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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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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공익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제거되고, 누군가가 정해놓은 잣대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뉴스를 보도한다. 날선 비판은 자취를 감췄고 기계적 중립만 난무하는 박제화된 언론. 이병순 체제 1년, KBS의 자화상이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24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이병순 체제 1년 공영방송 KBS 평가' 토론에 참석해 이같이 성토했다. 단기간의 임무를 부여받은 사장이 개인의 연임을 위해 성과주의로 보낸 1년이 아니었나 자문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국민적 불신과 KBS 구성원들의 저항에도 이병순 개인은 자신의 목표에 상당히 접근해오지 않았나 싶다"며 "상반기 흑자를 냈다고 자랑하지만 그것은 모두 제작비 절감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가 공영방송이라면 콘텐츠에 대한 신뢰와 해외시장에서의 반응으로 확인돼야 하는데, 지금 현실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시사인>이 실시한 언론사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KBS는 2007년 43.1%에서 2009년 29.9%로 하락한 것이 그를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KBS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상업적으로도 팔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기획을 해마다 해왔지만, 이병순 체제 1년간은 모든 프로그램이 돈 안 되는 쪽으로 축소 지향적이 됐다고 볼멘소리를 터트리기도 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KBS 시청자 위원)도 "이병순 사장 이후 KBS 보도프로그램의 변화는 다소 충격적인 수준"이라며 "공정이나 공익으로 포장돼 있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줄서기가 눈에 띄며 알려야 하는 것들을 덮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KBS 시청자위원으로서 평가할 때 "시청자들이 체감하는 토론프로그램의 질은 굉장히 떨어졌다"며 "프로그램의 내용과 질이 시청자들의 바람과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신태섭 이사 해임 항의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는 '이명박정권방송장악저지행동' 소속 회원들.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신태섭 이사 해임 항의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는 '이명박정권방송장악저지행동' 소속 회원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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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섭 "정권에 불편한 보도 못하도록 자기검열 강화"

신태섭 전 KBS 이사는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병순 사장은 공영방송인 KBS가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도록 만들었다"며 "정권에 대한 불편한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10단계의 결재라인을 만들어 자기검열을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신 전 이사는 "언론기관이 정권의 시녀가 되는 것 4단계가 있다"며 "비판의 실종→ 권력자에 대한 곡학아세(띄워주기)→ 권력의 선전수단화→ 친위돌격대인데, 군사정권 시절 언론이 친위돌격대까지 갔었고 지금 KBS가 이에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금 KBS가 정권의 친위돌격대 역할을 자임한다면 개발독재나 5공 때와 무엇이 다르냐는 신 전 이사는 "KBS가 권력의 친위돌격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신임 이사 구성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KBS의 신임 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민주정부 10년과 달리 최근 시민단체 활동현장에 KBS 카메라가 안 보인다"며 "공익적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의 활동에 공영방송인 KBS가 관심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무엇보다 안 국장은 최근 KBS의 보도태도로 볼 때 "정권과 자본에 충실한 방송을 만들려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디도스 공격의 배후는 북한이라는 근거없는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시청자들을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이병순 KBS 사장이 17일 오후 이사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KBS 본관 3층 제1회의실 앞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연봉계약직) 노동자들의 피켓 시위를 애써 외면한 채 회의실에 들어가고 있다.
 이병순 KBS 사장이 17일 오후 이사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KBS 본관 3층 제1회의실 앞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연봉계약직) 노동자들의 피켓 시위를 애써 외면한 채 회의실에 들어가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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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 "신뢰도 하락과 맞바꾼 45억 흑자는 긍정적 경영성과 아니다"

