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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에 있었던 일이니까 좀 지난 이야기다. 나름대로 신선하기도 하고 가슴따뜻했던 일이라 몇 자 정리해서 올려본다.

 

그 날 난 지역 신문 기자로서 일하고 있던 중 지역 내 한 복지관에서 여름 김장을 한다고해서 찾아갔다. 여름에 김장을 하다니? 날씨도 더워서 김장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이런 고민을 하며 일산종합사회복지관으로 향하고 있을 때,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 주택가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미자 할머니(88세)는 신동호 일산 종합사회복지관 복지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신동호 복지사가 아침에 전화를 하더니, 복지관에서 겨울에만 하던 김장을 올해부터는 여름에도 했다며 김장김치를 전달하러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복지관에서는 매년 겨울이면 할머니처럼 어려운 분들에게 김장 김치를 보내준다. 그러나 여름이면 그 김치가 바닥을 보여 할머니는 늘 김치를 사 먹는다.

 

"김치 하나만 있어도 볶아도 먹고, 찌개도 해먹고, 그냥도 먹고 얼마나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는데. 여름에도 이렇게 김장 김치를 주니 복지관에 그저 감사한 마음 뿐이야."

 

김미자 할머니는 신동호 복지사가 오자 환하게 웃으며 김장 김치를 받아들고, 신동호 복지사에게 연신 감사하다며 인사를 계속했다.

 

신동호 복지사는 "여름 김장하기를 정말 잘 했다 싶어요. 저렇게까지 좋아하실 줄은 몰랐어요"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매년 겨울 김장철이면 일산 복지관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복지 시설 및 단체들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김장 김치를 담근다. 그리고 그 김치를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그 김치는 몇 달 안에 다 먹게 된다. 김치가 없이는 밥을 먹지 못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김치는 일년 내내 필요한 반찬이다. 그래서 일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올해부터 여름 김장을 하기로 했다.

 

7월 23일 복지관에는 자원봉사자, 복지관 직원들, 복지관 관장인 남화자 수녀, 여러 봉사동아리 등이 함께 모여 김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봉사 동아리 및 여직원들의 원활한 손놀림과 달리 남자들의 김장은 서툴기만 했다. 여기저기서 서툰 손놀림에 김치가 옷에 튀기도 하고, 무더위에 흘린 땀과 김치 냄새가 범벅이 돼 코 끝을 찌르기도 했다.

 

더구나 남자들이 만든 김장 배추와 여자들이 만든 배추가 크기와 모양에서 차이를 보이자 지친 봉사자들은 피로도 잊은 채 한바탕 웃기도 했다. 봉사자들은 이렇게 200포기의 김치를 담갔다.

 

사회복지사를 꿈꾸며 복지관에서 실습 중이던 방현우군은 "생전 처음 김치를 담갔다. 힘들었지만 온 가족이 모여 김장을 하는 분위기였고, 김장 김치를 받고 좋아하실 이웃들을 생각하니 힘이 절로 났다"고 말했다.

 

배종필 일산종합사회복지관 지역사회보호과 과장은 "사전 조사를 해보니 겨울에 나눠드린 김장김치가 여름 전에 모두 소비되는 것을 알게돼 기획하게 됐다. 이 김치는 일산, 탄현, 중산동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될 것이다"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고양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름 김장, #고양, #일산, #소외계층 , #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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