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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원을 '4대강 삽질'에 투입하지 말고 다른 곳에 쓴다면 우리는 어떤 나라를 건설할 수 있을까요? 이 사업 때문에 지역에서는 SOC예산이 삭감되고, 취약계층 복지예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22조원보다 더 많은 돈이 더 투입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22조의 상상' 기획을 통해 4대강 예산을 '삽질'이 아니라 주택, 교육, 비정규-실업, 의료, 빈곤층에 투입했을 때 우리의 삶의 질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그 상상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만 바뀌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독자들의 제안이나 관련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 예산 22조2천억 원을 서민의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공임대주택은 얼마나 지을 수 있으며, 저소득층 전세자금으로 대출해주면 몇 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까. 또 (반)지하에 사는 처지가 딱한 사람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쓰면 어떨까.

시프트 주택이 인기를 끄는 이유

요즘처럼 전세 값이 뛰면 집 없는 설움이 복받친다. 집 사고픈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형편은 안 되고 집값은 또 오른다니 '셋방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시프트(장기전세) 주택이 인기를 끄나 보다.

시프트 주택이 특별한 건 집주인이 민간인이 아니라 공무원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서울시(SH공사)란 점이다. 서울시가 주거복지 차원에서 공급한 셋방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세 사는 사람에게 이점이 있다. 우선 전세 값이 같은 동네, 같은 크기 아파트에 비해 60∼80%에 불과하니 엄청 싸다.

더 좋은 건 한번 들어가면 20년간 쫓겨날 일이 없다. 보너스로 한 가지 더 혜택이 있으니 입주한 뒤에 주변 전세 값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2년에 한번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최대 5% 범위에서 임대료가 조정되기 때문에 '전세값 올려줄래 나갈래' 하는 협박을 당할까봐 불안해 할 일이 없다. 전세 보증금이 1억 원이라면 2년 뒤 아무리 많이 올려봐야 500만 원이니, 그동안 살던 셋방과 비교하면 이런 천국 같은 셋방살이가 없다.

서울시가 SH공사를 통해 공급하는 시프트(장기전세)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은평뉴타운 내에 있는 시프트 주택.
 서울시가 SH공사를 통해 공급하는 시프트(장기전세)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은평뉴타운 내에 있는 시프트 주택.
ⓒ 오마이뉴스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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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평균 10대 1, 최고 128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은 당연하다. '집을 꼭 사야 하나? 그 돈으로 멋지게 살지' 하는 식으로 소유에서 주거로 집에 대한 개념도 바뀔 수 있다는 게 빈말은 아니다. 물론 시프트 주택은 입주자들의 집 근심을 덜고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지만, 셋방 사는 사람 중에서 그래도 형편이 나은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어쨌든 문제는 이런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야 셋방 사는 사람들이 좀 덜 고달프게 사는 데, 한국은 2007년 현재 전체 주택 중 공공임대주택이 3.7%에 불과하다. 36%가 공공임대주택인 네덜란드나 평균 20% 수준인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역시 돈이 문제라는 데도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도 없다. 작년까지 공급한 시프트 주택이 채 3천 채가 안 되고 올해 공급할 물량도 3천 채 언저리다. 인기를 감안해 공급을 늘릴 예정이라지만 매년 1만 채 정도다. 시프트 주택의 인기가 하늘을 찌름에도 이를 충분히 늘리지 못하는 게 바로 재정 부담 때문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정비 사업에 쏟아 부으려는 22조2천억 원을 셋방 사는 사람들의 꿈으로 등장한 시프트 주택 건설 자금으로 쓴다면 몇 채를 지을 수 있을까.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보고서 '장기전세주택(SHift) 확대공급에 따른 관리 효율화방안'(2008)에 따르면 시프트주택 5만8천 채를 짓는 데 들어가는 재원은 최소 4조591억원이다. 만약 4대강 정비 사업 예산 22조2천억원으로 시프트주택을 짓는다면 32만 채를 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총재원 4조591억 원 가운데 서울시(8248억)와 중앙정부(2050억)가 부담하는 돈은 1조298억 원이고, 나머지 3조2343억 원은 국민주택기금에서 융자를 받아 충당하게 된다.

따라서 국민주택기금 융자 비율은 그대로 두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부담하는 비용만을 감안하면 22조2천억 원은 시프트 주택 125만 채를 짓는 데 필요한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재정을 다 감당하고도 남는 돈이다.

4대강 예산이면 국민임대주택 169만 채 가능

4대강 예산 22조 2000억원이면 공공주택을 획기적으로 확충 할 수 있다.
 4대강 예산 22조 2000억원이면 공공주택을 획기적으로 확충 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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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 중 시프트 주택만은 못해도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게 바로 국민임대주택이다. 20년인 시프트보다 더 긴 30년 동안 살 수 있고, 임대료도 주변시세의 55∼88%로 낮아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 국민임대주택은 노무현 정부 당시 세운 100만호 건설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계획대로 2012년까지 100만호를 짓게 되면 전체 주택 중 10% 안팎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게 된다.

