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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는 많은 10대들이 찾아오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는 많은 10대들이 찾아오고 있다.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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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아저씨처럼 착한 대통령 아닌가요?"

올해 중3인 김은애양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렇게 기억했다. 지난 18일 김양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조문을 하기 위해 "학원도 땡땡이 치고" 대한문을 찾았다.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처럼 이곳에 시민분향소가 차려질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1994년생인 김양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사실 이름도 잘 몰랐어요. 근데 노 대통령이 서거한 뒤로 관심이 가더라고요. 처음에는 어떻게 대통령까지 하신 분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건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후에 그게 다 정치적 보복 때문이란 걸 알게 됐어요. 김 대통령의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이 정권은 독재정권'이라고 말씀하신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착한 대통령이 모두 사라진 지금 너무 슬프네요."

김 전 대통령과 김양의 인연은 '노무현 아저씨'가 맺어준 셈이다. 이 인연은 김양에게 슬픔을 가져다 주었지만 기쁨도 함께 주었다. 김양은 "민주정부 10년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고 역사공부도 많이 했어요, 김 전 대통령이 남북평화를 이룩했고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것도 알게 됐죠, 알고 있어야만 하는 것을 알게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손 놓고 있던 어른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김양에게 어른이라고 으스대며 "너희들이 뭘 아느냐"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때마다 김양은 '욱'하는 성질을 참아 누르곤 한다.

"바위에서 뛰어내리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이해하는 게 힘든 일인가요? 어른이 돼야만 알 수 있는 건가요? 국민장 때 김 대통령이 흘리는 눈물을 보고 따라 우는 것도 어른들만 할 수 있는 건가요? 자기는 뭐 두 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손 놓고 있던 어른 주제에. 내가 여기 나온 걸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

그렁그렁 했던 눈물은 사라지고 목소리가 올라갔다. 대거리다. 어른들에게 '행동하라'고 일침을 가하는 10대 김양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광장으로 조문을 올 생각이다.

DJ는 "김정일과 악수한 월드컵 대통령"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10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10대.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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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인 이아무개양은 지난 18일 오후 5시경 서울광장 앞에서 '김대중 대통령 서거' 호외를 들고 있었다. 시민들은 지나가다가 이양이 가슴 높이로 든 호외를 보고는 "무슨일이야", "어머! 김대중 대통령 돌아가셨어?"를 연발했다.

이양은 "아무래도 아직 사람들이 나라에 큰 일이 났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알리고 싶어서 들고 있어요"라며 "뉴스에서 호전된다는 소식만 전하니깐 저 역시 처음에 믿지 않았으니 시민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하죠"라고 말했다.

그가 기억하는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 악수한 월드컵 대통령"이다. 이양은 "2000년에 전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그 때 김정일이랑 악수하면서 세상이 난리가 났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나고요, 열광적인 한일 월드컵 때 김대중 대통령이 함께 했던 것도 생각나요"라며 기억을 되짚었다.

나라를 뒤흔든 떠들썩한 일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을 연상했다. 하지만 호외를 들고 서울광장에 나오기까지는 또 다른 사연이 있었다. 이양은 "아버지 고향이 광주인데 김대중 대통령의 광팬이세요, 민주화를 위해 끊임없이 싸운 분이라는 얘기를 듣다 보니 저 역시 이 분의 진가에 대해 알게 됐어요"라며 "조금 있다 아버지를 만나 함께 조문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DJ 빨갱이인 줄 알았지만 오해였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도 많은 10대들이 친구들과 함께 조문을 왔다.

20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우희진양은 친구 두 명과 함께 왔다. 모두 고3이다. 학원 쉬는 시간에 짬을 내 분향을 했다. 우양은 "우리나라의 어른이 돌아가셨으니 당연히 와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양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오해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경제를 망친 빨갱이인 줄 알았어요. 신문에서 그렇게 말했잖아요. 제가 많이 알지 못했던 거죠. 근데 이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0교시 부활에, 빡세지는 야자(야간자율학습)에, 방패로 사람들 막 찍어대는 것을 보니 이건 뭔가 아니다 싶었죠. 괴산고에 가서 '하트 쇼' 연출 한 것은 결정타였어요.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해 많이 찾아봤고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주변의 친구들은 우양의 말에 "맞아, 맞아"라는 추임새를 넣어 주었다. "이명박 정권은 인권을 탄압해요", "김대중은 한국의 만델라 아닌가요?",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을 편하게 살게 해주셨던 분"이란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우양은 친구들과 학원으로 향하기 전 "학원 애들 대부분 슬퍼하고 조문도 다녀갔어요"라며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론 이명박 정부에 열 받아 하고 있어요, 끝까지 괴롭힌 게 그들이잖아요"라고 말했다.




태그:#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10대, #고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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