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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계몽(算學啓蒙) 1299년에 중국 원나라 주세걸이 지은 수학 책이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석구수법(釋九數法)을 다룬 부분인데, 석구수법은 오늘날의 구굿셈을 말한다. 세종(世宗) 대왕(大王)은 정인지(鄭麟趾)에게서 이 책으로 산학을 배웠다고 한다. 필사본으로 19세기 후반 무렵 필사된 것으로 보인다.
▲ 조선시대 구구단 산학계몽(算學啓蒙) 1299년에 중국 원나라 주세걸이 지은 수학 책이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석구수법(釋九數法)을 다룬 부분인데, 석구수법은 오늘날의 구굿셈을 말한다. 세종(世宗) 대왕(大王)은 정인지(鄭麟趾)에게서 이 책으로 산학을 배웠다고 한다. 필사본으로 19세기 후반 무렵 필사된 것으로 보인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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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부터 우리민족이 수학을 배웠죠. 아라비아 상인들이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 수학을 전했고, 고려 또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조선 초기에 송나라로부터 수학이 본격적으로 들어와 중인들이 그들의 삶속에서 실제로 수학을 이용하고 살았죠. 조선 영, 정조 시대엔 '산학통편, 산법'이라는 수학교과서를 가지고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소장한 자료에는 조선시대에 벌써 구구셈을 가르친 한자 수학교과서가 있는 걸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한영 씨가 교육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15년 동안 직접 발로 뛰어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개인연구가'다. 소위 '탁상연구'가 아닌 '현장연구'의 대가라 할 수 있다. 그가 들려주는 자료 수집 역사는 한편의 다큐멘터리다.   

15년간 5000여 점 모으느라 1000여 명 만나

수집기간은 15년 정도. 그동안 교육자료, 고서, 고 사진 등을 수집 하고 자료를 검증하기 위해서 만난 사람이 자그마치 1천여 명. 대부분이 연로한 안성 사람들인 그들로부터 때론 구입하기도 하고, 때론 그저 얻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그가 만나 본 사람들 중 이미 돌아가신 사람도 꽤나 있다. 때론 골동품 가게를 통해 구입하기도 했고, 때론 고서 경매시장(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을 통해 자료를 구입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보통학교 1학년 용 조선어독본이다. 어투나 표기법이 오늘날과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 조선어독본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보통학교 1학년 용 조선어독본이다. 어투나 표기법이 오늘날과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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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이나 ‘따따따 따따따 주먹손으로’와 같은 정겨운 동요들이 수록된 1학년 국어 교과서다. 1968년 문교부에서 펴내고 국정교과서주식회사에서 인쇄했다.
▲ 국어교과서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이나 ‘따따따 따따따 주먹손으로’와 같은 정겨운 동요들이 수록된 1학년 국어 교과서다. 1968년 문교부에서 펴내고 국정교과서주식회사에서 인쇄했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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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고, 골동품 가게를 뒤지고, 경매시장을 전전하다보니 비용도 만만찮았다. 그동안 들어간 비용을 대략 추산하자면 1억 원 정도라고. 순수 사비를 털기도 했고, 김한영 씨의 뜻을 지지하는 주위 몇 몇 분의 후원도 큰 역할을 했다.

수집한 내용도 알차다. 그가 소장한 자료는 대략 5000여 점. 조선시대, 개화기, 일제강점기 등에서 1970년대까지의 교과서 등을 포함한 교육 자료가 3500여 점. 191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안성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약 1000여 점. 안성의 옛 지도가 약 350여 점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자료가 그의 집과 그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현재는 그의 집이 바로 '참빛교육사료관'인 셈이다.

"자료보관 힘들어서라도 교육박물관 건립했으면"

이런 만만찮은 자료들을 잘 보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고서와 옛날 사진을 보관하는 일이다 보니 습도를 조절하는 게 관건. 특히 한국전쟁 전후 나온 교과서들은 아주 까다롭다. 그 교과서들은 모두 국제구호기구들의 원조에 의해서 만들어진 교과서들로서 종이 질이 워낙 좋지 않아 보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보관하기 제일 힘든 때가 역시 긴 여름 장마. 그 기간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그 책들을 그늘에 일일이 펼쳐 놓고 말린 후 다시 제자리에 넣어야 했다.

일제강점기 안성 보개공립국민학교 재학생들의 모습으로 국어독본을 손에 들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현재도 생존해 있는 이종철 옹(1928년 생)이다.
▲ 학생사진 일제강점기 안성 보개공립국민학교 재학생들의 모습으로 국어독본을 손에 들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현재도 생존해 있는 이종철 옹(1928년 생)이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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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렇게 시작한 것은 서양 중세시대의 고서들에 실린 삽화 본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서에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연구하고 찾아본 결과 삼강행실도, 오륜행실도 등에도 삽화 본이 실려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안성방각본을 만난 것은 그의 안성사랑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평생 새로운 자료 모으겠다"

이렇게 수집하기 시작한 교육자료를 소장하고 전시할 박물관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게 그의 꿈이다. 그가 생각하는 교육 박물관은 '첫째, 자료를 수집하는 사람이 분명한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제대로 된 설명이 이루질 수 있다. 둘째, '보는 박물관'을 넘어 '체험하는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 셋째, 자료가 계속 수집되어 끊임없이 새로운 자료가 전시되어야 한다'는 등의 3가지 원칙이 이뤄진 곳이다.  만약 교육박물관이 지어진다면 그는 평생 죽을 때까지 새로운 자료들을 모으고,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고백했다.

현재 김한영 씨의 자택이자 참빛교육사료관이며, 그의 집무실이기도 한 곳이다. 각종 고서와 자료들이 빽빽이 쌓여 있다.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이 고서들을 그늘에 일일이 내다 말려야 한다고.
▲ 자료들 현재 김한영 씨의 자택이자 참빛교육사료관이며, 그의 집무실이기도 한 곳이다. 각종 고서와 자료들이 빽빽이 쌓여 있다.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이 고서들을 그늘에 일일이 내다 말려야 한다고.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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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제는 열매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내년엔 삼성출판 박물관을 통해 '체험미래교과서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에선 '책과 예술'이라는 주제 로 유럽작가들과 한국작가들을 만나기로 되어 있다. 올해 10월엔 구리에서 열리는 '평생학습 축제'를 통해 자신이 소장한 교과서 일부를 전시하기로 되어 있다. 지난 28일엔 안성 축협 강당에서 그동안 자신이 수집하고 연구한 자료들을 프로젝트 빔을 통해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 한 번은 집에 쌀이 떨어져 아내로부터 쌀 살 돈 5만 원을 받았지만, 그 돈 으로 덜컥 동몽선습을 구입한 후 아내와 대판 싸운 일도 있었다. 아직도 생활고는 만만찮지만,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교감하는 '참빛교육사료관'이 안성에 세워질 그날을 바라보며 그는 달려간다. 이미 그의 집에서 시작되고 있는 그 박물관이 이제 구체화 되는 일만 남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열정대로라면.

15년 동안 안성사람 1000여 명을 만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약 5000여점의 자료를 모은 김한영 씨. 그의 꿈은 교육박물관을 건립해보는 것이라고.
▲ 김한영 15년 동안 안성사람 1000여 명을 만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약 5000여점의 자료를 모은 김한영 씨. 그의 꿈은 교육박물관을 건립해보는 것이라고.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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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28일 '교육자료 발표회'를 마치고 '안성참빛교육사료관 011-9932-0070'의 주역인 김한영씨와 인터뷰 했다.



태그:#참빛교육사료관, #김한영, #교육박물관, #안성, #조선시대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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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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