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신종 인플루엔자 국내 감염자 수가 3천300명을 넘어서면서 신종 플루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신종 플루 감염에 대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를 하고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 국내 감염자 수가 3천300명을 넘어서면서 신종 플루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신종 플루 감염에 대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외국에 다녀온 학생은 일주일 동안 집에서 학습할 것'


어느 학원에서 보낸 핸드폰 문자이다. '신종플루' 공포가 생활현장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미 확진환자가 3천여명에 이르렀고 2명의 환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역사회로부터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되어 신규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새 학기를 맞는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고 있으며 임시휴교에 들어간 곳도 있다.

어느 누구도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상황 악화에 따른 정부의 대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민사회는 미봉책이라며 빗발치는 질타를 계속하고 있다. 이대로 예고된 대유행을 맞게 되는 것일까? 이미 세계보건기구에서는 2달 전에 '대유행 단계'를 선언했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갖가지 변종 인플루엔자의 출현이 지난 몇 년 사이 잦아지고 있다. 변종 인플루엔자의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사스'로부터 이미 많은 교훈을 얻은 바 있지 않은가?

공공의료기능 수행할 의료기관 부족, 방치할 것인가

25일 오후 서울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 주최로 열린 '치료거점병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 주최로 열린 '치료거점병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병원은 전염병과 가까우면서도 먼 곳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다급하게 찾을 수밖에 없지만 병원의 입장에서는 다른 질환의 환자가 이탈한다는 우려가 크다. 이로 인해 일부 병원에서는 외래환자의 이탈을 우려해 진료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건당국이 신종플루 455개 거점병원 명단을 '병원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동안 발표하지 못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쯤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의료기관의 진료거부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정부정책에 부응해 공공의료기능을 수행할 의료기관의 부족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급성 인플루엔자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질문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은 8%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치는 80% 이상의 공공보건의료체계가 정착된 서유럽과 견줄 것이 못되며 의료민영화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미국의 30%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우리사회의 전염병 관리체계의 허술함은 기본적으로 공공의료 인프라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공의료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서도 정부 일각에서는 내년도 지방의료원 지원예산을 줄이겠다고 한다. 또한 적십자사는 지역거점공공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적십자병원을 축소 또는 폐원을 검토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의료서비스를 전담해온 공공병원들은 신종플루 발생 초기부터 맡은 바 역할을 해왔지만 이에 대한 중요성은 계속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짚어야 할 것이 안전한 격리병동 등의 치료시설 확보와 2차 감염에 노출된 의료진 및 보건의료노동자의 안전문제이다. 신종플루환자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공공병원 가운데에는 안전한 환자 격리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으며 의료진 등에 대한 보호장구마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마련이 없다면 어느 누가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실제 감염이 의심되는 의료진이 발생해 예방약을 처방받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인재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보건소 앞마당에 설치된 컨테이너에서 간호사가 감기증상으로 찾아온 환자의 체온을 재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보건소 앞마당에 설치된 컨테이너에서 간호사가 감기증상으로 찾아온 환자의 체온을 재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는 신종플루에 대한 대응책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족한 치료제 확보를 위해 특허권자가 아닌 제3자가 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강제 실시'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10여개의 제약회사가 생산능력을 갖췄음에도 특허권에 막혀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추이를 지켜보며 '강제실시'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하루가 급하다는 의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백신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국립 백신생산시설을 갖추는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국제보건규칙에 의거한 국가 차원의 전염병 예방 및 치료조치에 대해 평등하고 비차별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치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는 의료양극화를 초래한다는 많은 반대에도 의료민영화를 정책의 우선 순위로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의료공공성 확대가 여전히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음에도 대비를 게을리 해 일어나는 재난을 인재(人災)라 한다. '대유행'에 접어들고 있는 '신종플루'는 물론이고 미래의 변종 인플루엔자의 재난에 대비하는 길은 공공료기관을 확충하고 공공적 전염병 관리 체계를 만드는 길이다. 인재(人災)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김형식 기자는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입니다.



태그:#신종플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