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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주문하고 15분여 기다리는 동안 바닥의 라인을 이용해 일자걷기를 하고있다. 꾸준히 계속하니 바닥을 보지않고 고개를 들고 일자로 걷는게 가능해졌다.
▲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의 자투리 시간도 재활에 응용 점심을 주문하고 15분여 기다리는 동안 바닥의 라인을 이용해 일자걷기를 하고있다. 꾸준히 계속하니 바닥을 보지않고 고개를 들고 일자로 걷는게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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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여분의 시간도 낭비 말고 재활에 활용하라

선샤인뉴스를 그만두고 집 근처의 시립 도서관을 이용해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하며, 시간을 배정하는데 초기에 많은 고민을 했다.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하자니 좋아지고 있는 몸이 이대로 정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었고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하면 공부가 걱정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재활을 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수없이 다짐하고 목표로 삼았던 마라톤 완주를 4월로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때까지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면 절대 타협하는 적이 없이  강행해 중간 중간 정해놓은 재활의 목표들을 하나하나 달성해 나왔다. 한번 타협이 이루어지고 뒤로 미루면 영원히 장애자로 살게 될지 모른다는 혼자만의 초조감이 나를 내내 괴롭혔던 것이다.

제대로 달리는 동작이 이루어지지도 않으면서 마라톤에 출전하겠다 주변에 선포하고 죽자 사자 운동에 매달리는 내게 서울에서 다니러온 내 사랑하는 집사람이 어느 날 내게 진지하게 말했다. "자기가 굳게 결심하고 매달리는 것은 남편이지만 존경스러울 정도고, 그래서 한없이 고마운데 자긴 마치 마라톤 완주를 못하면 죽을 것처럼 매달리는 건 문제라고 생각해. 마라톤 완주하고 그날로 인생을 마칠 사람처럼 왜 그리 연연해? 어중간한 자세로 출전해서 남의 웃음거리 되지 말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완벽한 자세 갖춰지면 출전하는 게 어때?"라고 진지하게 충고했다. 집사람의 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 말이 맞았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마라톤을 완주해야겠다는 생각에 쫓겨 나 혼자 데드라인을 정하고 있는 꼴이었다.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찾으면서 늦은 나이에 머리부상의 핸디캡을 안고 시작한 공부에 더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재활은 공부하는 사이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도서관에 가서 노트북을 이용해 방송강의를 들으며 시험 준비를 했는데 동영상 강의가 1시간 단위로 듣는 시스템이어서 1시간을 듣고는 자판기가 있는 휴계 공간인 베란다에서 15분 운동을 하고 다시 들어와 공부하는 식으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했다. 그대신 15분 동안의 운동으로도 땀이 흠뻑 젔을 정도로 운동의 강도를 높였다. 그렇게 하면 하루에 12-13세트를 할 수 있었다.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설정하고 보니, 달리기를 하려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골똘히 생각하게 되었고, 달리는 동작이 내가 안 되는 이유를 살펴 보건대 편마비가 된 왼발 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 안 되어 뛸 수 있도록 들어주질 못하는 게 그 이유였다. 그래서 동영상강의를 하나 듣고는 휴게실에서 제 자리에 서서 뒤꿈치로 체중을 들어 올리는 동작부터 운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쉬지 않고 50개를 못 할 정도로 힘들었다. 더욱이 하다 보면 어느새 왼발은 뒤로 쑥 빠져 있고는 오른발로 주로 체중을 지지하고 몸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한 번 원칙으로 정하면 꾸준히 쉬지 않고 반복해 주는 게 재활의 요체였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왼다리가 뒤로 빠져 있으면 다시 바로잡고 100회씩 일주일을 했으면 그 다음주에는 150회로 올리고 그 다음 주에 더 올리고 하는 식으로 계속해 나갔다. 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3개월여 하니 이젠 자연스러워졌고 한 번에 500회 정도는 쉽게 할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 자연스러워져 다음 단계로 한 게 제자리걸음이었다. 이것도 마찬가지 처음에 해보면 왼발은 무거워서 들어올리기가 어려웠고, 억지로 힘을 내 들어 올리다 보면 자세가 틀어지곤 했으며 오른발을 들어 올릴 때는 왼발로 체중을 지지하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왼발의 밸런스 기능이 망가져 자연스러운 제자리걸음이 어려워 무엇엔가 의지해야 겨우 가능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15분을 정해놓고 땀 흘리며 최대한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며 계속했다, 그렇게 5개월여 계속하니 자세가 갖추어져 나갔다.

아침에 6시 반에 일어나 토스트와 우유로 아침을 해결하고 도서관에 가면 7시30분 정도 된다. 그러면 운동부터 한 세트 하고 들어가 노트북을 켠다. 맨 처음 하는 일은 재활카페 '온고을'회원을 비롯한 재활우 15명과 날 치료하던 재활치료사들 8명, 2005년 그 끔찍한 사고에서 의식 없는 나를 구조한 119대원에게 별도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매일 보낸다. 재활카페 회원과 재활우들에게는 끈기를 가지고 열심히 재활하자는 격려의 내용으로 보내고, 재활치료사들에게는 그간의 내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애로와 어려움에 대해, 그리고 날 구조한 119대원들에게는 감사와 구조 활동에 대한 책임감을 일깨우는 내용 위주이다. 그게 끝나면 책을 펴고 시험 준비를 한다.

