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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재보강 : 23일 오후 2시 20분]

 

김기남 조선노동당 비서 등 북측의 '특사 조의방문단'이 23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다.

 

남북정상이 '조문사절을 통한 구두메시지'라는 간접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면담 관련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오늘 오전 9시부터 30분간 청와대에서 김기남 비서 등 조문단 일행을 접견했다"면서 "접견에서 북한 조문단은 남북 협력의 진전에 관한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기남 비서가 A4용지 크기의 문안을 보면서 김 위원장의 짧은 구두메시지를 읽었다"면서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일관되고 확고한 대북 원칙을 설명한 뒤 이를 김 위원장에게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북한 측의 조문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남과 북이 어떤 문제도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면서 "북한 측은 '조문단은 면담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한다. 남과 북이 협력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면담은 진지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면담에는 남측은 현인택 통일부장관,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등이, 북측은 김기남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위 실장이 배석했다.

 

북핵문제 등 논의 ....청와대, "민감성 감안, 김 위원장 구두메시지 비공개"

 

청와대는 '민감성'을 이유로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의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이동관 대변인이 총괄적으로 표현한 '남북협력의 진전'이나 '남북화해의 필요성'등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후에 청와대는 외교관례상 보낸 쪽이 공개를 원하는 것이 아니면, 보통 공개하지 않는 전례를 따른 것이라고 추가설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면담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우리 정부의 일관된 대북기조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북 조문단에게 '비핵화 후에 대북지원'이라는 '비핵개방 3000'구상을 설명한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8.15경축사에서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결심을 보여준다면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그간 북측이 요구해온 6.15-10.4선언 이행·계승 문제와 북한이 나포하고 있는 '800연안호'석방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히 연안호와 관련해서 "실무선에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해, 남북간에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이날 면담이 '남북관계 새 국면', '남북대화 본격화 신호탄' 등으로 해석되는 것을 꺼려하면서도 동시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후 관계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북 조문단 면담 의미 축소... "미중일 등 각국 조문단 접견의 일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북 조문단의 면담이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 조문단 접견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이날 면담을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남북관계는 같은 민족이라는 특수한 관계이지만, 이 틀에서 벗어나서 국제적으로 보편타당한 관계로 발전해야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면담시간이 예정됐던 15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시간이 정해져 있던 건 아니고 통상적인 접견보단 시간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여유 있게 잡은 것"이라고 답하면서 나온 말이다.

 

남북 관계의 발전을 민족동질성 강화라는 측면보다는 국가대 국가 관계의 정립으로 봐야 한다는 보수세력의 시각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후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느냐"는 데 대해서는 "새로운 시작의 시작일 뿐이기 때문에 예단할 필요는 없다"면서 "항상 상대가 있기 때문에 우리 의지만 갖고 될 일은 아니"라고 답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남북 당국간대화 재개 문제 등에 대해 큰 틀에서라도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께서는 8.15경축사에서 고위급회담 제의도 했었는데, 오늘도 원론적인 말씀이 있었고, 구체적인 건 실무차원에 대화하면서 풀어가지 않겠느냐"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조문단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보고할 것이고 실무적인 당국자 접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이 시점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30분만에 일치점 나오겠나... 패당, 역도 비판하던 상황서 상호존중 단초" 평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면담에 대해 "역도니 패당이니 별소리가 다 나오던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가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은, 이후 남북한이 상호존중의 기반위에서 인식의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는 단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지난 1년 반 동안 계속 경색관계였는데 30분 만에 일치점이 생기겠나, 이제부터 천릿길도 한 걸음이라는 생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김포공항에서 북측 조문단을 영접하고, 이후 만찬 등을 함께 하는 등 이번 조문단 활동에서 많은 역할을 한 정 전 장관은 "미북관계가 빠른 진전기미를 보이고 있고, 일본도 민주당이 집권하면 자민당과는 다른 새로운 대북정책을 펼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남북관계도 새로 정립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면담은 이 같은 국제정세속에서 남북관계도 변화해야 한다는 데, 남북한의 인식이 일치했기 때문에 성사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치고 숙소인 호텔로 돌아온 김기남 비서는 "잘 다녀왔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됐습니다"라고 답했고 이어 오전 11시 35분쯤 호텔을 떠나 김포공항으로 출발할 때도 "좋은 기분으로 간다"고 말했다. 북한 조문단은 낮 12시 10분쯤 김포공항에서 북한이 보내온 특별기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태그:#이명박,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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