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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몰랐지,조선역사>겉그림
 <이건 몰랐지,조선역사>겉그림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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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몰랐지, 조선 역사>(책보세 펴냄)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이정근의 신간이다. 저자의 또 다른 책들은 <이방원전·2권>(가람 기획 펴냄)과 <소현세자·3권>(책보세 펴냄), 이 역사소설들은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는 동안 독자들의 호응이 컸던 작품들이다.

이번에 출간한 책은 저자가 이 소설들을 집필하는 과정 틈틈이 쓴 역사 에세이라고 한다. 이 소설들을 쓰고자 수년간 주인공들의 흔적을 찾아 역사의 현장들을 답사하고 자료를 수집했는데, 이런 과정에서 독자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만을 모았단다.

이 책처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모아 묶은 책들은 목차를 먼저 훑어보는 것이 책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목차를 훑다 보면 솔깃하게 먼저 들어오는 제목들이 있다. '에로티시즘의 귀재 혜원, 그리고 젖과 유방사이'도 그 중 하나.

<조선왕조실록>부터 '젖가슴'까지 폭넓고 다양한 조선역사

"'유방'이란 원래 의학용어로, 우리보다 앞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을 통하여 서양 의술이 들어오면서 묻어온 한자어다. 우리 조상들은 '젖', '젖통', '젖퉁이' 등으로 불렀는데, 순수하게 수유기관을 지칭하였을 뿐 성적인 뉘앙스를 풍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자의 젖가슴은 다산풍요의 상징으로 드러내 놓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 것이 우리네 풍속이었다. 아이를 낳으면 유모를 댈 수 있는 궁중 여인과 사대부 마나님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인들은 모유 수유기간이라는 표시와 아이를 낳았다는 징표로 젖가슴을 드러내놓고 다니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구한말, 우리나라를 유린하던 일제가 조선인은 아프리카 야만족들처럼 미개하다고 선전하기 위하여 젖가슴이 드러난 기생들의 모습을 찍어 악의적으로 세계에 뿌렸다는 설도 있지만 최근에 우리 손으로 발굴한 평범한 여인의 모습에도 젖가슴이 드러나 있다." - 책 속에서

신윤복-<단오풍정>
 신윤복-<단오풍정>
ⓒ 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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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유방'과 '젖가슴' 그 사이를 설명하고자 예로 든 그림은 신윤복의 <단오풍정>이다. 우리의 세시풍속 중 한날인 단오에 대해 배울 때 교과서를 통해 만났던 그림이다. <단오풍정>은 '여자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가면 집안이 망한다'던 칠거지악의 조선시대 회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여인의 속살이 묘사된 경우란다. 때문인지 이 그림 속 여인들을 두고 한때 "기생들이다" "여염집 아낙네들이다" 왈가왈부 말이 많았었다.

여인들의 정체야 어떻든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술병이 든 보퉁이를 머리에 이고 단오를 즐기는 여인들에게로 다가가는 검정 치마의 여인이다. 저자는 거의 드러나 버린 이 여인의 젖가슴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여성의 젖가슴'에 대한 시각과 인식을 추측한다.

저자에 의하면, 18세기 말엽까지 여성의 젖가슴은 2세를 양육하기 위한 수유기관으로 여겨졌을 뿐 성애의 상징으로 본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여성이 이처럼 대수롭지 않게 젖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놓을 만큼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네 의식 속에서 젖과 유방은 언제부터 갈렸을까? 여자의 몸을 상품으로 보기 시작한 20세기 초가 아닌가 싶다. 영화산업의 발달과 대량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기법은 여자의 몸에 하나의 가치관으로 묶여 있던 젖과 유방을 분리하여 유방을 상품화하였다. 그 결정적인 시기는 브래지어가 대량 보급되기 시작한 1960년대로 여겨진다. 이때만 해도 아기를 안고 가던 애 엄마가 젖가슴을 스스럼없이 풀어헤치고 젖을 먹이는 모습을 전차나 버스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젖을 먹이는 여인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나 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 책 속에서

흔히들 역사는 어렵고 딱딱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책 속에는 이처럼 역사를 어려워하거나 역사에 그리 밝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젖과 유방 사이'처럼 우리의 일상과 쉽게 닿아있는 것들이다.

<조선왕조실록> 이야기도 솔깃하게 읽은 부분이다. 조선왕조실록은 무려 8000만 자에 이른다. 한 시대 500여 년을 끊임없이 기록했음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경우. 유네스코는 조선왕조실록만의 이런 가치와 정신을 인정하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우리는 흔히 <조선왕조실록>을 오직 진실만을 지극하게 기록한 것이라 믿고 있다. 왕조실록을 기록하는 사관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거짓을 기록하지 않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의 이런 믿음처럼 진실한 걸까? 단 한 줄의 거짓도 없이?

<조선왕조실록>은 어떻게 편찬되었을까? 우리 역사의 보고라는 <조선왕조실록>이 어떻게 완성되었으며 완성 이후 어떤 과정들을 거쳤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고 <조선왕조실록>의 진실 정도를 추측하는 데 중요한 힌트가 되리라.