그렇게 12시 30분까지 공부를 하고 구내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간다. 이때에도 재활에 염두를 두고 일반 열람실이 있는 2층에서 지하의 구내식당까지 계단을 이용해 내려간다. 구내식당에서 식권을 구입해 주방에 주고는 신청한 식사가 준비되기까지 또 15분여를 이용해 운동을 한다. 공공건물들에는 대개 직사각형의 바닥마감재로 바닥을 처리해 반듯한 직선 라인이 형성된다. 구내식당에도 그 선이 있고, 밸런스와 코디기능이 망가진 나는 그 직선 위에 양발을 일치시켜 가며 모델들이 연습하듯 일직선으로 걷는 연습을 한다.

처음 이것을 할 때는 재활환자 대부분이 그러듯 시선을 아래로 하고 발을 보아야 간신히 비틀거리며 직선으로 걸을 수 있었다. 모든 재활운동이 그렇듯 내가 잘 안되면 곧 내게 그 부분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며 그러면 또 집중적으로 해야 했다. 6개월째 이 동작을 계속 하는데 이젠 사진에서 보듯 앞을 보고도 일직선으로 자연스럽게 걷는 수준이다. 지금은 단지 왼발을 앞으로 할 때 위로 드는 게 오른발보다 더 낮을 뿐이다.

점심식사를 위해 지하에 있는 구내식당까지 고집스럽게 계단을 이용하기 6개월여, 이제는 난간을 의지 않고 내려가는 동작이 가능해졌다. 처음 도서관에 나올 때만 해도 계단을 올라가는 것은 난간을 잡지 않고 간신히 가능했으나 내려가는 것은 의지 않고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게 틈새시간을 이용해 운동하고 아무리 사소한 동작도 재활을 위해 분석하고 적용하니 커다란 성취가 왔다.

이렇게 도서관에서 틈새시간을 이용해 매일 운동을 하자 사람들이 먼저 내가 좋아지는 것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가령 식당의 아주머니들이나 도서관을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내게 먼저 말하며 많이 좋아졌다고들 한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생활하고는 오후 7시쯤 집에 와 저녁을 먹고 재활을 위해 108배를 한다. 그리고는 두 다리 모으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400회 실시하면 50분 정도 걸리고 온몸이 땀에 젖어 샤워를 한다. 그리고는 시험 준비를 하며 영어를 공부 해보니 어휘가 많이 부족함을 실감해 어휘공부를 하는데 이것도 재활에 응용하고 있다.

어눌한 언어로 인한 현실에서의 어려움은 전회에 밝힌 바 있지만 인터넷 포털의 서비스 중 사전 중에 '내 단어장'이란 게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몰라서 찾은 단어를 따로 저장하는 기능이며, 발음하는 소리까지 지원돼 큰 소리로 따라 읽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외우는 것도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2개월째 하고 있는데 어눌했던 말투가 뚜렷이 개선되고 있다.

일주일을 빡빡하게 보내며 일반인 들의 생활 패턴에 맞추어 주말에는 체육공원에 가 운동을 보충한다. 재활치료사 들에게 이메일로 끊임없이 자문을 얻는데 푸쉬업도 그들에게 자문을 얻어 하고있다.
▲ 주말을 이용해 체육공원에서 푸쉬업을 하는 모습 일주일을 빡빡하게 보내며 일반인 들의 생활 패턴에 맞추어 주말에는 체육공원에 가 운동을 보충한다. 재활치료사 들에게 이메일로 끊임없이 자문을 얻는데 푸쉬업도 그들에게 자문을 얻어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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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우, 재활치료사, 나를 구조한 119대원에게 매일 휴대폰 문자를 보내며 많은 것을 얻고있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남을 위한 배려와 관심이 오히려 내게 더 큰 것을 주더란 것인데, 도서관에 가 노트북을 펼치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약 50통의 휴대폰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는 내가 운영중인 재활카페 '온고을'회원을 비롯한 재활우들, 재활치료사, 2005년 사고에서 의식을 잃은 나를 구조한 119대원들에게 보내는 휴대폰 문자다. 아침마다 재활우들과 온고을 카페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며 재활에 관한 각오를 새롭게 하며. 치료사들에게 문자를 보내며 그들에 대한 감사와 다른 재활우들을 생각하며 또 각오를 다지고, 날 구조한 119구조대에겐 감사를 보내는 한편, 그들이 내게 그런 것처럼 나도 공무원이 되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한다.

이렇게 매일 아침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내게 약간의 비용이 발생한다. 또 시간도 하루에 20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내가 얻는 것들은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라 생각한다. 그 20분간 그 힘들었던 시절을 돌아보며 그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재활우에 비쳐 보면 지금의 혼자 외롭게 생활하는 내 처지에 대한 위안을 얻으면서 남에게 봉사할 미래까지 설계하는 커다란 것들을 취하는 것이다.

전국의 140만 재활우 여러분, 재활은 많은 시간을 해야만 효과를 얻는 게 아니었습니다. 재활운동이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처방에만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저도 2년의 입원과 1년의 통원 치료를 통해 치료사들에게 배우고 학습한 것들이 기반이 되었지만 내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나 스스로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찾아 끊임없이 여러번 반복해주는 게 큰 효과를 발휘하더라는 겁니다.

완전한 재활은 하나의 생활인으로 사회에 복귀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사람마다 상황과 처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이 재활기를 통해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은 얼마든지 사회복귀를 위해 모색하면서 아니면 자기생활을 하면서도 자투리시간을 활용해 충분한 재활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아직 다 이루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훗날 마라톤을 완주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완전한 재활을 이루어 반드시 140만 재활우 여러분에게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보고 드릴 것을 약속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게재 후 포털 다음의 불로거 뉴스 view 에도 게재 합니다.



태그:#공무원시험, #재활, #사회복귀, #완전한재활,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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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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