그런데 국민임대주택 홈페이지(http://gukmin.newplus.go.kr)에 따르면 100만 채를 짓는 데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66조8천억 원으로 이 가운데 13조원은 정부 재정으로, 31조원은 주택기금 지원으로, 16.1조원은 입주자 부담으로, 6.7조원은 사업주체 부담으로 조달하는 것으로 돼 있다. 결국 100만 채를 짓는 데 들어가는 정부 재정은 13조 원이니, 4대강 정비 사업비 22조2천억 원은 국민임대주택 169만 채를 지을 수 있는 정부 재정에 해당하는 것이다. (물론 땅값이나 건축비 변동분을 감안하면 금액은 일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2012년까지 공급될 100만 채에 추가로 169만 채를 지을 수 있다면 기왕에 확보한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해 300만 채 이상을 확보할 수 있어 셋방 사는 서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행복을 안겨줄 것이다.

한편 공공임대주택 중에는 시프트주택이나 국민임대주택 외에 맞춤형 임대주택이라고 해서 소년소녀가정, 장애인, 저소득 신혼부부, 한부모가족, 기초생활 수급자 등 가장 처지가 딱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있다. 말 그대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의 집걱정을 덜어줌으로써 우리 사회를 따뜻한 사회로 만들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임대료도 수도권 50㎡ 기준, 보증금 350만 원에 월세 10만원 안팎으로 매우 싸고, 10년간 그 집에서 살 수 있다. 특히 다른 공공임대주택이 대부분 아파트인데 비해 맞춤형 임대주택은 주로 단독주택이고, 한 곳에 집중돼 있지 않아 입주자들의 만족감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까지 공급된 맞춤형 임대주택은 5만814호에 머무르고 있다. 다른 문제도 있지만 역시 재정문제가 큰데, 국토해양부의 '2009년 주택종합계획'에 따르면 가구당 6200만 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만약 4대강 정비사업 사업비 22조2천억 원을 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전액 사용한다면 36만 가구를 입주시킬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아름다운 사다리도 가능하다

4대강 사업 예산이면 국민임대주택 169만채 공급이 가능하다. 사진은 개발을 위해 철거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의 한 뉴타운 예정지.
 4대강 사업 예산이면 국민임대주택 169만채 공급이 가능하다. 사진은 개발을 위해 철거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의 한 뉴타운 예정지.
ⓒ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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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올려줄래, 아니면 이사갈래?" 아마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이만큼 지독한 흑백논리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뛰는 전세금을 맞춰보려 대출을 받으려 해도 서민에겐 문턱이 너무 높다. 필자가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일할 때 주택금융공사 자료에서 확인하기로는 지난 2005∼2006년 당시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한 사람 가운데 넷 중 한 명꼴로 거절당해 하루 평균 122명씩 한 달 평균 3657명씩 대책도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물론 대출받으려는 사람의 신용도 감안해야 하지만 역시 전세금 대출도 재정이 부족해 충분히 빌려주지 못하고 있다. 만약 4대강 정비 사업 22조2천억 원을 모두 서민의 전세자금으로 대출해준다면?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3만6천 호의 저소득 가구에 2%의 싼 금리로 1조1500억 원의 전세자금을 대출해줄 계획이다. 만약 4대강 정비 사업비 22조2천억 원을 저소득 가구 전세자금으로 대출해준다면 70만 가구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정부는 또 직장인 11만9천 가구에 4.5% 금리로 3조188억 원의 전세자금을 대출해줄 계획인데, 이 경우 22조2천억 원은 88만 가구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돈이다.

한국에서 햇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반)지하방에 사는 사람은 모두 58만6649가구, 141만9784명이다. 인류가 동굴을 비롯한 지하에 살기 시작한 것은 50만년 전 베이징 원인에서 비롯됐다고 하지만, 21세기 세계 11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땅 속에 산다는 것 자체가 부동산 계급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라 할 수밖에 없다.

지하에 사는 처지가 딱한 사람들이 땅 위로 올라와서 살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따뜻한 세상으로 가는 첫 단추라 하겠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필자의 저서 <부동산 계급사회>에서 추정했듯이 수도권 지하 전세방에서 지상 전세로 이사하는 데는 가구당 1831만 원(인천)∼3512만 원(서울)이 필요하고, 월세와 사글세는 전세로 환산할 경우 288만 원(경기, 사글세)에서 1513만원(서울, 보증금 없는 월세)이 든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지하 거주 가구 전체가 한꺼번에 지상으로 이사하는 데는 수도권에서만 10조6천억 원, 전국적으로는 11조2천억 원이 필요하다. 필자는 당시 전월세 시장에 끼치는 영향과 함께 필요한 재정 규모가 너무 엄청나서 10년 정도 시간을 두고 단계별 접근을 하자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 예산을 보니 굳이 그럴 필요 없이 당장 '지하에서 지상으로' 아름다운 사다리를 내릴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22조 2000억 원은 모두 국민의 피땀이다. 이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국민이 행복해질 수도 있고 불행해질 수도 있다. 강 파헤치는 데 쓰지 말고 집 없는 서민들 눈물 닦는 데 쓰자.


태그:#4대강, #전세값, #부동산,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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