 국민참여재판 함께 방청하기 참여자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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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판사와 검사, 변호사에게 사실 국민참여재판은 별로 마뜩치 않은 변화일 수 있다. 글머리에서 소개한 그 검사도 재판정에서는 아주 열심히 자기 역할을 잘 수행했다. 배심원을 설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게 생생히 느껴졌다.

하지만 기존 서류중심의 재판, 피고인이나 사건 당사자의 처지보다는 재판진행하는 법원이나 재판을 준비하는 변호사, 검사의 업무부담을 고려해 재판일정이 늘어지고 변경될 수 있는 재판을 바꾸는 것은 큰 변화이다.

국민이 스스로 대접받고 사법의 주인이 되겠다는 의지가 충만하지 않으면 3년 반 후에 국민참여재판의 존속여부, 개선방향을 재론할 때 매우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이 주인 노릇을 하려면 역시 아는게 힘이다. 그리고 알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역시 직접 보는게 최고다. 백문이 불여일견.

국민참여형 재판제도 도입을 주창해왔던 참여연대는 혼자서 법정을 찾아가 재판을 방청하기 어려운 일반 시민과 학생들을 위해 국민참여재판 함께 방청하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08년부터 시행해 이제 14번째를 맞이했다. 14번째는 9월 7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참여재판을 방청하는 것이다(참여재판 함께 방청하기 안내 코너로 가기).

배심원이 되면 무슨 일을 실제 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서 배심원으로 선정되고, 배심원으로 오라는 통지서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야기나눌 수 있다. 왜 이런 배심제도가 필요한 것인지, 이렇게 하면 뭐가 좋아지는 것인지 전문가의 충실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자세한 행사진행내용은 참여연대 웹사이트를 보면 알 수 있고, 신청방법도 안내받을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이 어느 법원에서 언제 열리는지 대법원 홈페이지에서도 안내하고 있다(대법원 홈페이지 국민참여재판 안내코너 가기).


태그:#국민참여재판, #재판방청, #배심제, #배심원,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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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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