이에 앞서 이진로 한국언론정보학회 매체자본연구회장(영산대 교수)은 발제를 통해 "이병순 사장은 취임사에서 공정성과 중립성, 독립성과 자율성, 수신료 가치실현, 상생의 노사 관계 정착 등을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며 "올 1월 용산참사와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시민들로부터 취재거부에 직면한 것은 KBS가 공영방송의 정체성 위기에 빠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병순 사장이 정연주 사장의 경영을 방만경영으로 판단해, 프로그램 제작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의 무리한 감축을 시도하면서 2009년 상반기 사업이익 45억 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공영방송의 목표는 흑자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동이익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신뢰도 하락과 맞바꾼 45억원의 흑자는 긍정적 경영성과라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프로그램 제작비 감축으로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저하됐고 시청자의 불만과 외면이 쌓이게 되면 결국 공영방송의 미래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은 "이병순 체제 출범 이후 KBS 보도가 '땡박뉴스', '땡이뉴스'로 변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지난 1년간 이 같은 징후는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지속적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KBS는 이명박 대통령의 '행사' 활동을 시시콜콜 자세하게 보도하며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보도까지 했지만 정작 국가인권위원회 기구축소를 비롯한 이명박 정부의 거꾸로 가는 장애인 정책을 진단하는 보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문동 골목상가 방문 보도 역시 이 대통령이 시장 상인들에 대한 정책적이고 실질적인 배려가 있었는지에 여부는 따져보지 않은 채, 대통령에게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상인들의 목소리와 어묵을 먹고 상인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대통령의 모습만 전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기자와 PD 등 KBS 노조 조합원들이 8명 조합원에 대한 사측의 중징계 조치에 반발, 집단 대휴를 통한 '제작거부'에 들어간 가운데 22일 KBS 본관 로비에서 부당징계 철회와 이병순 사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기자와 PD 등 KBS 노조 조합원들이 8명 조합원에 대한 사측의 중징계 조치에 반발, 집단 대휴를 통한 '제작거부'에 들어간 가운데 22일 KBS 본관 로비에서 부당징계 철회와 이병순 사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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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두드러진 친MB보도, 정권 홍보자 자처 참담한 심경"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과 관련된 민감한 이슈가 '축소'되거나 아예 보도조차 되지 않는 현상도 계속됐다고 비판했다. 이 부장은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으로 지난해 12월 한나라당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한 이른바 ▲ '이상득 문건' 파문 ▲ '포스코 인사 개입' 의혹 등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밖에 ▲ 청와대 비서관의 '친일 옹호 발언' ▲ 한승수 총리 아들 'OCI주식 불공정 거래 의혹' 등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비판한 시국선언이 잇따랐지만, KBS는 물타기·축소보도 행태를 보이며 'MB정권 비판여론 잠재우기'에 앞장섰다고 고발했다.

이 부장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해고대란'을 주장하며 비정규직법 유예안을 밀어붙이려 하자 역시 KBS는 적극적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며 "디도스 공격으로 주요 정부기관과 은행 등이 공격을 당하자, 국정원의 '북한 배후설'을 적극 보도하는 등 KBS는 '추측'에 불과한 국정원의 주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데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또한 지난 6월 3일 서울대 교수와 중앙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 시작된 교수사회의 시국선언은 대학생을 비롯해 문화계·종교계·의료계,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들불처럼 번졌지만, KBS는 전형적인 '물타기·축소보도' 행태를 보이며 MB정권에 대한 비판여론 잠재우기에 앞장섰다고 분석했다.

이지혜 부장은 "이병순 체제 1년 KBS 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친MB', '친정권'적 보도행태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라며 "대통령과 정권에 관련된 사안에서는 유독 '곡필', '정권 홍보처' 역을 자임하게 됐다"고 한탄했다.

이어 "지난 민주정부 10년간 KBS가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어떤 노력을 보여 왔는지를 기억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가슴 아프고 참담한 심경"이라며 "KBS가 한 때의 권력에 굴복해 '공영방송'으로서 그동안 쌓아왔던 국민적 신뢰·언론사로서의 영향력 등을 한순간에 무너뜨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태그:#이병순, #KBS 친위돌격대, #정권의 시녀,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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