임금이 붕어하면 실록청을 설치하고 실록 편찬 작업에 들어간다. 실록의 기초가 되는 것은 각 관청에서 쓴 업무일지인 <등록>을 춘추관이 모아 정기적으로 펴낸 <시정기>와 승정원에서 왕과 신하사이에 오간 문서와 일과를 매일 적어 작성한 <승정원일기>를 모아 초조본을 만들어 검토하여 중초본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중초본을 바탕으로 정초본을 편집, 인쇄함으로써 실록은 완성된다. 그럼, 이렇게 완성된 실록은 전혀 수정할 수 없었을까? 어떤 경우든 말이다.

"부끄럽게도 조선왕조는 실록을 수정한 사실이 있다.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군주나 세력은 실록을 수정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반정에 성공한 무리가 <선조실록>을 수정한 것이 효시다. 그 외, 남인이 집필한 <현종실록>과 서인이 수정한 <현종개수실록>이 있고, 소론이 주관한 <숙종실록>과 노론이 보궐한 <숙종실록보궐정오>, <경종실록>과 <경종수정실록>이 있다. 그렇더라도 원본은 폐기하지 않았다. 후세 사람들에게 원본과 수정본을 비교 평가하라는 것이다. 춘추필법에 대한 조선 사대부들의 최소한의 양심이다." - 책 속에서

우리가 조선시대를 온전하게 알 수 있는 기록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조선왕조실록>도 이처럼 승자의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수정되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기록들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들을 얼마든지 숨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역사는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반성문"

15년동안 틈만나면 역사의 현장들을 찾아 답사해오고 있다는 저자와 함께 8월 4일 서삼능역 소현세자가 잠들어 있는 곳을 찾았다. <오마이뉴스>에 연재, 책으로 출간된 <소현세자>를 주인공에게 고하기 위함이었다. 소현세자에게 책을 바치고 배례 후 찍은 기념사진이다. 이곳은 현재 일반인 비공개 능역권에 포함되어 있다.
 15년동안 틈만나면 역사의 현장들을 찾아 답사해오고 있다는 저자와 함께 8월 4일 서삼능역 소현세자가 잠들어 있는 곳을 찾았다. <오마이뉴스>에 연재, 책으로 출간된 <소현세자>를 주인공에게 고하기 위함이었다. 소현세자에게 책을 바치고 배례 후 찍은 기념사진이다. 이곳은 현재 일반인 비공개 능역권에 포함되어 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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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은 군주에게 불충하는 한이 있어도 붓을 왜곡하지 않았다. 역사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록된 역사가 진실일까? 유감스럽게도 진실이 아닌 경우가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통성을 결여한 군주나 반정으로 집권한 세력은 유혹(역사를 왜곡 조작하는 등)에 취약했다. 그렇다면 역사란 무엇일까?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반성문이다. 당시엔 담담히 써내려간 사서이지만, 지금 읽어보면 통렬한 고해성사다. 역사에는 옛사람의 슬기로운 지혜보다도 과오에 대한 기록이 더 많다. 인간이 진화했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역사에는 옛사람들의 과오를 반추하며 전철을 밟지 말라는 엄숙한 경고가 내재되어 있다." -저자의 말 중에서

이 책은 모두 3부, 저자는 정치의 역사(생사를 건 암투, 그 슬픈 정치의 역사), 사랑의 역사(그 은밀한 사랑의 역사), 뜻밖의 역사(아하 그렇구나, 그 놀라운 뜻밖의 역사)로 나뉘어 우리에게 대체적으로 많이 알려진 역사의 '속사정'과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책의 내용들은 우리 역사의 보고인 <조선왕조실록>부터 오늘날 'S라인'의 절대적인 요소가 된(상품화된)여성의 젖가슴까지, 이야기들은 폭넓고 다양하다. 때문에 어렵고 딱딱한 역사를 읽는 느낌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더 많다.

그리하여 조선왕조실록처럼 딱딱하고 어려운 역사가 젖가슴처럼 말랑말랑하게 전해진다고 할까? 역사는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기록이나 역사적 사건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샐활이 곧 역사임을 책은 잘 말해준다고 할까? 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 상갓집의 개 흥선대원군, 안동 김씨 권문에 일격을 가하다 ▲ 무지렁이 농사꾼 강화도령의 버려진 애인 복녀 ▲ 정조의 숨겨진 남자? ▲ 조선시대 연인들의 한밤 데이트 풍경은? ▲ 한류 스타의 원조는 추사 김정희? ▲ 청계천에 많은 것들을 걸었던 정조 ▲ 황진이 왈, "지족선사야말로 진정한 사내지!"▲ 국보와 보물의 차이는? ▲ 호랑이와 통행세에 울고 넘던 무악재 ▲ 절대 권력도 못했던 일은 왕릉 만들기? ▲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는? ▲ 오간수교에는 오간수문이 없다? ▲ 음기가 강한 창덕궁 후원 차지하고자 궁중 여인들 싸우다?(목록이 아니라 필자가 간추린 것)

책의 부제는 '디카로 떠나는 역사산책'이다. 저자가 역사에 빠져 산 것은 15년, 틈만 나면 디카를 메고 역사다단한 곳들을 찾아 답사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각 글 꼭지마다 저자가 디카로 직접 찍은 사진들이 3~5매씩 곁들여져 있어 그만큼 생생하다.

덧붙이는 글 | <이건 몰랐지 조선 역사 : 디카로 떠나는 역사 산책> / 이정근 / 책보세 / 2009년 7월 / 1만5000원



이건 몰랐지, 조선역사 - 디카로 떠나는 역사 산책

이정근 지음,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2009)


태그:#역사에세이, #조선왕조실록, #이방원전, #소현세자,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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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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