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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노릇노릇 익어가는 전어구이가 입안가득 군침을 돌게 한다. 전어구이 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한다.
 음! 노릇노릇 익어가는 전어구이가 입안가득 군침을 돌게 한다. 전어구이 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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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의 왁자지껄한 번화가를 지나 200m 정도만 벗어나면 한적하고 고요하며 풀벌레들의 합창소리가 단잠을 깨우는 전형적인 시골풍경이 그대로 살아 있고, 벼농사, 고추, 고구마, 등 각종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촌 모습 그대로인 나의 고향이 있다.

내가 태어난 곳은 굴비로 유명한 영광이다. 흔히들 굴비를 먹기가 어려웠던 시절에도 우리 집 밥상에는 늘 굴비가 올라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생선을 유난히 좋아 하셨던 어머니께서 이곳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생선이라서 밥상 위에 올리시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이맘때쯤은 굴비보다 더 고소하고 맛있다는 생선이 있다. 더위에 지쳐 입맛까지 잃어버렸던 사람들의 입맛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가 바로 그것이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에 있는 설도항이다. 고향 집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처음 가본곳이다. 작은 포구가 정겹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에 있는 설도항이다. 고향 집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처음 가본곳이다. 작은 포구가 정겹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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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도항 어시장에서 펄펄 뛰는 싱싱한 자연산 전어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설도항 어시장에서 펄펄 뛰는 싱싱한 자연산 전어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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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를 비늘을 벗기고  굽기 좋게 손질해 놨다.
 전어를 비늘을 벗기고 굽기 좋게 손질해 놨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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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았던 곳은 바다 근교는 아니지만 20~30여 분만 나가면 파란 물결이 넘실거리는 바닷가가 나온다. 영광군 염산면에 위치한 설도항이라는 작은 항구를 찾았다. 예전에는 이런 항구가 있었는지조차 몰랐다.

집안행사가 있어 고향집을 찾게 되면 언니나 오빠가 이곳에서 어부들이 바로잡아 올린 싱싱한 게나 생선들을 사가지고와 요리해 놓으면 맛있게 먹기만 했기에 어디에서 구했는지가 궁금하지가 않았다.

어머니 생신을 맞아 고향을 찾았다. 예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우리 가족이 가장 먼저 시골집에 도착하게 되었고, 시원한 바람 솔솔 불면 바람타고 날아온 냄새가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가 이곳에서 한창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물어물어 설도항을 찾았다.

규모는 작지만 싱싱한 생선들이 파닥파닥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상인들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힘차게 튀어 오르며 통통하게 살이 오른 자연산 전어가 눈에 들어온다. 후한 인심 속에 넉넉한 저울에 두 마리를 덤으로 받고 벌써부터 고소한 냄새가 오감을 자극하는 상상을 하면서 집으로 향한다.

숯불위에 올려놓고 서서히 익기를 기다리고 있다.
 숯불위에 올려놓고 서서히 익기를 기다리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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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이면서 화방을 경영하고 있는 제부는 만능 탈렌트다. 제부의 손을 거치면 안되는 것이 없다. 가족들을 위해 손수 전어를 굽고 있다.
 화가이면서 화방을 경영하고 있는 제부는 만능 탈렌트다. 제부의 손을 거치면 안되는 것이 없다. 가족들을 위해 손수 전어를 굽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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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노릇 맛있게 익은 전어가 입안가득 군침을 돌게 한다.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살이  일품이다.
 노릇노릇 맛있게 익은 전어가 입안가득 군침을 돌게 한다.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살이 일품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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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내외와 조카들도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다. 처서가 지나자 조석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자 제부가 장작불을 지핀다. 숯을 만들어 전어를 굽기 위해서다. 숙련된 솜씨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숯불을 어느 샌가 만들어냈다. 부지런하고 솜씨가 좋은 제부 덕분에 이제는 잘 손질한 전어를 석쇠 위에 올린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전어의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전어는 기름이 많은 생선이다. 그 기름이 숯불 위로 떨어져 타면서 나는 냄새가 너무도 고소하여 아마도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왔다는 설이 있는 것 같다.

처음 전어구이를 먹어 본다는 조카녀석 , 맛있는 냄새와 함께 그 맛을 음미해 보기위해  환한미소로 기다린다.
 처음 전어구이를 먹어 본다는 조카녀석 , 맛있는 냄새와 함께 그 맛을 음미해 보기위해 환한미소로 기다린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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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익은  전어를 입안가득 넣고 있는 동생, 이맛이야 하면서 감탄을 한다.
 잘익은 전어를 입안가득 넣고 있는 동생, 이맛이야 하면서 감탄을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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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전어는 씹을수록 뒷맛이 고소하고 은은하다. 전어는 DHA와 EPA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므로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며 "음기(陰氣)를 보하고 기를 북돋우며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고도 한다. 뼈째 먹는 만큼 칼슘 섭취량이 뛰어나며,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피로 해소뿐 아니라 피부미용에도 좋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위장을 보하고 장을 깨끗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뇨작용을 도와주는 효능도 있기 때문에 아침마다 온몸이 붓고 팔다리가 무거운 증상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전어구이를 처음 먹어본다는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 녀석이 고소한 게 정말 맛있다며 아빠더러 빨리 구워 달라고 재촉한다. 조석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 가을 보약 대신 전어로 입맛도 돋우고 건강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모닥불 피워놓고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전어구이를 먹는 즐거움이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태그:#전어구이, #전어, #설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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