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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경찰서 경찰서 직원들이 범행현장 조사를 하고있다.
▲ 게임기 이천경찰서 경찰서 직원들이 범행현장 조사를 하고있다.
ⓒ 임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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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터진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3년이 지났다. 정부는 사건이 터진 후 뒤늦게 불법 사행성게임을 몰아내겠다며 게임장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등 법까지 뜯어 고치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고객 처벌조항이 빠진 신규 법규정의 허점으로 사행성 오락 게임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3일 오후 10시 이천경찰서(서장 이재영) 생활질서계(계장 반재구)소속 경찰들이 제보를 받고 사행성을 조장하는 불법 게임장을 급습했다. 그곳은 바로 율면 산양리 소재 깊은 야산에 있는 80여평의 임대 창고. 그안에는 농촌 서민들의 사행성을 조장하는 불법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뿌연 담배연기 속에 50여 대의 게임기가 불을 번쩍이고 있었다.

감시의 눈초리를 피한 업주가 '바다이야기' 등의 게임기를 설치,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제보가 날아든 직후다. 게임장이 들어선 80평짜리 창고건물은 요새를 방불케 했다. 1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에는 단골들만 들어갈수 있는 문이 있었다. 경찰이 들이 닥치자, 무언가를 분주하게 옮기던 손길들이 멈췄다. 종업원과 손님들은 그제야 포기한 듯 고개를 숙였다. 80평 남짓한 게임장은 어두컴컴했다. '바다이야기' 등 게임기 50여 대가 병풍처럼 실내를 두르고 있었다. 게임을 즐기던 7명의 손님은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특히, 이날 업주는 사전에 배치해놓은 일명 '망잽이'로 단속 소식을 들은 후 미리빠져 나갔다. 이날 게임장에서는 각종 장부와 함께 두툼한 상품권 뭉치가 나왔으며, 업주의 책상에는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꿀 때 지불하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법으로 금한 상품권 환전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었다. 경찰은 이날 게임기 50여 대와 상품권을 모두 압수하고, 업주 등을 구속하기로 했다. 게임장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던 손님들은 신원을 조사한 후 돌려보냈다.

이날 게임장에 불법 게임을 하러온 손님들은 대부분은 음성·평택·감곡 등 농촌지역으로 대부분 일용직에 종사하고 있는 어려운 서민층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불법게임장을 이용하는 손님 대부분은 농촌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들이다. 특히, 돈을 잃으면서도 본전 생각이 나 다른데서 돈을 빌려서까지 게임장에 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실 여기 한 군데 단속했다고 다가 아니다"며 "이천에도 이렇게 야산 등지에서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장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찰의 집중단속을 비웃듯 불법 사행성게임장의 음성적 영업이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범행에 사용된 게임기를 압수하고 있다.
▲ 게임기 범행에 사용된 게임기를 압수하고 있다.
ⓒ 임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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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관련 법... 이용자 처벌조항 없어

정부는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게임산업진흥법'을 제정, 사행성 게임장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꿨다. 문제는 새 법에 이용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전에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 법'에 따라 불법 사행성게임을 하면 업주는 도박개장죄, 손님은 도박죄로 처벌됐다. 하지만 새 법이 제정되면서 게임은 이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됐고 이용자 처벌조항은 아예 마련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천경찰서 반재구 생활질서계장은 "불법 사행성게임장이 근절되지 못하는 주된 이유를 관련법에 이용자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손님들은 처벌받지 않아 수요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업주들은 구속을 각오하면서도 영업을 하고 있다"며 "손님을 처벌하지 못하는 한 사행성게임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같은'법적 구멍'을 훤히 알고 있는 업주들은 고객명단까지 작성해 사행성게임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사행성게임은 음성화되면서 영업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업주들은 경찰 단속에 대비해 벌어들인 돈을 실시간으로 밖으로 빼돌린다. 이 때문에 이날 경찰 단속에서 압수된 돈은 70만 원 남짓에 불과했다. 반 계장은 "요즘 불법 사행성게임장들은 회원제로 운영하고 CCTV를 통해 아는 사람만 입장시킨다"고 귀띔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사행성게임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업주 박모(43)씨와 한모(33)씨, 종업원 김모(28)씨 등 3명을 붙잡아 2명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불법게임기 50대와 범행에 사용했던 대포폰 3점, 판돈 70여만 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천설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이천, #사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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